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과 6펜스를 읽고(새로운 일을 열망한다는 건)
속지에 써놓는 대신
독서 에세이인 편성준 작가의 읽는 기쁨에서 다음의 글을 접하고 읽게 되었다.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꿈을 쫓아가는 내용은 위험하니 직장인들에게 금서로 지정해야 한다는 지인의 농담이 있었다. 회사 다니기 싫어 죽겠는데 이런 책을 펼치면 마음이 더 싱숭생숭해진다는 것이다.
달과 6펜스의 전반부에서는 주인공의 독특한 면모 - 진정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 가족을 떠나는 등의 모습 - 가 주인공과 같은 장소에 있던 화자의 관찰로 그려진다.
이런 주인공의 행동은 가족과 주변인들에게 괴로움을 안긴다.
이 부분에서 움찔하는 독자들도 있다. 나도 그랬다.
나 하고 싶은 것을 하자고 가족들에게 피해를 주는 게 옳지는 않지 하는.
후반부는 위 장소를 떠나 꿈을 쫓던 주인공을 다양한 장소와 시기에서 지켜본 이들의 증언들로 채워진다.
이들 중 선장의 말이 인상 깊다.
"사람이 사랑에 빠지면 다른 것은 아무것도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다는 걸. 그런 사람은 갤리선*의 노 젓는 나무 의자에 쇠사슬로 묶인 노예처럼 자기 자신을 마음대로 하지 못해요. 스트릭랜드를 얽매었던 그 열정도 사랑처럼 사람을 꼼짝 못 하게 만들었죠. (중략) 스트릭랜드를 사로잡은 열정은 미를 창조하려는 열정이었습니다. 그 때문에 마음이 한시도 평안하지 않았지요. 그 열정이 그 사람을 이리저리 휘몰고 다녔으니까요. 그게 그를 성스러운 향수에 사로잡힌 영원한 순례자로 만들었다고나 할까요. 그의 마음속에 들어선 마귀는 무자비했어요. 세상엔 진리를 향한 갈구가 너무 커서 그것을 얻으려고 자기가 딛고선 세계의 기반마저 부숴 버리려는 사람들이 있어요. 스트릭랜드가 그런 사람이었지요. 진리 대신 미를 추구했지만요."
나는 깨갱했다.
*옛날 그리스와 로마 시대의 군함 같은 것으로 노예나 죄수들이 쇠사슬에 묶인 채 노를 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