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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샤 Jan 13. 2019

우리 가족을 소개합니다

히말라야 지붕 아래 오순도순 웃음이 끊이지 않는 우리집


구름이 잔뜩 꼈다. 구름 색깔이 어찌 뽀얀지 비는 언제 오려나? ⓒ인도아샤

 
누군가 힌디로 내게 물었다. 

"압 까항쎄 아에헤? (당신 어디 사람이죠?)"
" 전 라다크 사람이에요." 라고 내가 대답 하자 남자가 라다크 말로 묻는다.
"라다크 말은 조금 할 줄 알아요. "
"라다크 사람인데 왜죠?"
"전 한국인이기도 하거든요. 하지만 엄마아빠, 우리 가족과 친척들이 다 이 곳에 있으니 라다크 사람이라 할 수도 있죠. "
"그럼 한국인인가요? 라다크 사람인가요?"
"둘 다요."
"아.. 대체 무슨 말인지.. 레에 집이 있나요?"
"네. 포트로드에 살고 있어요."
"가족들은 뭐하나요?"
"아빠는 예술단원, 엄마는 공무원, 오빠는 군인, 남동생 둘은 공부 중이죠."
"그럼 당신은 라다크 사람이 맞내요?"
"그럴 수도 있죠."
"도대체 뭐가 뭔지 모르겠내요."
"어렵게 생각할 필요 있나요? 
한국과 인도! 두 군데 가족이 있다는 건 엄청난 행운 인거죠."
사랑하는 아발레

   우리 아빠는 자랑스런 라다크 문화 공연단 예술단원이다. 자신의 일을 너무나 사랑하는 분인데 여자남자 배역 상관없이 주어진 역할에 열과 성을 다한다. 아빠는 공연을 할 때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행복한 표정을 짓곤 한다. 또 우리 아빠는 만나는 이마다 녹여버리는 살인미소를 가진 분이다. 조용한 인상이지만 평소 유머가 많아 곁에 있으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웃음이 절로 나오게 하는 매력이 있다. 아빠는 우리 모두에게 안정과 평온을 가져다 주며 가족 한 명 한 명을 사랑으로 안아준다. 아빠의 말 한마디 한마디엔 가족을 향한 애정이 듬뿍 담겨있다. 형제들 중 가장 순하고 착하다고 우리 친할머니가 매일 칭찬하는 아들이기도 하다. 한낱 여행자에 불과했던 나를 딸로 품어준 아빠는 내게 가족을 선물해주신 분이다.
 

사랑하는 아말레

젊었을 적 영화배우를 연상시킬 정도로 청순미가 넘치고 아름다웠던 우리 엄마는 웃는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러운 여자다. 때로는 생크림처럼 부드럽고 때로는 무쇠처럼 강인한 우리 집의 정신적 지주이다. 우리 집에서 제일 통통한 나와는 대조적으로 엄마는 매일 다이어트 하는 사람처럼 빼빼 마르셨다. 엄마는 신심이 가득한 열혈 불교신자인데 매일 아침-저녁 집에 모셔진 예배당에서 부처님께 기도를 드린다. 우리 집 남자들이 피씨방 가는 건 봤어도 예배당을 드나드는 건 못 봤으니 우리 집 예배당은 우리 엄마의 아지트 격인 셈이다. 또 우리 엄마는 남자들만 득실거리는 무뚝뚝한 우리 집에서 내게 사랑과 애정을 제일 많이 주는 존재이기도 하다. 

그리고 나에게는 3명의 남자형제가 있다.

  나보다 2살 많은 큰 오빠 툰둡은 직업 군인이다. 그는 성실하고 책임감 많은 남자다. 군대의 성격상 매일 아침 5시반이면 집을 나서고 늦은 오후 퇴근해 집에 온다. 무뚝뚝하고 조용한 오빠는 이 히말라야 오지 구석에서도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가져야 직성이 풀리는 전자기기 얼리 어덥터이다. 최신의 핸드폰, 카메라, 노트북, 아이패드를 보유하고 있으며 신제품들에 관심이 많다. 군복을 싫어하는 스타일 좋은 남자라 일이 끝나면 멋진 자켓과 청바지에 선글라스를 끼고 라다크 시내를 활보한다.
 
  둘째 남동생 누르부는 스튜어트 지망생인데 농담을 잘하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우리 집 재간둥이다. 둘째지만 얼굴이 여리여리하게 생겨서 다들 막내 인 줄 안다. 친구들이랑 어울려 노는 걸 좋아해 동네 축제며 행사에 빠지지 않고 달려간다. 자연과 꽃을 사랑하는 남자이며 엄마가 제일 걱정하는 순댕이기도 하다. 현재 카슈미르 주의 잠무에서 공부 중인데 방학 때 집에 오면 엄마를 도와 집안 청소며 요리며 도맡아 하는 가정적인 남자다. 
 
  셋째이자 우리 집의 잘생긴 막내 지미는 항상 가족들을 생각하고 잘 챙기는 의젓하고 듬직한 아이다. 
 지미는 아빠를 제일 많이 닮았다. 심성이 너무 착한 내 동생은 누구나 경계를 풀게 만드는 미소천사다. 부지런하고 호기심이 많아 영어와 한글도 빨리 깨우쳤다. 날 ‘누나, 누나’ 라고 부르며 잘 따른다. 
날 매일 안아주고 챙겨주는 사랑스러운 아이다.
 

둘째 누르부와 셋째동생 지미 그리고 엄마와 집 앞 정원에서 찍은 사진 ⓒ인도아샤

  그리고 난 말괄량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천방지축 아샤다.
아샤는 두번째 인도 여행 때 우연히 선물 받은 이름인데 희망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희망을 가지고 살라는 의미도 있지만 희망을 주는 사람이 되라고 하셨다. 나는 장기 여행자다. 발길 닫는 대로 걷다 우연히 도착한 인도 최북단 해발 3,500m에 위치한 라다크. 얼굴도 문화도 비슷한 이 곳에서 난 아들만 셋인 라다크 가정집에 한국인 양딸로 입양되었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자연과 정많은 라다크 사람들. 그 들에게 사랑을 듬뿍 받으며 이 곳에서 지내고 있다. 하지만..

여행자는 항상 움직인다.

다음 목적지는 여행자들에겐 새로운 모험으로의 시작이다.

여행자는 여행지와 사람에 대한 아쉬움이 발목을 잡는다고 해도 다시 길을 나선다.

머무르게 된다면, 안주하게 된다면 여행자가 아닌 그곳에 사는 이가 되기 때문이다.    

잠깐 머물 예정이었던 라다크에서 가족들과 행복한 일상을 보내다 보니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도 모르겠다. 

벌써 2달이 흘렀고 난 다시 길 위에 설 준비를 하고 있다..

누브라계곡 훈더르 백사막에서 쌍봉낙타들과 ⓒ인도아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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