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날까지 참았다, 임신테스트.
열흘을 참았다. 임신테스트기가 집에 3개나 있음에도 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피검사 날까지 참기로 해서다. 만에 하나 좋지 않은 결과가 나왔을 때에도 주사와 약을 성실하게 유지할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이식 12일차인 임신반응 혈액 검사 당일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그런데 이 기간을 참았다고 할 수가 없겠다. 사실은 테스트를 하고 싶지 않았다. 너무 너무 궁금하기만 해서, 테스트를 언제 할까에 온 생각이 머물던 인공수정 후에 비하면, 정말 다르다. 결과는 당연히 궁금하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테스트를 해야겠다는 생각조차 않고 지냈다. 무서워서다.
무섭다. 두려워서 피하는 걸 참는다 내지는 기다린다고 할 수가 없지 않나. 그냥 겁이 나서 외면한 거다. 실은 내일 병원으로 검사를 하러 가는 것조차 너무나 겁이 난다. 나쁜 결과를 마주할 거라면 차라리 아무것도 모른 채 희망만 있는 지금이 나은 것이 아닌가 싶기까지 하다.
이식 11일차인 오늘까지 별다른 증상이 없다. 온통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음에도 그렇다. 굳이 따지자면 조금은 있다. 한 5일차부터 지금까지 생리통과 비슷하게 간헐적으로 아랫배가 싸르르하다. 당장이라도 생리를 시작할 것처럼 밑이 쏟아질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다. 가끔 몸이 뜨겁고 화끈거린다. 열흘 중 이틀은 새벽에 잠에서 깼다. 요의는 크지 않았는데 건조해서인지 더워서인지 추워서인지조차 모르게 문득 눈을 떴다. 꿈도 뒤죽박죽하고 다채롭다. 깨 있을 때도 무기력하고 피곤한데다 예민한데, 스트레스가 꿈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아침에 깨면 너무 허기지고, 밥을 먹으면 너무 졸립다. 감정 기복도 심하다.
그러나 소위 '착상 증상' 내지는 '임신 극초기 증상'이라고 하는 특징들이 느껴지진 않는다. 가슴 통증이라던가 배가 콕콕 쑤시는 느낌 같은 것. 증상이 없어도 임신일 수 있고, 증상이 있어도 약 탓일 수도 있다니, 정확한 것은 진단을 해 봐야 알 터이다. 그럼에도 자꾸만 내 경험을 온갖 타인의 경험과 비교하게 된다. 타인의 경험이 일관적이지 않으니, 좌절과 안심 사이를 하루에도 몇 번씩 오간다. 불안은 계속 증폭된다.
그제는 새벽에 잠에서 깼다. 누워서 천장을 보다가, 특별히 요의가 느껴지진 않았지만 화장실을 갔다. 손을 씻는데 갑자기 눈이 부셨다. 세면대 대각선 위에 난 창문으로 달빛이 들이닥쳤다. 보름달이었다. 차가워 보이는 하늘에 희고 둥글게 떠 있었다. 어찌나 밝은지 마치 나를 향해 매섭게 번뜩이는 커다란 동물의 눈 같았다. 나는 달을 바로 보기 위해 눈과 이마를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내 뒤로는 달 그림자가 생겼다. 넋을 놓고 한참을 봤다. 새벽 4시 50분 무렵이었다.
기다림의 시간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내일이면 결과를 알게 된다. 내일 아침 주사까지 마친 후, 병원에 가기 직전에 자가 테스트를 해볼 예정이다.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진료를 볼 때 다음 해야 할 일을 논의할 수는 있어야 할 것 같아서. 오늘 밤도 잠을 설치게 될까? 바깥은 요란하게 비가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