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배아 이식하는 날

배아야 힘을 내서 태아가 되어줘!!!

by 둘둘

이 날을 위해 많은 준비를 했다.


하루 네 번 알람을 맞춰 두었다. 아침 첫 번째 알람, 프롤루텍스 배주사를 맞고 이어서 싸이클로제스트 질정을 넣고 30분 누워 있는다. 오전 두 번째 알람, 프로기노바 2알을 먹는다. 저녁 세 번째 알람, 12시간 간격을 맞춰 싸이클로제스트를 넣고 30분 누워 있는다. 밤 네 번째 알람, 프로기노바 2알을 먹는다. (프로기노바는 첫 처방에서 3알이다가 4알로 늘어났다.) 프로기노바만 19일정도 먹다가, 나머지를 추가해 4일째 되던 날 이식을 했다.


이식 전까지 이식할 배아의 갯수를 정해야 한다. 나이에 따라 만 35세 미만은 3일배아 2개, 5일배아 1개, 35세 이상은 3일배아 3개, 5일배아 2개까지 한 번에 이식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에서 정한 기준이다. 단, 복수 개를 이식하면 다태아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단태아를 희망한다면 1개를 넣는다.


우리는 쌍둥이를 갖고 싶은 것은 아니었어서 1개 이식으로 정했다. 2개를 고려했던 이유는 단순히 확률을 높이고 싶어서였는데, 이식을 처음 하는 거기도 하고 목표가 단태아 임신이니 1개를 하는 게 맞다 생각했다. 동결배아 이식 주기를 시작하고 첫 처방을 받은 날, 설명을 듣고 이식 동의서를 작성하면서 결정사항을 병원에 알려 뒀다. 3일배양 배아 1개를 이식하게 된다.


이식일. 전일보다 조금 빨리 아침 주사와 질정 루틴을 마쳤다. 호르몬 점검을 위한 혈액검사를 먼저 하고 한 시간 쯤 뒤에 이식을 할 거라는 예고가 있었기에, 배고플까봐 아침에 토스트에 과일 주스도 든든하게 먹었다. 그런데 웬걸? 채혈 후 진료 보고는 거의 바로 수술센터로 직행. 후기들을 보니 소변을 참다 참다 쌀 것 같은 상태가 돼서야 끝난다고 하던데. 소변도 별로 마렵지 않았다.


시술 전 진료는 짧았다. 해동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1개를 폐기했고(슬펐다), 1개를 추가 해동해서 그 배아를 넣을 거라고 했다. 오늘 이식할 배아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준비 과정에서 호르몬 수치나 다른 것들을 확인할거라, 바로 이식 절차로 들어가면 되겠다고 하셨다. 이식 후 이어서 매일 맞을 수 있게 프롤루텍스 주사도 미리 받았다. 11일 후에 임신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피검사를 하기로 했다.


수술센터 입장은 두 번째라고 그새 좀 익숙해졌다. 이번에는 윗속옷은 입은 채 환복했고, 머리묶고 모자쓰는 것은 같았다. 배아이식 2번 대기 침대에 누웠다. 서로 다른 간호사 세 명이 와서 내 이름과 남편 이름, 생년월일 등을 물었다. 한 간호사가 와서 진정제 한 알을 줬다. 물과 함께 삼켰다. 마취는 안하지만 몸의 릴렉스는 필요한 것 같았다. 대기실에 있는 남편과 카톡하다가, 수술방으로 향했다. 이번에는 회복실에 있는 것과 같은 침대가 와 있었다. 메인 조명은 꺼져 있고, 잔잔한 클래식 같은 음악이 흐르고, 맞은편 귀퉁이 천장 모니터에는 배아 사진이 떠 있었다.


침대 끝에 누워 다리를 열었다. 초음파와 화면이 오른쪽 다리 곁에 준비되었고, 내 음부를 향해 밝은 하얀 조명이 비춰졌다. 모자를 쓴 선생님이 오셨다. 기구 들어갈게요. 긴장 푸세요. 괜찮아요, 긴장푸세요. 왁! 하는 아프고 불편한 느낌. 그리고 간호사가 배에 초음파를 댔다. 선생님 곁에 간호사 한 명까지 의료진은 총 세 명. 화장실이 가고 싶지 않았던 탓일까. 간호사가 초음파로 위치를 잘 못 찾고 헤매자, 이번에는 선생님이 초음파로 이리저리 비췄다. 자궁이 보이긴 하는데 내가 봐도 확실히 흐리게 보였다. 너무 밥을 많이 먹고 왔나? 화장실에 다녀온지 한 시간 밖에 안돼서 그런가? 괜찮은 걸까?


질 초음파로 준비해주세요, 하자 선생님 곁 간호사가 바로 준비했다. 기구 속에 질 초음파까지 들어갔다. 이리저리 보시더니 준비해주세요, 했다. 맞은편 미닫이문이 열리더니 끌차 같은 것을 끌고 다른 분이 들어왔다. 누워 있어 어깨 이하로 잘 안 보였지만 내 배아일 것이다. 이어서 자궁경부를 통과하는 이물감이 느껴졌다. 불편하고 정말로 희한한 느낌. 초음파 화면에 하얀 점이 보였다. 저게 내 배아인가, 뱃속에 들어온 내 배아인가. 침대 아래로 미끄러질거 같아 발과 다리에 힘을 준 채 하얀 점을 봤다. 마무리는 빠르게 되었고, 침대에서 일어나 회복실로 향했다. 피검사 날에 봐요, 하고 선생님은 가셨다.


회복실에 들어와 침대에 눕자 갑자기 왈칵 울음이 복받쳤다. (안그래도 요즘 잘 울고 있었는데.. 눈물 이야기는 #12. 난임 녀석, 날 자꾸 울리네) 긴장과 공포가 풀어져선지, 모르겠다. 그냥 울음이 터졌다. 임신을 하기가 나는 왜 이리 어렵고 힘든걸까, 하는 생각이 이내 들었다. 혹여 옆 침대에 울음이 샐까봐 소리를 죽인 채 눈물만 흘리고 있는데.. 간호사가 와 배아 사진을 찍어주겠다며 핸드폰을 가져가더니 금세 돌아왔다. 사진으로 찍혀져 있는 나의 배아. 내 배에 들어온 녀석. 잦아들던 울음이 다시 터졌다. 이번에는 행복부터 솟았다. 얘가 우리의 배아구나. 드디어 내 뱃속에 배아가 있구나. 세포 주제에 너무 예쁘고 귀엽잖아. 그런 생각들이 확 들면서 반갑고 감격적이고 기쁘고 행복해서 눈물이 또 왈칵 났다.


배가 꿀렁꿀렁하게 너무 울면 안좋을거 같아서 빠르게 진정하려고 노력했다. 눈물이 옆으로 흐르는 채... 그렇게 15분 쯤 누워 있다가, 나왔다. 호르몬수치가 괜찮아서 엉덩이주사는 안맞는다고 했다. 휴, 접때 그 너무 아픈 주사 또 맞으려나? 했었는데, 다행이었다. (아픈 주사가 궁금하시다면? #9. 난자 채취와 후폭풍 (1/2)) 수술센터를 나서는데 여러 명의 간호사들이 응원해주었다. 잘될거에요! 착 붙을거에요! 맛있는거 많이 드세요! 여려진 마음에, 그들의 따뜻한 눈빛 하나 하나가 보석처럼 느껴졌다.


대기실에 앉아 있는 남편과 눈이 마주쳤다. 괜찮니? 응. 카톡으로 보낸 배아 사진 봤지? 응. 남편의 눈이 그렁그렁. 기분이 이상하다고 했다. 우리 부부는 우리의 염색체가 섞인 그 세포를 함께 보며 마음도 하나가 된 걸 느꼈다.


착상엔 추어탕이라며! 속설일 뿐이라지만 나도 트렌드에 휩쓸려보고자 바로 추어탕 집으로 향했다. 아침을 배불리 먹은게 무색하게 추어탕 한그릇을 뚝딱 하고, 긴장하며 첫(?) 소변도 보고(TMI), 집에 왔다. 반차를 썼던 남편을 회사로 보내고 나서 누워 있다 까무룩 잠에 들었는데, 무려 남편이 퇴근할 때까지 잤다. 진정제가 이제야 효과를 낸 걸까.


알람이 이끄는 대로 저녁 질정 밤 약을 먹는다. 어제와는 달리 천천히 움직이고 천천히 걷게 된다. 쪼그리는 자세나 이상한 자세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게 된다. 그게 별로 영향이 없을 걸 알지만 그렇게 된다. 이상하다. 기분도 이상하다. 초음파의 흰 점, 배아 사진. 자꾸만 떠오른다. 환경이 변해 놀랐을 배아가, 부디 자궁 안이 편안하고 마음에 들어서 잘 자리잡고 쑥쑥 커주길.


스크린샷 2025-07-19 오후 11.53.30.png 일단 먹어본, 착상엔 추어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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