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겨울 방학이 끝나고 너의 마지막 편질 받고 나선 박지윤 <환상>을 많이 들었어. 특히, "저 문을 열고 걸어 들어오는 그대 모습만 아직도 떠오르는 걸" 이 소절을.
난 방학 내내 갖가지 내 불안한 마음은 어른일 내일의 내가 잘 가져가 있기를 바랬다.
말도 안 되게 납치하듯 너가 그 미래에 있을까? 그럴까? 멍청한 상상만 하면서.
반어른인 대학생 때 너의 연락처를 알아 냈었다.
이때 난 에쿠니 가오리 소설에 푹 빠져 있었어. 경험도 없으면서 말야.
우리가 쌓아 올린 게 없어서는 핑계고 아직 내가 그린 미래랑 달라서 연락을 안 했어.
2022년, 너의 소식을 들었어.
그런데
직접 보고 싶어서 - 메신저나 전화로 약속을 잡고 그러긴 싫어서 - 기다렸어. 마냥.
2025년, 25년 만에 직접 - 너가 있는 곳에 며칠 출장을 나가 마지막 날 내 발로 찾아가- 너를 봤잖아. 신긔 - 여전한 너의 말투를 따라서 - 했잖아.
덕분에 쟁여 놨던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을 읽었어.
너의 꼬맹이는 여자고 10살이라고.
우리 애기는 남자고 6살.
너를 다시 만난 후 저 책을 시작으로 대여섯 편의 소설을 읽었어. 이중 20년 전 보았던 <도쿄타워>를 오늘 다시 다 읽었어. 맨 뒷장에 이런 문장이 나와.
함께 살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행복해.
오늘 너의 상태 메시지는 "잘, 해내긔" 더라.
오늘 내가 읽기 시작한 시집의 제목은 "사랑하고 선량하게 잦아드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