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배아 이식 후의 생활

이전과는 조금 달라진 일상

by 둘둘

임신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때는 열흘도 더 지나서다. 그동안 주의할 것은 탕목욕이나 수영을 하지 말라는 것(배아는 열에 약하고, 감염 위험을 막기 위해), 향수를 자제하라는 것(배아는 강한 향에 약하다) 정도. 그 외에는 출퇴근이나 가벼운 운동을 포함해 그저 평소와 같이 일상생활을 하면 된다.


그러나 말이 쉽지, 그게 되나?


아무렇지 않은 듯 일상생활을 하지만, 어딘가 조금 달라졌다.


일단 스크린타임이 무지 늘었다. 질정을 넣고 누워 있는 동안 유튜브나 영상을 보기도 하고, 곧잘 맘카페를 기웃대기도 해서다. 특히 맘카페에서 매일마다 이식 N일차, 착상에 좋은 음식, 3일배아 따위를 검색한다. 끊을 수가 없다. 병원에선 생각나지 않던 질문들이 매일 솟구친다. 타인의 글을 읽으며 내적 친밀감을 쌓고 응원을 하기도, 위로를 보내주기도 한다.


약속을 하나도 잡지 않고 있다. 약 스케쥴 때문에 어렵기도 하고, 심신의 안정 목적이기도 하다. 집에서 오래 있는 김에,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등 다른 생산적인 활동, 평소에 하고싶던 것들을 하면 될텐데, 그게 또 잘 안된다. 마음을 먹었다가도 다시 아 근데 저녁으로 그거 먹어도 되나, 아 근데 이렇게 모로 누워도 되나, 아 근데 착상 증상은 몇 일 부터 있나, 아 근데,... 하면서 온통 궁금한 것들이 튀어나온다. 지난 N일 내내 나의 관심은 자궁에 쏠려 있다. 실은 친구와 만나고 싶은 생각 조차 없다.


몸을 심하게 애끼고 있다. 운동은 커녕, 스트레칭도 안하고 있다. 전혀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건 알고 있는데, 쪼그리거나 뒤트는 등의 행동을 하면 안될 것 같은 마음에 뻣뻣하게 앉기-서기-눕기만 한다. 별로 많이 걷지 않는 날은 몸이 아주 찌뿌둥하다. 안그래도 뻣뻣한 골반이 더 닫히는 것 같은 데도, 3일배양 배아는 착상까지 3-4일 걸린다던가, 그 기간만큼은 최대한 사리고 있다.


차가운 것, 내 몸이 차가워지는 것을 조심한다. 사실 나는 아이스 러버. 더우면 냉장고에서 얼음 하나를 꺼내 먹는 것을 즐기는 얼음 사냥꾼인데, 이 더운 여름에 찬 걸 피하고 있다. 몸을 덥게 하는 것도 좋지 않지만(배아는 열에 약하다) 또한 몸이 차면 자궁에 안 좋다는 속설이 괜히 맴돌아서다. 찬물 대신 미지근한 물, 아이스 커피 대신 따뜻한 차를 마신다. 몸을 따뜻하게 한다는 장어, 추어탕, 소고기 같은 음식을 챙겨 먹는다. 입는 옷도 신경쓴다. 여름이면 대략 2개월간 주구장창 맨발로만 지내던 나였는데, 양말에 운동화를 신고 외출한다. 에어컨에 몸이 차질 까봐 가디건을 챙긴다.


여러 가지 제약이 많은 일상임에도 마음은 나쁘지 않다. 내 뱃속에서 건강한 아기가 생기고만 있다면, 이 모든 것이 다 즐거운 추억 일 거 같다. 아니, 이렇게 절박해진다고? 그럼. 나는 기다리는 사람이니까!


스크린샷 2025-07-20 오후 9.44.59.png 엄마를 기다리는 짱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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