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을 걷다가 하트 모양의 돌을 주웠어
작고 아름다운
얼마나 오랜 시간 닳고 닳아
이런 멋진 모양이 만들어졌을까
돌을 바라보며
누구에게 건넬까 생각해 보았지
먼저 떠오른 건 아내였어
하지만 아내는 돌 따위에 감동할 사람이 아니었어
시니컬한 중학생 딸도 마찬가지
자주 가는 찻집 주인에게 건네면 어떨까
그녀는 조금 더 감상적인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
종종 시집 따위를 꺼내 읽는 걸 보면
나는 줄곧 주머니에 하트 모양의 돌을 넣고 다녔어
퇴근길 전철 안에서 돌을 건네고 싶은
젊고 아름다운 여인을 만났지만 줄 방법이 없었어
친구를 만나 돌을 보여주며
누구에게 건네면 좋겠냐고 물으니
하트 모양이라고 하기엔 좀 억지스럽고
크게 감동할 사람은 없을 거라고 말하더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여름 해변에서 처음 그 돌을 주웠을 때의
흥분을 잠깐 떠올렸어
그것은 두근거리는 심장 같았지
나는 주머니 속의 돌을 만지작거리다가
공원 풀숲 멀리 힘 껏 던져버렸어
시 고영민
집 햇빛 두 개 더
2012년 여름, 노량진 삼익아파트 상가의 꽤 큰 분식집에서 이른 점심으로 비빔밥을 주문했다. 주방 이모 둘이 나에게 올 비빔밥을 보고 웃고 계셨다. 아~ 비빔밥 위에 계란 노른자가 하트 모양이었다.
2014년 늦은 가을, 남이섬을 찾았을 때 낙엽을 쓰는 직원이 낙엽을 하트 모양으로 모으고 있었는데. 나만 간직하고 있는 추억일까?
그리고 언젠가 출근길 주차장에서 본 하트 모양. 왜 사진을 찍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