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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성쌤 Apr 13. 2021

무면허인 아내가 드디어 운전을 하고 싶어할 때

운전하고 싶어하는 아내 옆에 모자란 남편이 있을 때 하는 생각

  저와 제 아내는 6년차 부부입니다. 연애기간까지 합하면 꽤 긴 시간을 함께 하고 있는데요. 첫째까지 잘 키우며 살아가면서 크게 변함이 없는 사람이다 싶었는데 최근 둘째 딸이 태어나면서 아내의 마음에 큰 변화가 일어난 것 같습니다. 


이미지 출처 : pixabay.com


  며칠 전, 서울을 함께 다녀올 일이 있어서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이야기를 나누다가 갑자기 운전을 하고 싶다고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왜?"

라고 물어보니 아내는 저로부터 벗어나고 싶다고 하더군요. 무면허인 아내는 어딘가로 이동하려면 항상 저에게 의지를 해야했고, 제가 일을 나가거나 어딘가 다른 용무로 나가 있으면 이동이 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더 이상 신세지고 싶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역지사지 해보면 연애시절부터 하면 10년 넘게 타왔으니 그럴만도(?)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미지 출처 : sbs


  사실 아내는 운전을 싫어하고 무서워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프로그램 중에 하나가 '블랙박스'관련 tv프로그램을 보는 것인데 차량 주행 중 일어나는 다양한 사고들에 대해서 보고 아찔해하고, 조심해야겠다며 다짐하는 편입니다. 블랙박스 관련된 프로그램들을 보면 차량이 전복되는 사고들도 나오고, 사람들이 다치는 사고들도 나오고, 도로에 있는 기물들이 파손되는 사건들이 나오는 등 정말 다양한 사건 사고들이 나옵니다. 그래서 그런 tv프로그램들을 함께 보다보니 아내는 운전에 대해서 더욱 무서워하게 되었다고 평소에 말합니다. 저는 안전운전에 목적을 두고 보는거긴 하지만요.


출처 : jtbc 1호가 될 수 없어


  그러던 아내가 운전을 하고 싶다고 이야기하니 저는 의외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올 것이 왔구나.'라고 한 편으로 또 다른 감정과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른 남자들에게 물어본 것은 아니지만 부부 사이에 하지 말아야 할 것 중 하나가 '운전 연습'이라고 늘 들어왔던 터였습니다. 대부분 운전연습 하다가 싸운다고 들어왔고, 방송에서도 그렇게 봐왔기 때문입니다. 아직 제가 제대로 시도해보지 못한 것이라 두렵기만 한 분야(?)인데요. 


  그리고 최근 운전면허 교습 비용을 알아보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점점 더 현실적으로 다가옵니다. 처제가 배울 때는 40만원이면 배웠는데 지금은 교습비가 100만원이 넘느니 하면서 집에 같이 있을 때 식구들이 말하는 것이 들리는데 '찐'이구나 싶더군요.


도로 위 범퍼카, 출처 : 구글이미지


  그래서 아내에게 서울에서 돌아오면서 했던 말이 '일단 200만원짜리 차부터 시작해볼까?'라고 했습니다. 처음이니 중고차부터 범퍼카로 써도 나쁘지 않겠다 생각을 단순하게 한 것이죠. 뭐 이 말에 큰 반응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상상을 했습니다. 저는 일을 나갔는데 제 아내가 우리 사랑스런 딸 둘을 차에 태우고 나갔다? 아직 운전하는 것이 제대로 상상이 안 되나봅니다. 왜인지 아찔한 모습만 떠오릅니다. 그래서 아내에게 조심스럽게 이야기해봅니다. 


"여보, 내가 좀 더 열심히 벌어볼게. 자율주행자동차가 있거든. 테슬라에서 열심히 만들고 있으니깐..."


  아내는 웃었습니다. 순간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아내의 운전실력보다는 인공지능을 더욱 신뢰한 저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일까요. 아내도 걱정이지만 딸 둘이 그 곳에 같이 타고 있을 것(?)이라는 상상이 더욱 아찔하기는 했습니다. 모든 것이 저의 부덕함이겠지요.  

  

   결론은 일단 운전면허를 저렴한 비용에 자존감 안 떨어지게 한 번에 붙게 한 다음, 최대한의 인내심을 발휘해서 사랑하는 마음으로 운전 연습을 시켜주고, 닥터스트레인지의 반복적으로 시간을 되돌리며 결국은 빌런을 물리치는 인내심과 같이 무한 '믿음'으로 두 딸을 맡겨볼 수 있어야겠습니다. 


  운전연습을 하게 되면 그 후기도 역시 브런치로 올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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