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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게 비범한 철학 에세이를 읽고

속지에 써놓는 대신

by 복습자

제목 그대로 철학 사조를 적절히 설명해 주는 책이다.

한나 아렌트를 소개한 부분이 인상 깊다.

알쓸신잡 시리즈에도 등장한 철학자라 무슨 이야기인지 많은 사람들이 안다.


한나 아렌트가 쓴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읽지는 않았지만 여하튼 안다. 많은 소개를 들어서.

보통 이스라엘의 재판장에 선 아이히만을 설명해 주고 결론을 맺는데, 이 책에서는 이런 이야기도 들려준다.


"1945년에 나치 독일의 패색이 짙어지자, 아이히만의 상관이었던 힘러는 유대인 학살 중지 명령을 내립니다. 하지만 아이히만은 그것이 히틀러의 직접 명령이 아니라는 이유로 유대인 학살을 계속했습니다. 또한 아이히만은 아르헨티나에서 도피생활을 하면서도 나치 잔당들과 계속 모임을 가졌고, 모임에서 자신이 유대인들을 학살한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은 단순히 명령을 수행한 자가 아니었으며, 지구상에서 유대인들을 지워버리고 싶은 이상주의자였다고 말했습니다. (중략) 아이히만은 재판 과정에서 무죄를 주장하기 위해서 자신은 아무 생각이 없었던 것처럼 사람들을 속인 것일 수도 있습니다. (중략) 아이히만이 한나 아렌트를 속인 것일 수도 있죠.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진짜로 속은 사람은 한나 아렌트가 아니라 아이히만 자신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히틀러에 의해서 주입된 가짜 신념을 자신의 신념이라고 스스로를 속인 것입니다."


어떤 과정에서 선택의 순간을 맞닥뜨릴 때 그 선택의 순간은 짧지만 그 이유는 길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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