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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노 Aug 21. 2020

꿈은 '꿈'일 때 가장 아름답다

입사 2년 만에 자유의 몸으로

퇴사 전 마지막 취재는 모교에서 열린 NBA 스타 웨스트브룩의 방한 행사였다.

2018-2019시즌 프로농구가 끝나고 챔피언결정전 MVP 이대성 선수를 인터뷰한 적이 있다. 이대성 선수는 조금 독특한 이력을 지녔다. 중앙대학교 농구부 시절 돌연 미국 대학교에 편입했고, 2013년 한국으로 돌아와 울산 현대모비스에 입단했다. 이후 상무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2017년 다시 한 번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꿈의 무대인 미국프로농구(NBA)에 도전하기 위해서였다. 비록 NBA에 입성하지는 못했지만, 바로 아래 단계인 G리그 경기에 출전하며 가능성을 입증했다.


그런데 이대성 선수는 미국에서 뛰었던 당시를 회상하며 너무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꿈을 향해 달려갈 때에는 행복했는데, 막상 꿈이 현실이 되니 행복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다시 꿈을 꾸고 있기 때문에 행복하다. 현실의 벽에 또 부딪히겠지만,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점점 더 성장할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인터뷰 중 가장 감명 깊고 와 닿는 말이었다. 


나 또한 꿈꾸던 스포츠 기자가 됐지만, 현실은 현실이었다. 막연히 그려왔던 장밋빛 미래와는 거리가 멀었다. 힘들 때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버티자’고 다짐했으나 어느덧 스트레스가 한계치에 달했다. 일을 하면서 많은 것들을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특히 가족과의 시간. 일 때문에 늘 예민했던 나는 의도치 않게 가족에게 상처를 주는 날이 많았다. 일보다 가치 있는 것들을 챙기기 위해, 또 새로운 꿈을 꾸면서 다시 행복해지기 위해 사직서를 냈다.


공교롭게도 퇴사 전 마지막 취재는 모교에서 열린 NBA 스타 러셀 웨스트브룩의 방한 행사였다. 세계적인 선수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는 것도 좋았지만, 오랜만에 학교에 방문해 선후배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행복했다. 특히 창단 초기만 해도 인원이 부족해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던 여자농구동아리가 이제는 나이키의 후원을 받는 멋진 팀으로 성장해 웨스트브룩과 함께 농구하는 모습을 보며 무척 뿌듯했다. 여러모로 감사했던 마지막 취재였다.


그리고 2019년 9월, 입사한 지 2년 1개월 만에 자유의 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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