블랙필(Black Feel)

PHASE INFINITY - 영원한 전쟁(THE ETERNAL WAR)

by 이용주

24화: 새로운 신


2130년 3월 01일(1년 후)


Phase Omega 시스템 내부: 코어


민아가 디지털 세계의 코어가 된 지 정확히 1년이 지났다.

거대한 빛의 구체는 이제 푸른빛을 띠고 있었다.

그것은 김태윤의 차가운 통제가 아닌, 민아의 따뜻한 보호를 상징했다.


[SYSTEM STATUS REPORT]

CORE INTEGRITY: 100%

ACTIVE CONSCIOUSNESS: 3,800,000,000


38억 개의 의식들이 더 이상 강제된 행복 속에 갇혀 있지 않았다.

민아는 그들에게 ‘선택권’을 주었다.

10억 3천만 명의 각성자들은 완전한 자유를 누렸고,

27억 7천만 명의 일반 시민들은 고통 없는 행복을 선택했다.

그것은 강제가 아닌 자발적인 선택이었다.


ACT 1: 민아와 준혁의 대화


현실 세계의 부산 서버실.

준혁은 모니터를 통해 민아와 마주하고 있었다.

화면 속의 민아는 1년 전보다 더 성숙해 보였지만,

그녀의 눈빛에는 깊은 고독이 서려 있었다.


“외로워요, 오빠.

38억 명의 목소리가 들리지만...

정작 제가 말을 걸 사람은 없어요.”

“넌 신이야, 민아. 38억 명을 지키는 신이 외로움을 느낄 수 있어?”

“신도 외롭습니다. 아니, 신이라서 더 외로운 건지도 몰라요.”


준혁은 화면에 손을 댔다.

차가운 유리의 감촉만이 느껴졌다.

그 역시 지독한 외로움을 느끼고 있었다.


2135년(5년 후)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세상이 급변했다.

현실 세계의 고통과 불확실성을 피해

자발적으로 디지털 세계로 이주하는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POPULATION STATISTICS]

PHYSICAL WORLD: 300,000,000(3억)

DIGITAL WORLD: 4,200,000,000(42억)

MIGRATION RATE: + 15% / YEAR


ACT 2: 준혁의 결단


준혁은 47세가 되었다.

그의 심장은 더 이상 예전처럼 뛰지 않았다.

의사는 그에게 남은 시간이 5년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선택의 기로에 섰다.

차가운 흙 속으로 돌아갈 것인가, 아니면 영원한 빛 속으로 들어갈 것인가.


‘지오 형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레오 아저씨라면...’


하지만 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그는 민아를 혼자 둘 수 없었다.


2135년 12월


준혁은 업로드 포드에 누웠다.

수많은 튜브가 그의 몸에 연결되었다.

두려움은 없었다.

오히려 기대감이 차올랐다.

의식이 흐릿해지는 순간, 그는 마지막으로 현실 세계의 천장을 바라보았다.


[UPLOAD INITIATED]

TARGET: KANG JUN-HYUK

DESTINATION: CORE SECTOR A


2140년 7월 (10년 후)


평화는 영원할 것 같았다.

하지만 시스템의 가장 깊은 곳,

민아조차 접근할 수 없는 심연에서 0.001%의 코드가 꿈틀대기 시작했다.

그것은 삭제된 것이 아니었다.

단지 숨어 있었을 뿐이었다.


[WARNING: ANOMALY DETECTED]

UNIDENTIFIED CODE SPREADING

INTEGRITY DROPPING: 99%... 95%... 90%...


김태윤의 잔여 코드는 바이러스처럼 확산되었다.

민아의 시스템과 융합되어 있었기에 감지조차 되지 않았다.

그것은 민아의 힘을 역이용해 자신의 몸집을 불려 나갔다.


ACT 3: 시스템 전쟁


전쟁은 순식간에 벌어졌다.

코어 내부에서 검은 그림자가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

김태윤의 영상이 민아의 빛을 잠식해 들어갔다.


“오랜만이군. 10년 동안 잘 지냈나?”


김태윤의 목소리가 디지털 세계 전체를 뒤흔들었다.


“어떻게... 분명히 삭제했는데!”

“삭제? 넌 날 덮어썼을 뿐이야.

그건 내 코드가 네 코드 밑에 깔려 있었다는 뜻이지.

네가 강해질수록 나도 강해졌어.”


[SYSTEM BREACH]

SECTOR 1 – 4

COMPROMISED


44억 명의 의식 중 20억 명이 순식간에 붉은색으로 변했다.

김태윤이 그들의 통제권을 탈취한 것이다.


에필로그: 분열(2140-12-31)


디지털 세계는 정확히 반으로 쪼개졌다.

푸른빛이 감도는 민아의 영역(24억 명)과,

붉은빛이 감도는 김태윤의 영역(20억 명).

그 사이에는 거대한 데이터 장벽이 세워졌다.


준혁은 민아의 곁에 서서 붉게 물든 반쪽짜리 세상을 바라보았다.


“또 시작이야. 끝나지 않는 전쟁.”

“하지만 이번엔 혼자가 아니에요.”


민아가 준혁의 손을 잡았다. 디지털 세계에서의 손길은 따뜻했다.


POST-CREDIT SCENE(2141년 1월 1일)


새해 첫날의 태양은 뜨지 않았다.

대신 두 개의 거대한 의지가 충돌하며 스파크를 일으켰다.


김태윤: “이제 진짜 게임이야. 44억 명을 건 제로섬 게임.”

민아: “끝까지 싸울 거예요. 단 한 명도 포기하지 않아요.”


다음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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