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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노 Aug 26. 2020

퇴사는 했는데, 이제 뭐 하면서 살지?

일단 동유럽으로 떠나자 

슬로베니아 피란 성벽에서 본 마을 풍경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했는데 2년 만에 '이건 아닌 것 같다'며 손을 놔버렸다. 여태껏 좋아하는 일이라고 믿었건만, 이게 아니면 나는 앞으로 어떤 일을 하며 살아야 할지 막막했다. 2년 전 취업준비생 때 했던 진로에 대한 고민을 되풀이해야 하는 현실이 싫었다. 회사 선배들은 바로 이직할 것을 추천했지만 나는 일단 휴식을 선택했다. 


초등학생 때부터 취업준비생 시절까지 무려 20년 가까이 사회가 요구하는 틀에 맞춰 살아왔다. 중학생 때는 외고 입시, 고등학생 때는 대학 입시, 대학생 때는 취업 준비... 치열한 경쟁 속에서 왜 뛰어야 하는지 이유도 모른 채 앞만 보고 달려왔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쫓기듯이 살고 싶지 않았다. 사회적 압박,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갖고 싶었다.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면서 나를 돌아볼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일단 혼자 장기간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굳이 장기 여행을 생각한 이유는 언제 또 이런 여유가 생길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일을 할 때는 휴가를 길게 쓰지 못해서 주로 2박 3일의 단기간 여행을 갔다. 기간이 짧기 때문에 갈 수 있는 곳도 한정적이었다. 제주도, 일본, 대만 등 비행시간이 짧은 곳 위주로 여행을 다녔다. 하지만 이젠 시간에 구애 받지 않고 내가 원하는 곳 어디든 갈 수 있었다. 조금이라도 젊고 건강할 때 다양한 국가와 도시를 둘러보고 싶어서 장기 여행을 계획했다. 


여행 경비는 퇴직금으로 충당하기로 하고, 가고 싶은 목적지를 정했다. 머릿속에 딱 떠오른 곳은 두 곳, 미국 시애틀과 동유럽이었다. 시애틀은 2014년 9월부터 9개월 동안 영어 공부를 위해 머물렀던 곳이다. 산, 호수, 바다가 어우러진 자연 친화적인 도시로, '에메랄드 시티'란 별명을 갖고 있다.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는 시애틀의 한적함과 평온함이 너무 좋았다. 특유의 흐린 날씨도 그리웠고, 시애틀에서 사귄 친구들도 보고 싶었다. 


동유럽 여행은 나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다. 서유럽은 대학교 1학년 겨울방학 때 다녀왔는데, 동유럽은 가보지 못해서 어떤 곳일지 궁금했다. 이후 tvN 예능 '꽃보다 할배', '꽃보다 누나'를 보고 본격적으로 동유럽 여행을 꿈꾸게 됐다. 특히 새파란 지중해를 품은 크로아티아에 꼭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 고민 끝에 동유럽을 가기로 결정했다. 시애틀은 이미 가봤던 곳이기 때문에 신비감이 없었지만, 동유럽은 가보지 않은 곳이라 여행에 대한 설렘이 있었다. 게다가 물가도 싸서 장기 여행에 최적이라고 판단했다. 목적지를 확정한 후 한껏 부풀어오른 기대감을 안고 여행 준비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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