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언니

고난을 이겨낸 사랑

by 이미숙

어떤 관계는 피보다 깊다.

우연이 운명이 되고,

마음이 닿아 가족이 된다.


나에게도 그런 사람이 있다.

남이지만 자매처럼,

멀리 있는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처럼,

언제든 기댈 수 있는 나만의 언니.


저에겐 남자 형제만 있답니다. 먼 곳에 사는 친척 형제보다 지척에서 자주 만나는 남이 더 좋은 사람 중에 언니가 있습니다. 정 많고 살가운, 저에게 있어 고마운 분이지요. 비록 피는 섞이지 않더라도 자매처럼 기댈 수 있는 소중한 나만의 언니지요.


무심히 살면서 '좋은 언니 하나만 있었으면 좋겠다.' 입버릇처럼 되뇌었는데, 하나님이 내 소원을 들으셨나 봐요. 정말 소박하고 담백한 좋은 사람입니다. 사랑과 온정이 몸에 배어 있는 폭넓은, 참으로 오랫동안 10년 넘게 이어온 나만의 언니.


처음엔 이런 아픔을 가진 언니였음을 믿고 싶지 않았지만, 좋은 사람 언니는 지금까지 친자매처럼 허물없이 잘 지내고 있고, 늘 내 마음 한편엔 애달픔이 새겨집니다. 항상 밝아 보이고 착하게 사시는 분인데, 아픔을 갖고 살아오고 있었지요.


두 자녀 중에 한 분이 중증 장애를 가진 엄마. 자식을 바라볼 땐 누구나 애틋한 마음이 있지만, 장애를 가진 엄마의 마음은 어떨까요? 같을까요?


너무도 예쁘게 아름답게 생긴 50을 바라본 딸은 말도 못 하고 혼자 할 수 있는 게 없는 아기 같은 천사. 그런 언니는 지난 세월 속에서 남몰래 얼마나 애달팠을까요. 보면 볼수록 가슴 저미는 세상을 함께 견뎌야 했을까요?


하얗게 내려앉은 머리와 깊게 팬 잔주름 하나하나, 언니는 고뇌의 시간이 묻어나 보입니다. 남의 눈으로 볼 때도 장애 가진 부모로서의 상처가 얼마나 크게 다가왔을까 자책하며 살아왔을 인생 여정들. 하지만 내가 바라본 나의 언니는 고난의 역경과 운명을 아픈 손가락으로 견디며 잘 살아주셨습니다.


나는 그런 언니를 사랑하고 존경하고 있습니다. 긍정적 사랑만이 모든 것을 이길 수 있었나 봅니다. 엄마라는 힘은 정말 놀랍고 위대하다는 것을 곁에서 보는 나는, 나의 언니가 더 아름답고 행복하게 사랑하면서 살고 있는 현실 앞에 존경스럽고, 누구보다 위대한 부모였다고 자랑하고 싶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