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위에 앉아 잠시 쉬어가기
인생은 나그넷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강물이 흘러서 떠돌다 가는 길에. '어~~~ 으음으으~' 콧노래 읊조리며 병실 창가에서 바라본 파란 하늘은 흰 구름을 안고 두둥실 어디로 가고 있느뇨.
나도 구름 위에 앉아 따라가 보고 싶구나. 날은 맑은데, 병실에 누워있는 내 마음은 먹구름으로 흐린 날이다. 두 다리 수술 후 마음대로 걷지도, 뛰지도 못하는, 마치 두 살 어린아이가 걸음마를 딛듯 아장아장 그 자리에 맴도는 현실 속의 나.
삶이 세월에 묻혀 잊히기도 하겠지만 지금은 몸 따로, 몸짓 따로, 생각대로 따라주지 않으니, 인생살이도 내가 계획한 대로 되는 건 없고 한 치 앞도 모르고 사는 인생사, 항상 뜻하지 않은 변수가 생기기 마련이니까….
젊을 때는 마음 먹으면 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 패기, 뚝심, 오기로 이뤄도 봤지만, 인생 뛰어봤자 벼룩이 뜀박질. 어느덧 주춤 멈춰 서려는 건 아닐까 조바심마저 든다. 너무 서두르지 말라. 한 발 뒤로. 뛰지 말고, 잠시 붙잡아 놓는 것인가…제대로 쉬지도, 뛰지도 못한 것 같은데…. 황혼은 넘어가고 있으니 참말로 새옹지마일세. 내 얼굴엔 주름치마가 펼쳐져 있고, 생각이 깜빡거리는 길목이요, 서리 앉은 호박꽃으로 피어가고 있답니다.
고속도로를 달려가다 휴게소에서 잠시 충전하고 가야 하는 인생, 깔딱 고갯길 앞에 멈춰서 이제야 하늘을 쳐다봤습니다. 눈부시도록 청명한데, 환한 햇살이 너무 아름다운데 이내 몸은 먹구름으로 감싸고 있습니다.
길게 잡아 두어 달이면 툭툭 털고 새롭게 탈출할 것 같았던 병실 생활은 뭉게뭉게 구름같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연장되는 병실에서 저 구름 타고 떠나고 싶다 바라봅니다.
계획할 수 없는 지금이지만 희망을 안고 또다시 다른 꿈을 위해 꿈꿔야 할 것 같습니다. 언제나 도전해 왔던 삶 자체. 나는 그래도 다시 도전, 다시 꿈꾸어보겠습니다.
이곳은(병실) 잠시 휴가 온 호텔 방, 모처럼 여유로움을 즐겨보자. 마음을 바꾸고 아장아장 두어 살 새로 태어난 마음으로 '아자! 힘내자. 이겨보자!' 외치며 '곧 괜찮을 거야, 조금만 더 힘을 내봐' 자신을 다시 다독여주며 사랑해 주어야겠습니다.
그동안 쉼 없이 달려온 보상을 이제부터는 충분히, 다시 태어나듯이 아끼고 다듬어가며 살펴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래, 너무 혹사하며 고생시켜서 미안했다. 이유 없는 삶이 있을까. 어린 시절부터 남을 먼저 배려해야 한다는 것부터 세뇌당했고, 그래야만 되는 줄 알았으니, 나보다는 타인, 가족을 위해서만 살아온 힘겨웠던 지난 여정들. 이제는 멈출 때가 온 것이라 생각합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다음에, 다음 핑계 아닌 핑계로 산 넘고 바다 건너 강물 따라온 여기까지.... 자, 저만치 남겨놓고 그만. '아쉽다' 하지 말고 STOP을 외쳐본다. 부디 너를 위한 삶의 자국을 남겨 보라고 자그마한 언덕을 앞에 둔 채…. 그래, 잘했다.
한숨 돌려 들숨 한번 크게 쉬고 다시 한번 날개 달고 날아가고 싶지만 이젠 No! Stop! 지금 아주 잘했다고 칭찬해 줘야 할 것 같다.
인생이 별거더냐, 이만하면 잘 살아주지 않았니? 아장아장 두 다리 걷듯 이제부터는 그렇게 천천히 천천히 가보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