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개탄이 공감을 얻으려면(각자가 생각하는 작가)

왜구구단은

by 복습자

다음은 김영민 작가의 공부란 무엇인가에 나오는 내용이다.


A: 당신 생각에, 한국 역사상 가장 뛰어난 철학자는 누구입니까?

B: 이순신 장군이죠.

A: 이순신 장군은 철학자가 아니잖아요. 장군이잖아요?

B: 한국 역사상 가장 뛰어난 장군이 누구냐고 물어봤어야지!

여기서 B의 문제는 세상이 자기 위주로 돌아가야 한다고 믿는다는 점이다. 그런 사람은 자신이 가진 전제를 상대도 당연히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너무 쉽게 전제하므로, 토론에 적합한 이가 아니다. 세상이 자기 위주로 돌아간다고 생각한 나머지, 외국 상점에 가서도 다짜고짜 자국 화폐를 들이밀 사람이다. 누군가 전철에서 휴대전화 볼륨을 높이고 BTS의 음악을 감상할 때, 옆자리 승객이 "다른 사람에게 방해되지 않게 이어폰을 사용하라"고 했다고 치자. 그 사람이 "아니, 한국 사람치고 BTS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라고 화를 낸다면, 그는 자기 생각을 한국 사람 일반의 생각으로 치환하고 있는 것이다. 한 개인에 불과한 자신의 취향을 타인에게 강요하기가 버겁자, 한국 사람의 공통된 특징이라는 단계를 거쳐서 상대에게 자신의 취향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옆자리에 앉은 한국인 승객의 이견 자체가 그의 전제를 무너뜨리고 있다.


김태훈의 프리웨이란 라디오에서 책을 소개해주던 코너인 북끄북끄를 유튜브로 몰아서 듣고 있다.

매주 토요일 DJ와 두 패널이 작가와 책의 줄거리를 소개하고 책의 이모저모를 이야기하는 코너였다.

작가 소개에 자주 등장하는 수식어로 "작가들의 작가"란 게 있었고,


나름 교양을 표방하는 코너인지라 흔히 말하는 어디 어디서 누가 누가 뽑은 꼭 읽어야 할 100권의 책들도 종종 소개가 됐다.

저런 말을 듣고, 이런 책들을 읽은 영향으로 나에게 작가란 무언가 묵직한 느낌이.


나의 전제와 상대의 전제 다를 수 있단 걸 알고, 전제가 같을 때 개탄해야 공감을 자아낸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힐빌리의 노래를 읽고 포크 얹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