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 속에 숨 쉬는 이야기

by 이미숙

조그만 섬과 섬이 이어진 망망대해 작은 섬 안에 옹기종기 모인 몇 안 되는 작은 집단촌이 보인다. 멀리서 보이는 수평선 위엔 푸른 뭉게구름 드문드문 떠다니고 작은 고깃배가 푸른 물결을 넘나들 때 햇살 아래 윤슬이 잦아든다.


바다 밑으로 비추는 태양 빛 그림자 옆 빨강, 파랑 지붕 집 처마 끝자락이 한 폭의 수채화 그림처럼 아름답게 펼쳐 보이고 철퍼덕 바다가 출렁출렁 이는 소리가 내 가슴 심장 소리처럼 와닿아 준다.


고요하고 잔잔하던 섬 바다는 한순간 돌변하는 먹구름 따라 세찬 비바람을 몰고 와 악마처럼 삼켜버릴 듯 요동치는 파도로 무섭게 심술부리다가도 변덕이 나면 다시 잔잔한 평온함을 던져놓고는 새색시처럼 부끄럽게 고개 내밀어 햇살 아래 살랑살랑 드리운다.


마치 굴곡진 인생사 비슷하지 않을까? 멀리서 그려지듯 아름다운 자그마한 섬 하나엔 누가 살고 있나...! 외로움 달래듯 파도가 찰싹거리며 속삭여 주는데.


소박한 담벼락에 기대어 저 멀리 보이는 물결 스치는 바위 틈새로 꿀렁대는 물고기 그림자도 햇살 아래 멈춰 보인다. 옹기종기 정자 앞에 모여 앉아 세상 이야기 나누시는 동네 어르신들. 친절한 인심과 정다움은 마을 풍경을 닮은 듯 고요하고 따뜻한 향기로 가득 차 보인다.


작은 섬이라 이웃 모두가 한 가족처럼 연결된 듯 거리감 없이 지내는 모습이 보기 좋아 보였다. 새벽 고동 소리 들려주며 출항해 나가 잡아 온 물고기들, 이집 저집 나눠 돌리며 인심을 쏟아놓고 여기저기 지붕 위에 널어 말리는 비릿한 섬마을 체취의 냄새가 사뭇 정겹다.


도시에서 들어온 손님이라 대접해 주듯 넉넉한 인심은 풍요로운 사랑의 마음을 담아낸다. 언제든지 부모님 댁 찾아온 자식, 변함없는 따스한 집처럼 편안한 시골 인심이 그대로 남아 있다는 것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게 했다. 섬의 모든 아름다움을 품고 살 듯이 섬사람의 마음들도 섬이 품어온 듯 여유로움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다.


너무나 오래전 꿈꾸듯 막연히 섬 이야기만 들었을 때보다 한참 지나 섬 여행을 하면서 현실을 마주 볼 수 있는 느낌이 섬사람들의 삶이 고단했을 노고를 알 수 있었다. 그 옛날보다 요즘 섬들은 다채로운 풍요를 가질 수 있음이 달라졌고 삶이 너그러움으로 채워지는 행복한 프로모션들로 넘쳐나 살기 좋은 마을로 변화되어 가고 있음을 실감 나게 해 준다.


닫혀 있던 섬 생활의 답답함이나 지루함은 낭만 자들에게는 그저 푸념으로밖에 넘겨버릴 수 있던 일이겠지만, 고요 속에 외쳐온 고단했던 나의 아버지들 세대에게는 너무도 힘들게 살아왔을 터전이고 생존이었을 것이다.


섬 곳곳마다 특색을 살려 관광이란 푯말이 붙여진 지금의 섬들은 한껏 활기차 보이고 사람의 냄새로 넘쳐나고 있다. 조용하기만 하던 묶여 있던 섬들이 이제는 어디든 열려 있고 발길 닿는 곳곳마다 아름다움을 뽐내주고 명성을 얻는다.


작은 고깃배부터 유람선까지 수없이 오고 가는 바닷길 위에서 인생 한 컷 멋진 사진 한 장 남기고 스쳐 갈 때마다 저 멀리 크고 작은 섬이 보이는 곳 깜빡이는 등대가 있어 듬직하게 지켜줄 것 같은 평온이 찾아온다. 바닷새도 배 물결 따라 고개 저으며 먹잇감을 찾아가고 날아 주며 온다.


거친 비바람 스친 곳에 부서져 내린 바윗돌들은 새들의 쉼터로 내어주고 고요 속 외침 같은 바닷물 소리만 철썩 찰싹 넘실거린다. 섬은 마치 어머니 품 안에 안겨 있는 것 같은 포근함으로 감싸주었다. 신비의 섬을 빠져나온 듯 아련하게 비치는 모래성 밖 풍경과 환경이 새삼 낯설게만 보인다.


섬들아, 오랜 세월이 흐르고 지나도 늘 그 자리 변함없이 지켜줄 거라 믿으마...! 누구라도 찾아들면 너의 신비를 꼭 다시 볼 수 있게.


세월이 흐르고,

파도가 부서져도,

섬은 언제나 그 자리에서

누군가를 맞이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