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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노 Aug 31. 2020

유럽 장기 여행은 처음이라

퇴사여행 계획 짜기: '설렘'과 '스트레스'의 연속

여행 목적지는 동유럽으로 정했지만, 기간은 미정이었다. 장기 여행이라는 타이틀만 있었을 뿐, 구체적으로 며칠간 머물러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가고 싶은 국가와 도시를 정하면 어느 정도의 기간이 필요한지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우선 동유럽 여행 코스를 검색해봤다. 동유럽 여행 시 대부분의 사람들이 방문하는 국가는 체코, 오스트리아, 헝가리, 크로아티아였다. 여기에 슬로베니아를 추가한 여행객들도 있었다.


슬로베니아를 여행 코스에 넣을지 말지 고민이 됐다. 구경할 게 별로 없다는 후기도 있었지만, 반드시 가보라는 후기도 있었다. 고심 끝에 슬로베니아를 여행지로 추가했다. 아름다운 바닷가 마을 '피란'과 한 폭의 그림 같은 '블레드 성' 사진을 본 후 슬로베니아에 가기로 결심을 굳혔다.  '이왕 멀리 가는 김에 볼 수 있는 건 다 보고 오자'는 생각도 있었다.


체코, 오스트리아, 헝가리,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의 순서로 동선을 짠 뒤 각 나라별로 방문할 도시를 정했다. 같은 나라여도 도시마다 특성이 달라서 최대한 많은 곳을 가고 싶었고, 하나둘 추가하다 보니 애초에 예상했던 것보다 여행 기간이 늘었다. 5개국 16개 도시를 방문하는 26박 27일 여행으로 확정을 지었다.  


동유럽 26박 27일 여행(19.09.22~10.19)

동유럽 26박 27일 여행 동선

체코: 프라하/체스키크룸로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잘츠카머구트(장크트길겐, 장크트볼프강, 오버트라운)/빈

헝가리: 부다페스트

슬로베니아: 류블랴나/블레드/피란

크로아티아: 로빈/자그레브/플리트비체/자다르/스플리트/흐바르/두브로브니크


여행 일정을 짜는 건 설렘과 스트레스의 반복이었다. 아름다운 풍경의 사진들을 보면 여행에 대한 기대감이 부풀어올랐지만, 각 도시에 며칠 동안 머물지, 어디서 숙박할지, 또 도시 간 이동은 어떻게 할지 등 결정해야 할 것들이 넘쳐 머리가 지끈거리기도 했다. 물론 일할 때에 비하면 '행복한 고민'이었다. 어쨌든 신경 쓸 게 너무 많아서 노트에 하나씩 정리했다. 먼저 여행 날짜를 쓴 뒤 해당 날짜에 체류할 도시를 적었다. 이어 항공편, 숙박, 도시 간 이동 방법을 차례로 작성했다.

동유럽 왕복 항공편(프라하 IN, 두브로브니크 OUT)

항공편은 스카이스캐너를 통해 알아봤다. 출국할 때 도착지(체코 프라하)와 입국할 때 출발지(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가 달랐기 때문에 '다구간'으로 설정하고 항공권을 검색했다. 여러 개를 살펴보다가 저렴하면서도 경유 시간이 짧은 폴란드항공(LOT)의 항공편을 예약했다. 가격은 왕복 108만 원. 여행 한 달 전에 예매해서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에 항공권을 구매할 수 있었다.


다음은 숙박. 비용을 최소화하려면 호스텔이나 게스트하우스에 머물러야 했지만, 여자 혼자서 치안이 그다지 좋지 않은 유럽에 가는 터라 안전한 호텔을 우선순위로 삼았다. 호텔 검색은 호텔스닷컴, 부킹닷컴, 아고다에서 했다. 3가지 앱에서 숙소를 검색한 뒤 위치, 가격, 청결함을 고려해 가장 마음에 드는 호텔을 예약했다. 비용 절감을 위해 평점이 높은 호스텔 2곳도 포함시켰다.


호텔 앱에서 좋은 곳을 찾지 못하면 에어비앤비를 이용했다. 에어비앤비에서는 현지인이 거주하는 넓고 깨끗한 집을 호텔보다 저렴한 가격에 예약할 수 있었다. 유럽 호텔은 시설이 낙후된 곳이 많아 에어비앤비 숙소가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경우가 많았다. 크로아티아는 호텔 자체를 거의 찾아볼 수 없어서 에어비앤비 숙소 또는 부킹닷컴의 아파트먼트를 예약했다.


에어비앤비 숙소의 선택 기준은 슈퍼호스트 여부였다. 슈퍼호스트의 숙소는 위치와 전망이 좋은 것은 물론이고, 체크인의 편리함, 보안, 그리고 청결도까지 검증된 곳이었다. 국회의사당 야경이 보이는 부다페스트 숙소, 테라스 아래로 바다가 펼쳐진 두브로브니크 숙소 등 슈퍼호스트의 집들은 '폭풍 검색'으로 지쳐 있던 나에게 다시금 설렘을 안겨 주었다. 그렇게 여러 숙박 앱을 번갈아가며 비교 분석한 끝에 숙소 예약을 모두 마쳤다.  

여행가기 전 예약한 숙소를 노트에 정리했다.

숙소는 총 14곳이었다. 모든 곳의 이름과 정보를 외울 수 없어서 숙소마다 머무르는 날짜, 가격, 조식 포함 여부, 체크인 시간, 결제한 카드 등을 노트에 정리했다. 26박에 총 188만 원이 나왔는데, 나중에 자그레브 숙소를 변경해서(서브스페이스 호스텔→더닷츠 호스텔) 대략 200만 원이 들었다. 1박에 8만 원인 셈이다. 조금 더 눈을 낮췄다면 비용을 줄일 수 있었겠지만, 숙소 만족도가 매우 높았기 때문에 후회하지 않는다.


가장 큰 뼈대인 항공편과 숙소를 정한 후 도시 혹은 국가를 이동할 때 필요한 교통수단을 알아봤다. 나라별로 교통수단을 제공하는 회사가 달라서 예약하는 게 조금 번거로웠다. 레지오젯, 빈 셔틀, ÖBB 기차, 플릭스버스, 고옵티, 겟바이버스 홈페이지에 각각 들어가 날짜 및 시간에 맞는 교통편을 조회하고 예약했다. 여행 다니면서 예약 사항을 간편하게 확인할 수 있게 모바일 앱도 설치했다. 이 밖에도 플리트비체국립공원 입장권, 흐바르 섬 왕복 승선권 등 사전에 예약하지 않으면 매진될 가능성이 높은 티켓들을 구매했다.


항공편부터 숙소, 교통편, 입장권을 예약하는 데 일주일이 넘게 걸렸다. 장기 여행 특성상 문제가 생기면 잔여 일정들이 모두 꼬이는 불상사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철저하게 계획을 짤 수밖에 없었다. 노트에 날짜별 이동 방법과 탑승 위치, 소요 시간까지 적고 나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역시 세상에 쉬운 일은 없구나.

날짜별로 이동 방법과 탑승 위치 및 시간 등을 정리했다.
여행 계획을 세울 때 유용했던 동유럽 여행책

마지막으로 관광지를 알아봤다. 관광지는 여행책과 트리플 앱을 참고했다. 서점에 있는 많은 여행책 중 내가 가는 5개국을 다룬 책을 사서 방문할 곳을 정했다. 트리플 앱은 동선을 보며 일정을 짤 수 있어서 유용했다. 관광지와 맛집에 대한 여행객들의 후기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행사 또는 공사 때문에 관광지 운영에 변동 사항이 있을 경우 바로 확인하고 계획을 바꿀 수 있었다.


설렘으로 시작했던 여행 준비는 예기치 못한 스트레스를 선사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아름다운 동유럽의 거리를 거닐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며 평정심을 유지했다. 나에게 상상은 주로 쓸데없는 걱정을 만드는 데 쓰였는데, 이번엔 기분 좋은 두근거림을 안겨 주었다. 퇴사 여행을 하면서 어떤 경험을 하게 될지, 그 경험을 통해 내가 어떻게 바뀔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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