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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성쌤 Mar 31. 2021

나는 나무늘보아빠입니다

   얼마 전 <옥탑방 문제아들>이란 KBS예능 프로그램을 보았습니다. 방송인 사유리가 나왔는데 사유리씨는 최근 비혼모로 화제가 되었었습니다. 결혼하지 않고 해외에서 정자를 기증받아 출산을 한 사례로 그녀의 결심과 실천에 많은 사람들이 응원을 해주었었는데요. 그녀의 출연 덕분인지 <옥탑방의 문제아들>에서도 대부분의 문제들이 사유리의 맞춤형으로 출제되었습니다. 저도 프로그램을 오래 보다보니까 출제 유형이 어느 정도 파악이 되는데 마지막 문제는 대부분 감동적인 문제로 출제가 되고 마무리가 되더군요. 이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데 사례가 사람이 아닌 동물이었다는 것이 의외였는데요.


출처 : 옥탑방의 문제아들 캡쳐


  문제는 이러하였습니다. 

  나무늘보는 느림보로 잘 알려진 동물입니다. 나무늘보는 대부분의 시간을 나무에서 매달린 채 보낸다고 하는데요. 배변을 위해 일주일에 한 번 정도만 땅을 밟을 정도로 나무 위에서만 생활합니다. 얼마전 코스타리카 정글에 사는 한 나무늘보가 이제껏 보지 못한 빠른 속도로 지상으로 향해 움직이는 모습이 포착되어 놀라움을 안겼다고 하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지 맞히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출처 : 옥탑방의 문제아들 캡쳐


  이에 사유리는 엄마답게 바로 정답에 도전하게 되는데요. 위험에 처한 나무늘보 아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물론 이전에도 각종 오답들이 쏟아졌었는데요. 사유리에 한 마디에 정답을 발표하는 탁성PD는 조용해졌다가 "정답입니다"라고 말합니다. 정확한 정답은 "땅에 떨어져 울고 있는 아기 나무늘보를 구하기 위해서"였는데요. 



출처 : 옥탑방의 문제아들 캡쳐 


   저는 이 날 나무늘보의 특성에 대해 처음 제대로 듣게 되었는데요. 나무늘보는 평소에 조금만 움직여도 금방 탈진해서 잠들어버린다고 합니다. 그리고 몸에 근육이 거의 없어서 움직이는 속도도 느리고 시력 또한 매우 나쁘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때 엄마 나무늘보가 당에 떨어진 아기 울음소리를 듣고 청각에만 의지에서 아기 나무늘보를 전력을 다해 찾아가 구했다고 합니다. 

   

   평소 나약한 모습인데도 불구하고 땅에 떨어져 위기에 처한 아기 나무늘보를 구한 엄마 나무늘보의 모습에서 감명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런 모습에서 저의 모습들을 돌아볼 수 있었는데요. 저와 오랜 연애를 하고 6년째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아내의 입장에서 보면 제가 나무늘보의 평소 모습과 같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예전과 다르게 근육도 없어지고 있고 움직임도 둔해지고 있고, 나무늘보처럼 조금만 일하고 와도 피곤해하고 탈진해서 잠들어버리는 모습하며 다를 것이 없어보일 것 같았습니다. 




  최근 둘째까지 태어나서 한 달이 조금 넘어간 지금인데요. 위의 아기 나무늘보 이야기처럼 위기가 자주 처해지지는 않습니다. 일상생활 속에서 나무늘보처럼 지내다가도 아이들 일이라면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보다 남다르게 하는 편인데요. 집에서 재택근무 중 사무를 보다가도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면 가서 분유 타고 기저귀 갈고 아빠의 역할을 다 하려고 노력합니다. 강의가 주업이라 강의가 없는 날이면 첫째의 어린이집 등하원을 맡아 하고, 집안이 조용한 것을 좋아하는 아내를 위해 첫째 하원 후에도 놀이터, 공원, 키즈카페, 동물체험농장, 마트 등을 아이와 함께 다니며 데이트 겸 집안의 평화(?)를 위해 최선을 다 하고 있습니다. 


출처 : 엄마까투리 유튜브 채널 '스피드왕 나무늘보' 캡쳐


  위 이미지는 저희 아이가 보는 유튜브 중 '엄마 까투리' 시리즈 중 '스피드왕 나무늘보'편이 있습니다. 나무늘보인데 빠른 것을 좋아하는 나무늘보인 것이죠. 아이러니한 컨셉이긴 하지만 아이와 함께 보며 재미있었습니다. 저기 나무늘보가 스피드를 즐기는 것처럼 즐겨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행동을 바꾸어보기로 했습니다. 한동안 저 스스로 나무늘보 같아보인다 생각할 정도로 체력이 저질이 되고 근손실이 오고 살도 찌고 피곤해했습니다. 하지만 가족을 오래동안 지키기 위해서 매일 1시간씩 산책 겸 운동도 하고 푸시업도 해내고 있습니다. 점점 살도 빠지고 건강해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다보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스피드를 즐기는 나무늘보가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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