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의 교실, 꿈을 향한 첫걸음
"Hi!"
"Hello, good morning!"
시끌시끌 시끌벅적 아침 인사로 눈 맞춤이 시작되는 International English Class. 각국의 여러 사람들이 영어 공부를 배우기 위해 모인 곳이다.
다들 상쾌하게 아침을 맞이한다. 힘들고 지쳐 피곤해 있는 사람도 있다. 저마다 다른 나라에서 와 미국이라는 곳에 살게 된 이민자들이다. 서로 말은 통하지 않지만, 눈빛만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차린다. 저마다 모두 열심히 살아가고 있기에 뜨거운 동지애를 느끼며 매일 부딪히며 알아가고 있다.
대만에서 오신 수다쟁이 아줌마, 일본에서 공부하러 왔다는 일본 억양이 강한 아가씨, 같은 중년의 중국인, 유쾌한 인도 아줌마, 아랍 여인, 유럽에서 온 청년, 인심 좋은 필리핀 여자, 러시아에서 온 부녀 등 다양한 인종이 모여 있던 교실은 이곳에서 살아가기 위한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해야 하는 '의식' 중 하나인 Language School 수업이다.
각 손엔 저마다 커피와 아침 간식을 들고 각자의 나라말로 삼삼오오 흩어져 자기 나라 사람들끼리 모여 수다로 스트레스를 풀고 있는데, 가관이다. 왕왕 떠드는 소리에 아수라장이 따로 없이 수업 시작 전 무척 시끄럽다. 이때 아, 여기가 외국이구나 하고 실감하게 된다.
수업 시작종이 울리면 한결같이 진지하게 모여 토론이 시작되고, 각자의 언어 악센트가 묻어 나오는 알아듣기 힘든 언어로 발표하고 답하는데, 거의 반 이상은 알아듣지 못하지만 눈치로 알아차리며 수업을 따라가야 했다. 한국에서 영어 공부를 좀 더 많이 준비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듯이 차츰 시간이 지나면서 알아가는 속도도 변화되었고, 즐겁고 재미있는 수업을 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는 고등학교까지 문법 위주로 공부했기에 시험을 보면 월반이지만, 듣기와 쓰기가 되지 않아 매번 제자리였던 힘든 수업을 이어가야만 했다. 다른 사람들도 같은 맥락이었다. 매번 같은 반에서 머물게 되었다.
아니, 어쩌면 일부러 월반을 거부한 것이기도 했다. 월반을 통과하면 대학 본수업으로 들어가야 하니 미친 척하고 여기서 계속 맴돌았던 것이다. 정말로 대학 공부를 위해 온 것이 아니고, 체류하기 위한 수단이었기에 미국 영주권이 나올 때까지 학생 비자 신분을 유지해야 했던 상황이라 일하면서 힘들었다.
그럼에도 아시아 쪽 다른 나라 사람들의 언어 발음보다 우리나라 사람 발음이 훨씬 나았다는 생각을 했다. 일본이나 중국 사람의 발음으로는 알아듣기 어려웠다.
한동안 서로 알아가면서 친구가 되고 동료가 되는 끈끈한 학우애로 발전하면서 수업 시간 외에도 친분을 나눌 수 있었다. 서로 칭찬과 농담을 주고받으며 필요한 정보도 나누면서 힘들고 어려운 이민자들의 삶을 많이 알아갈 수 있었다.
그러나 현실적인 생활 상황이 부딪치면서 저마다 하나둘씩 중도 하차하는 상황이 많이 발생했고, 더러는 대학 본수업으로 월반한 친구도 있었다.
반 친구들이 줄어들 때마다 아쉬웠지만, 모두 이렇게 다시 흩어지는 삶으로 돌아가고 새로운 사람들로 다시 채워졌다. 반복되는 것이었다.
모두가 이 나라 미국에서 새롭게 하나씩 개척하면서 꿈을 향해 도전하고 있었다. 알아듣지 못하는 각자의 말들을 몸짓과 손짓으로 소통하며, 저마다 이 땅에서 성공하려는 사람들이 힘든 여정을 견디면서 '왜 이곳을 향해 왔을까?'를 생각하게 했다.
위대한 나라, 수많은 다른 인종이 모여 질서와 법을 지키며 하나가 된 듯 조용히 살아가는 이곳에서 우리 가족 또한 한 일원이 되어 살아가고 있음에 감개무량했다.
꿈을 향해, 꿈을 이루기 위해 먼 이곳에 정착하기까지 많은 일들이 있었겠지만, 나의 첫 번째 영어 교실 수업 시간은 긴장되면서도 기대되고 재미있었던 시간이었다.
그때 같은 반 친구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며 잘 지내고 있을까? 인연으로 스쳐갔지만, 그렇게 추억 하나를 가지게 되었다. 배움의 가치가 컸던 크고 작은 일부분 중 하나의 삶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