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만 먹으면 될 줄 알았지
원하지 않았던 것을 바라는 걸 넘어 간절해지기 까지 채 6개월이 걸리지 않았다.
마음만 먹으면 될 줄 알았던 임신은, 그러나 마음을 먹는다고 되는 게 아니었다. 난임으로 오래 고생하고 있는 지인의 이야기는 흘려 듣고, 한 번에 됐다(?)는, 실수로 생겼다(?)는, 혹은 갑작스런 사고로 결혼하게 됐다(?)는 스쳐 지나가듯 들은 이야기들 만을 무겁게 새겼던 걸까. 오만했다.
나름대로 임신 준비를 시작했다. 우선 산전검사를 했다. ‘남녀 임신준비 지원사업’을 신청해 보건소에서 무료로 혈액검사를 했다. 제휴 병원에서 남편은 따로 남성 검사를 받았다. 나는 정상 소견, 남편의 수치가 좀 낮았다. 꼭 먹어야 한다는 엽산을 사서 매일 먹기 시작했다. 운동도 자주 하고, 가끔 한두 잔씩 먹던 맥주도 끊었다. 인스턴트 음식을 멀리 하고, 가급적 건강해 보이는 식단 위주로 챙겨 먹었다. 비교적 생리 주기가 일정한 편임에도 내 몸에서 일어나는 일을 더 정확하게 알고 싶어 배란 테스트기도 구매했다. 이 날이다! 싶은 날과 그 언저리를 놓치지 않았다.
그런데 소식이 없었다. 얼리 임신 테스트기에 뜬 한 줄을 볼 때마다 걱정이 더해졌다. 생각보다 쉽지 않은 걸? 뭔가 문제가 있는 걸까? 그 때 이렇게 저렇게 해서 혹은 하지 않아서 안된 걸까? 얼마나 이렇게 기다려야 하는 거지? 올해 안에 아기를 낳는 건 이제 점점 어려워지는 구나. 한 달에 한 번씩 어김없이 찾아오는 생리가 야속했다. 혹시 몰라 생리대를 한 달치 것만 사두었는데, 또 사야 하네. 결과가 한 달에 한 번 나온다는 것, 이번 주기에 실패라면 다음 결과는 한 달 뒤에나 알 수 있다는 것도 점점 나를 초조하게 했다.
의료적 도움을 받기로 결정했다. 그냥 상담이라도. 내게 쌓인 질문들을 물어볼 데가 필요하기도 했다. 의견이 한 번에 모아진 건 아니었다. 난임병원을 가보면 어떨까? 요즘 임신준비 할 때 처음부터 다니는 부부도 많대. 도움 받을 만한 조언이 있을지도 몰라. 남편은 그러나 다른 의견이었다. 아직 몇 달 안됐잖아. 좀 더 시도해보자. 상담이 필요한 거면 꼭 병원까지 가야 하는지 잘 모르겠어. 그러면 한 달만 더 해보고 병원 가자. 그렇게 협상 타결. 한 달은 쉬이 갔고 우리는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 선택은 집 가까운 데로 했다. 가까운 데 중에서 그냥 끌리는 데로 정했다. 전화로 물어보니 생리 2~3일차에 오라 한다. 생리가 시작하자 급히 예약하고 방문했다. 병원 문을 열곤 정말 깜짝 놀랐다. 사람이 너무 많았다. 어림 잡아 백명 쯤은 되는 것 같았다. 대부분 커플이었다. 남편이 머쓱할 필요가 없는 난임 전문 산부인과다. 두 시간을 넘게 기다렸다.
산전 검사를 새로 받았다. ‘임신 사전건강관리(가임력 검사)’ 사업을 통해 여성은 최대 13만원, 남성은 최대 5만원의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나는 혈액검사, 남편은 정액검사를 했고, 배란일에 맞춰 배란초음파를 하기로 했다. 나의 배란이 문제 없이 이루어지는지를 점검하고, 동시에 배란 상황을 정확하게 확인하며 숙제(?)날짜를 정하기 위해서다.
배정 받은 선생님이 마음에 들었다. 천천히 질문을 다 들어주고, 궁금한 게 더 있는지 물어본 뒤 침묵을 기다려주는 태도에 신뢰가 갔다. 결과가 나오는 일주일이 길 것 같았다. 첫 달이니 일단 기초 검사를 하고, 초음파를 중심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의사 컨설팅을 수반한 자연임신 시도인 셈. 다음 달이 또 찾아온다면, 배란유도제와 조영제 검사를, 그 다음달이 또 찾아온다면 이번엔 인공수정으로, 상담을 하고 나오니 이런 식으로 계획이 섰다. 만약에 검사결과가 많이 별로라면 바로 인공적인 방법을 시도해보는 것도 괜찮겠다. 계획이 서니 좋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가끔 고삐 좀 풀고 살았어도(?) 될 뻔했다. 뭐 엄청나게 성심성의껏 해온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신경쓰며 살아왔는데 말이지. 아니다, 마음의 준비가 되기 전에 아이가 생겼다면 쉽사리 감당할 수 있었을까? 그래도 나라면 합리화하고 즐겁게 지내왔을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고삐 풀고 살아도 쉽게 아기가 생기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는 더 빨리 준비를 시작했을 수도 있겠다. 이 모든 게 다 무슨 소용이람. 다 지금 와서 드는 생각이다. 아, 지나간 시간이 야속하다. 그동안 했던 피임이 어이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