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시험관, 반착 검사 결과

그리고 다음 주기(동결이식 2차) 시작

by 둘둘

반복착상실패검사, 일명 반착검사 결과가 나왔다. 나는 총 4가지 문제점이 발견되었다.

(시험관 1차 후 반착검사 하게된 이야기는 여기: #16. 시험관 1차 비임신 종결)


1. 엽산 대사 이상

임상학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정도는 아니었다. 그래도 엽산을 소화 흡수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한다. 아무 생각 없이 사먹고 있던 엽산을 '활성형'으로 바꿨다. 활성형은 몸에 흡수되기 전 최종 형태의 엽산이다. 처방 완료.


2. ANA(Antinuclear Antibody, 항핵항체) 수치 약양성(Weakly Positive)

자기세포를 공격하는 자가항체의 양을 의미하는 ANA수치가 이상이었다. 혹시 자가면역질환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4가지 상세 항목을 추가 검사했다. 루푸스, 류마티스관절염 등이 자가면역질환에 해당한다. 이런 것들이 발견되면 류마티스내과 진료를 병행할 필요가 있다. 임신을 떠나 일단 병이 발견된 것이므로. 나는 다행히 자가면역질환이 발견되진 않았다. 다만 이식 과정에서 스테로이드를 처방할 수 있다고 하셨다. (시험관 후기에 종종 등장하는 약인 '소론도'가 이 스테로이드 계열 약이다.)


3. NK세포(NK cell) 수치 높음

NK세포는 암세포나 바이러스 등 비정상적인 세포를 공격하고 없애는 킬러 역할의 세포다. 그러나 너무 활성화되어 있는 경우에 수정란이나 배아를 외부 침입자로 인식하고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 난임병원에서는 12가 넘어가면 높다고 본다. 나는 15.7이었다. 배아 이식 시점에 면역력을 떨어뜨리기 위한 면역글로불린이나 인트라리피트(콩주사) 수액을 맞는 처방이 들어갈 예정이다. 면역글로불린은 일종의 항체인데, 항원을 없앰으로써 NK세포의 활성을 일시적으로 낮춰주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비용이 수액 한 번에 50~100만원으로 비싸다. 보통 임신 유지를 위해 이식 시점과 임신 초기에 서너번에 맞는다. (돈이 많이 든다.) 반면 콩주사는 콩기름이 들어간 수액인데, NK세포의 활성을 잠시 낮추는 것으로 알려지고 비용이 저렴해(회당 5만원 이내) 면역글로불린 대신 많이 처방된다. 나는 콩주사를 맞아보자고 하셨다.


4. 혈전과 관계된 혈액응고인자(Plasminogen) 높음

착상은 배아가 분열을 하며 자궁 내막으로 파고드는 행위다. 자궁 내막의 혈액 순환이 매우 중요하다. 잘 붙어야 혈액과 영양소를 받으며 자리잡고 쑥쑥 자랄 테니까. 반면 혈액응고인자가 높으면 혈전이 잘 생길 수 있는 환경이라 할 수 있는데, 자궁내막의 혈류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베이비아스피린이나 크녹산 같은 혈전 방지 약을 처방받아 먹게될 수 있다. 나도 처방이 있을 것 같지만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여기까지다. 주치의 선생님께서 검사해보길 너무 잘했다고 하셨다. 동의한다. 왜 이런게 나오는지 모르겠고, 의아하지만, 난임의 원인을 일부 알게 됐다는 점에서 희망이 보인다. 모두 조치를 취해볼 수 있는 문제점이다. 이번 이식 때부터 처방이 달리 해서 진행할 수 있다. 보통 3차까지 실패한 후 반착검사를 한다고 하는데, 만일 3차수까지 실패한 후 이런 점들을 발견한다면 너무나 아쉬울 것 같다. 그 동안 들인 시간이며 노력이며, 그리고 아까운 배아들은 어떻게 하나.


이번에는 자연주기로 한다. 과배란으로 난자를 채취한지 두달이 넘었고, 생리도 몇 차례 거치면서 부어 있던 난자가 제법 제 모양을 찾았다. 생리를 시작하고 병원에 방문한 때부터 새로운 주기 시작이다. 자연주기는 내 배란 시점에 의존한다. 3일배양 배아를 이식할 거니, 배란이 되고 3일째 되는 날에 맞춰서 이식을 하게 된다. 그 날까지 자궁 내막의 두께와 호르몬의 수치가 적절해야 하는 건 기본 조건이다. 내막이나 난포의 상황이 수시로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더 자주 병원에 방문해야 한다. (시간이 좀 지난 시점이라 세 보자면, 생리 주기 시작 후 총 5번 진료를 받았고 6번째 가는 날 정확한 이식 날짜를 잡을 예정이다. 이식날까지 치면 3주간 병원에만 7번 방문하게 되는 셈.) 이번에는 이식일부터 며칠간은 풀로 쉴 수 있도록 휴가도 낼까 한다.


그래도 어쩌면 희망이 보인다. 알게된 원인들이 있으니 처방을 달리하면 착붙해서 만출까지 (맘카페 용어를 배워온, '배아가 착 달라붙어서 정상 출산할 때까지'의 뜻) 할 수 있지 않을까. 때때로 힘들 때면 남편 문제로 고생은 다 내가 하네-, 라고 생각했던 오만도 이젠 없다. 우리는 너나할 것 없이 문제가 있었다. 남편은 물리적으로, 나는 화학적으로.


이식 때까지 좋은 생활 습관으로 몸을 만들려고 노력하리라 다짐했다. 가급적 11시 전에 일찍 자고, 일주일에 세 번은 짧게라도 운동하고, 가급적 건강히 먹는, 그리고 역시... 스트레스를 덜 받는 생활 말이다. ... 라고 마음먹었었지만 사실 실패했다. 야근과 개인적인 일로 이식 직전 며칠까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고, 커피를 안 먹었는데도 잠이 안와 잠을 못잤고, 운동은 스트레칭이나 삼일에 한 번 할까, 했다. 휴. 어찌 보면 전전긍긍하진 않아진 건데, 관리는 못했다. 날짜가 다가올 수록 긴장이 된다. 또 열흘간은 사소한 느낌 하나에도 이리저리 놀라며 지내겠지? 잘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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