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착검사 결과 처방을 곁들인
두 번째 이식 날짜가 잡혔다. 주기를 시작하고 6번째 진료 후다. 그간 난포와 자궁 내막의 성장을 점검하고 프로게스테론 호르몬의 수치까지 확인하느라 주에 1번에서 3번씩 병원을 방문했다. 자연주기였기 때문이다. 마지막 진료 때 난포에서 배란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자궁 내막도 1cm가 넘게 튼튼히 자라났다. 3일 후로 이식 날짜가 잡혔다. 반복착상검사(이하 반착검사) 결과 이상이 있었던 항목들에 대해서 처방이 잡혔다.
(반착검사에 대한 설명과 결과, 처방은 여기를 참조: #18. 시험관, 반착 검사 결과)
총 네 가지 약물 처방을 받고 이식 3일 전부터 준비를 시작했다. 자궁 내막의 폭신함을 보태줄 프로게스테론 질정(싸이클로제스트)을 하루 두 번 넣는다. 항핵항체, 즉 자가면역질환과 관련한 수치를 낮춰줄 스테로이드계열 약물 소론도를 하루 두 알 먹는다. 혈액응고를 방지해 혈류를 원활하게 해줄 헤파린 주사(크녹산)를 하루 한 대 맞는다. 이 주사는 맞고 나면 멍이 무조건 들기 때문에 일명 멍주사라고 불린다. 혈액응고 방지를 위해 아스트릭스라는 아스피린 계열 약도 한 알 처방 받았다. 네 가지 약물 처방은 이식 후에도, 임신 확인 후에도,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 면역계의 킬러세포인 NK세포 수치를 낮추기 위한 인트라리피드(콩에서 추출한 원료로 만들어 일명 콩주사)는 이식 당일에 수액으로 맞기로 했다.
이식 당일. 아침에 질정과 주사를 스케쥴대로 마무리하고 병원으로 향했다. 3일배양 배아를 이식할 예정이었는데, 해동된 배아의 컨디션에 따라 이식 개수를 당일 결정하기로 했었다. 주치의 선생님이 배아가 깔끔하게 할구가 분열되어 있고 컨디션이 좋아 1개로 확정했다고 하셨다. 배아 사진을 보니 콩콩 마음이 설렜다.
호르몬 수치를 채혈하고 수술방으로 향했다. 세번째 방문이라고 환복하고 모자까지 익숙하게 준비를 마쳤다. 인적사항 체크, 혈압 맥박 체온 체크, 진정제 한알 먹고, 누워서 인트라리피드(콩주사) 수액을 맞기 시작했다. 콩주사는 작은 병에 담겨 있어서 맞는데 그리 오래 걸리진 않았다. 그 사이에 소변을 채우기 위해 간호사분이 물을 가져다주었다. 큰 컵으로 두 잔, 거의 500미리를 마셨다. (지난번엔 소변이 안 차 배 초음파가 안보였었다. #13. 배아 이식하는 날 참조) 프로게스테론 수치가 높진 않았는지 보충해줄 수 있는 타이유 주사를 엉덩이에 맞았다.
이식하기 위해 수술방에 가 눕는 것도 조금더 자연스러워졌다. 그동안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수술방의 이모저모도 눈에 들어왔다. 배아 사진이 화면에 띄워졌고, 선생님이 오셨고, 짧은 인사 후 시술이 시작됐다. 열심히 물을 마셔댄 덕인지 내가 봐도 자궁이 명확하게 잘 보였다. 관으로 배아가 이식되는 모습이 선명하게 보였다. 여기, 이식 잘 됐습니다. 검사하는 날에 뵐게요.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안심.
걸어 나와 대기하던 침대에 다시 누워 15분쯤 지났을까. 부르는 소리에 일어나 나왔다. 환복하고 소변도 바로 봤다. '될놈될'을 마음에 새겼다. 하나하나 종종거리지 말고 마음 편하게 있기로 했다. 걷고 움직이고 일상생활 하는 것은 배아의 착상률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의사선생님과 연구 결과들을 믿으려 한다. 그래도 트렌드는 맞춰서 (게다가 너무 맛있어서) 이식 후 국룰인 추어탕을 한뚝배기 뚝딱 했다. 집에 오자 진정제 효과가 이제야 돋는지 잠이 쏟아져 한 네다섯시간을 내리 잤다.
이번 결과도 열흘쯤 지나서 알 수 있다. 그 동안 약 스케쥴과 컨디션을 신경쓰며 살게 될 터다. 그래도 될놈될이다. 되든 안되든 어떤 수만가지의 우연과 타이밍의 복합적인 결과이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 될 놈이길 기원하되 나 스스로를 걱정과 불안으로 갉아먹지 않으리라 다짐한다. 모든 과정에 조금은 익숙하고 편해진 내가 안타깝기도 하지만 다행이라는 생각도 한다. 다음날 휴가도 냈으니 마음 편히 쉬면서 약도 몸도 잘 챙기기로 한다. 나, 이번에도 이식받느라 수고했다.
그런데, 예기치 못한 일이 생긴다. 다음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