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에서) "하루란 무엇인가, 란 시가 있는데."
부엌에서 물을 끓이면서 가호가 말했다.
"이렇게 시작돼.
아무리 순조로웠던 하루가 끝나도
날이 밝을 때까지 깨어 있어도
빵과 우유로 아침을 먹고 또 하루를 지낸다."
(내 마음에서) 앞에 하루에도 뒤에 하루에도 그날 아침에도 시인은 같은 사람 생각을 한 번씩은 했을까?
20년 전 즈음에 처음 읽었던 책은 중고로 팔아서, 이번에 다시 중고를 구입해 읽었다. 이십 대 때에도 저 부분에 줄을 그었는지는 알 수 없다. 그 시절 확실하게 밑줄 친 문장은 이렇다.
둘이 나란히 카메라를 보면서 웃었다면. 사진으로 보는 둘은 늘, 언제나, 상대방의 시선에 사로잡혀 있다.
그래서일까.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와 <모순>에서 여주가 사랑을 느끼는 남주의 직업은 사진작가다. 마지막으로 나에게 동시성으로 다가온 구절이 있어 적어 둔다,
문득 시즈에는 세리자와의 아내도(전에 한 번 만난 적이 있다. 아름답기는 한데 생기발랄한 느낌이 없는 여자였다) 열심히 수영장이나 헬스클럽에 다니면서 나이에 비해 탄력 있는 몸을 유지하고 있을까, 하고 생각했다. 그러고는 금방 부정했다. 그 여자는 그런 타입이 아니다. 절대 그런 타입이 아니다. 만약 그런 여자였다면 훨씬 더 좋았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