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 교차로에 걸린 현수막이다. "괴산 대학 찰옥수수 본격 출하!"
어머니는 우리가 농사지은 옥수수를 10년 정도 노점에서 파셨다.
어머니가 떠오른다.
김영하 작가의 오래 준비해 온 대답에는 이런 글이 나온다.
"할머니와 그녀의 손자, 그리고 동네 사람들이 떠나는 우리의 뒷모습을 보고 있었다. 그들의 눈길과 표정. 미소 뒤에 감춘 한 가족의 기대 어린 갈망. 전에도 그런 시선을 받아본 적이 있었다. 바로 쿠바의 아바나에서였다"
앞의 이야기는 이탈리아에서 숙소를 구하면서 겪은 일이다. 뒤에 그 쿠바에서 시가를 구입하던 상황도 자세히 나온다.
우리 가족이 후자처럼 가난한 시절에 있진 않았지만 두 가족이 발산했던 느낌이 무언지 알겠다.
가끔 어머니가 장사하고 계신 읍내 노점에서 우리 옥수수 맛을 본 손님이 어머니의 설명을 듣고 집에 있는 나를 찾아와 갓 수확한 옥수수를 사가는 경우도 있었고.
우리 집은 고추농사도 지었는데, 어느 가을 휴일 낮 우리 집에 고추 장사꾼이 오면 조금은 저 책 속 묘사와 비슷했다.
가난하지는 않았지만 힘든 시절이었다. 긍정에너지가 넘치는 우리 어머니는 그 시절 힘든 이야기 대신 이런 말씀을 잘 하신다.
"그래도 엄마 덕에 너는 제철에 맛있는 과일 맛있게 먹었잖아"
아이를 길러보니 한글 옥수수에도 어머니를 떠올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