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검사 수치 0
시험관 1차 동결 배아 이식 결과, 혈액검사 수치 0으로 임신이 되지 않고 끝났다. 많이 울었다.
혈액검사 1시간 전, 일찍 도착해 병원 근처 화장실에서 임신테스트를 했다. 테스터를 쥔 손이 파들파들 떨렸다. 심호흡을 하고 3분을 기다리는 동안 쳐다볼 자신이 없어 애써 딴 짓을 했다. 결과는 한 줄이었다. 너무나 깔끔한 한 줄. 매직아이고 뭐고 필요 없는 명확한 한 줄.
잠시 멍하니 있다 혹시 몰라 챙겨온 모자를 푹 눌러 썼다. 일찌감치 병원으로 향했다. 느린 발걸음이지만 심장이 벌렁벌렁했다. 내 자궁엔 아무 것도 없었다. 배아는 어디로 간 걸까? 무엇을 위해 주사를 맞고 약을 먹으며 몸을 따뜻하게 하고 노력했는가. 무엇을 기대하며 열흘을 보냈는가. 시험관도 안 된다면 나는 뭘 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일찍 도착한 병원엔 대기가 있었다. 앉아서 기다리고 있는데 그제서야 울컥,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렇게 사람이 많고 공개된 곳에서, 아직은 울고 싶지 않았다. 입술을 깨물고 심호흡을 반복하며 열심히 울음을 참았다. 눈물이 새지 못해 단전에서부터 머리끝까지 켜켜이 쌓이는 느낌이었다. 조심스레 다가와 혹시 테스트 하셨나요, 라고 묻는 간호사에게 한줄이에요, 라고 얘기했다. 이제는 익숙해진 채혈실에서 채혈을 했다. 두 시간 이내로 전화로 결과 알려드릴게요.
그렇게 참았건만, 주치의 선생님과 눈이 마주치자 눈물 꼭지는 열려 버렸다. 열심히 참고 참는데도 목소리는 갈라지고 호흡은 거칠게만 나왔다. 괜찮아요. 나이도 어리고 난소와 자궁도 건강해서 다음엔 꼭 될 거에요. 너무 속상해 하지 말고 다음을 준비합시다. 괜찮아요. 선생님의 눈빛과 표정에 진심어린 위로가 담겨 있었다.
바로 다음 주기에 이식 할거죠? 네. 그래요. 배아가 있으니 다음에는 난소 상태가 괜찮으면 자연주기로 진행합시다. 자궁경*이나 반복착상실패 검사**를 하기도 합니다만, 질초음파 상으로 자궁 내막 상태가 나쁘지 않아 보이기도 하고, 아직 첫 번째 시도였으니 이번에는 하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기는 해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러면 자궁경은 하진 않더라도, 반복착상실패 검사는 혈액검사죠? 그건 지금 할 수 있을까요? 이식 전에 결과가 나와서 처방에 활용할 수 있나요? 네, 그렇긴 하지만, 비급여 검사로 무척 비싸요. 괜찮습니다. 선생님, 울어서 죄송해요. 저 오늘만 울게요.
*자궁경: 자궁 내시경. 임신에 방해가 될 수 있는 자궁 내막의 유착이나 폴립 등을 발견하고 제거하는 시술.
**반복착상실패 검사: 습관성 유산 검사와 여러 항목이 겹쳐, '반복착상실패 및 습관성유산 검사'로 불리기도 한다. NK 세포와 각종 자가면역항체같은 면역학적 요인, 혈전을 잘 만드는 혈액응고인자 검사, 호르몬 및 대사이상 등의 내분비적 요인 등을 검사한다. 이상 항목이 있으면 배아 이식 시점에 추가 처방을 통해 착상율을 높인다.
그렇게 반착 검사를 했다. 거의 이상이 없게 나온다는 염색체 검사를 빼고 나머지 항목을 했다. 임테기로만 확인하신 거라면, 혹시 오늘 임신 양성 나온다면 이 검사가 필요없을텐데, 임신반응 검사 결과가 다 나오고 확실해진 뒤에 하시는게 어떻냐는, 간호사 선생님의 근심어린 말씀에도 하겠다고 했다. 임테기가 한 줄이었는데 혈액 검사는 양성으로 나올 수가 있나요, 하면서.
검사 결과는 1~2주 소요된다고 했다. 혈액을 여러 통 뽑고 대략 50만원을 결제했다. 다시 돌아온 채혈실에서 들은 이야기가 맴돈다. 반착검사를 하시네요. 네, 엄청 여러 항목을 검사하더라고요. 그렇죠, 그 중에서 이상 결과가 나오면 어쩌면 다행이죠. 아무 이상도 발견하지 않으면 더 고민이지요.
집에 와 남편이 퇴근할 때까지 누워 있었다. 오랜만에 크게 엉엉 울었다. 동영상을 틀어 놓고 보았는데 아무 관계 없는 장면에서 갑자기 벌컥벌컥 울음이 터졌다. 휴지를 끌어 안고 이불에 파묻혔다. 그래, 오늘만 울자. 다음을 준비해야 하니까. 이제 다시 시작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