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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내분실을 읽고

속지에 써놓는 대신

by 복습자

사후, 개인의 기억을 데이터화하여 보관하는 일종의 도서관에 엄마의 기억이 있다.

이런 것이 생생하게 소비 또는 감각 - 망자와 교감 - 되는 시대다.

어린 자신을 방임한 엄마였기에 성인이 된 주인공이 위 기억을 열람한 적은 없었다.


어느 날, 곧 태어날 아기 때문인지 주인공은 도서관을 방문한다.

그런데 도서관 직원이 말하길 인덱스가 사라져 엄마의 기억을 찾을 수 없다며,

이 기억은 사라진 것은 아니고 관내분실 같은 상태에 있는 거라고 한다.


며칠 뒤 도서관측에서는 둥둥 떠다니고 있을 엄마의 기억이 물만 한 미끼 - 매개체, 인덱스 - 를 가져오면 스캔을 통해

엄마의 기억을 제자리에 꽂히게 할 수 있을 거란 해결책을 제시한다.

주인공은 오래전부터 따로 살고 있는 아빠를 찾아가 젊은 시절 엄마가 표지디자인을 한 책들을 받아오고,

제자리를 찾게 된 엄마의 기억을 열람해 엄마를 이해하며 끝이 난다.


엄마 자리에 일제강점기를 넣어 본다.

현재, 그 시기가 소설처럼 관내분실 상태여서 매개체로 책이나 글이 필요하다면?

나는 박완서 작가의 내 소설 속의 식민지시대를 스캔해 보라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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