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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빌리의 노래를 읽고 포크 얹기

속지에 써놓는 대신

by 복습자

일본의 20년 전 모습에서 한국을 본다는 식의 이야기들 - 고령화, 프리터족 등 - 이 있다.

일본 자리에 미국을 넣으면 공통되는 사회양상은 일본보다 적고, 햇수는 많아질 것 같다.

힐빌리를 지금 우리나라에 대입하면 안타깝게도 "휴먼시아 거지", "개근 거지"란 표현이 떠오른다.


작가인 밴스는 나보다 두 살이 많다. 같은 시기 둘의 거주지를 그려 본다.

각각 세계화, 도시화라는 유탄을 맞았다.


책 속의 마약, 총기, 경찰 출동 같은 단어는 내 고향엔 없었다.

하지만 알코올 중독, 가정 폭력, 이혼(재혼), 매우 가난한 가정 - 미국과는 다른? 말만 번지르르한 백수 아버지에 노가다 뛰시는 구식(남편을 하늘로 여기는)어머니 - 가정은 우리 마을에도 있었다.

각각 S아저씨, L아저씨(이혼), 내 친구 J(재혼), 친척형 H


네 가정의 자식들 소식은 이렇다.

각각 예의 바른 청년, 아버지처럼 이혼한 청년, 세상을 등진 남자, 사관학교에 진학한 남자

양 끝에 둘은 어머님과 아버님이 그래도 자녀에게 예의범절을 중히 가르쳤다.


가운데 둘은 똑똑하고, 붙임성 좋은 아이였는데 이걸 키워주고받아줄 어른들이 주변에 없었다.


우리 아버지도 그 시절 다른 시골 청년처럼 고향을 떠났지만 결혼 전에 가난한 부모님 댁으로 돌아오셔서 농사를 지으셨다.

어머니는 옆 마을 알부자 후처의 딸 셋 중 둘째로 여러 명의 새엄마 밑에서 자라셨다.

두 분은 큰할머니의 중매로 아버지는 늦은 결혼을 어머니는 이른 결혼을 하셨다.


내 유년기에 잊지 못하는 기억 중 하나는 아빠와 다툰 엄마가 짐을 싸서 나가는 걸 내가 울며불며 말리는 장면이다.

다행히 일주일 정도 지나 엄마는 돌아와 지금까지 아버지와 함께 지내고 계신다.

두 분 모두 따듯한 마음을 가지셨고 경우를 아시는 분들이었기에 내가 구김 없이 자랄 수 있었다.


밴스가 전하는 메시지는 이렇다.

'유년기를 나처럼 보내는 아이들에게는 친숙함과 안정감을 아이에게 보여주는 - 아이가 느끼게 해주는 - 어른이 중요한데,

아동학대 관련 법정에서는 라이선스 여부를 따져 평소 친밀감이 높았던 아이의 친인척이 아닌 위탁가정에 아이를 보내는 판결을 내린다. 아쉬운 부분이다.'


어른의 무게를 느끼게 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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