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속에서 마주한 일상의 아름다움
녹 푸른 산등성이 병풍처럼 길게 드리운 산 너머엔 파란 하늘이 하늘 수평선처럼 나리 운다. 구름은 아기 새처럼 날아다니며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 간다.
산등성이 밑엔 멀리 파란 지붕만 보이는 집 한 채. 아래는 노랗게 익어가는 수확을 앞둔 수줍은 벼가 바람에 출렁이기까지 한다. 참으로 평화로워진다.
사이사이 하얗고 까만 하우스 안에 부지런한 농부들의 움직임 또한 풍성한 결실을 꿈꾸며 분주해 보인다. 그 옆 도랑에서는 오리 떼가 질서 있게 엄마 따라 움직이니 얼마나 예쁜지 모르겠다.
먼 곳엔 무슨 일들이 그리 많은지 차들의 모습이 수없이 달리고, 건너편에는 번화가 자리 잡힌 대단지 아파트에서 반쪽 농가의 모습이 보인다. 시골스러우면서도 도시적 느낌이 공존하는 삶을 살아간다.
커피 한 잔을 들고 바라보면 카페가 되고, 식탁에 앉아 식사하면 풍광 좋은 식당에 있는 듯하다. 자연은 때때마다 옷을 갈아입으며 색깔을 달리 나타내 준다. 아름다움, 우아함, 소박함, 때로는 우울함까지 반전에 반전을 느끼게 한다.
오전엔 파란 하늘이었는데 오후엔 잔뜩 찌푸린 얼굴로 화가 나 있다. 먹구름 몰고 오는 심술쟁이. 조금 있으니, 소나기가 내린다. 빗방울 떨어지는 도랑에서 들려오는 흐르는 물소리는 거칠게 들리면서도 시원스럽게 내려간다.
서로 기대며 살아가는 이치는 동물도 마찬가지다. 물속에서는 오리가 미생물 찌꺼기들을 잡아먹고 사는데, 그 오리 옆에서는 들고양이가 수풀에 숨죽이고 기회를 보고 있다. 그 위에는 새들도 내려다보며 지저귀고 있으며, 매미 울음소리에 풀벌레가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든다.
저 아래 집에는 유난히 항아리가 많이 놓여 있다. 항아리를 만들고 판매도 하는 곳이란다. 우리 예스러운 우아하고 아름다운 아기자기한 모양을 갖춘 정겹고 풍성하게 놓인 항아리들이 멋지다.
그리고 길옆에 늘어선 꽃가게들. 그 안에는 가슴을 설레게 하는 꽃들이 만개한다. 유난히 꽃을 좋아하는 나는 그저 바라만 봐도 속이 울렁이듯 가슴이 뛴다. 자석에 끌리듯 발길 닿은 곳은 집 앞 꽃가게.
꽃향기와 꽃 색깔이 내 마음을 변덕스럽게 흔들어 놓고 있다. 집 안에 화분 놓을 곳이 없어도 모든 꽃을 우리 집으로 옮겨서 오고 싶다. 향기에 취하고 아름다움에 혼미하기까지 하다. 한참을 꽃향기에 반해서 잠시 머물다 그냥 나와 우리 동네 한 바퀴 돌아봤다.
이사 온 지도 몇 년이 지났지만, 사는 게 바쁘다 보니 소소히 들여다볼 여유가 없어 동네 구석구석 잘 모르고 지냈다. 이렇게 아름다운 동네였음을 새삼 바라보게 됐다. 하기야 옆집 위아래 누가 사는지 모른다. 삭막한 아파트 풍경이다.
그 옛날 문밖에만 나가면 누구네 사연과 일어나는 일들이 마치 우리 집에서 생긴 것처럼 소통되고, 뭐든 함께 해결하려고 도우며 살았던 그 순수하고 정 많던 시절은 먼 옛날이야기.
엘리베이터에서 눈도 마주치지 않으려 모른 척하는 이 시대 세상 풍파. 오손도손 역지사지, 다 이 나이만큼 변해버린 일상생활 기본들이 없어져 간다. 오늘은 누구라도 눈 맞춤하면 "안녕하세요~~" 먼저 말을 걸어볼까나. 아니면 그냥 못 본 척해야 하나… 이기적이다.
짹짹 새들아, 지지배배, 짹짹, 너희는 뭐라 떠드는 거니…? 어쩌면 우리 인간에게 말 걸고 있는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