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밴드 '5 Seconds Of Summer'의 한국 라디오 방문기
지난 8월 29일, MBC 에브리원에서 방영된 [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에서는 조금 특이한 손님들의 한국 방문기가 그려졌다.
이번 여행의 주인공은 호주 출신의 4인조 밴드, ‘5 Seconds Of Summer’(이하 5SOS). 데뷔 이전부터 유튜브에 커버곡을 올리며 주목을 받다가 데뷔 후, 투어와 각종 차트를 넘나들며 사랑받는 음악인이다. 한국에서도 핸드폰 광고와 뮤직룸 등의 광고에 노래가 삽입되며 곡을 알렸다. 2017년에는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로 한국에 내한까지 한 실력파 밴드지만, 아직 한국에서의 대중적인 인기는 없다. 이런 5SOS가 [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에서는 풋풋한 젊은이들 같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에 등장한 다른 외국인 게스트들처럼 서울을 누비던 그들의 모습은 그저 네 명의 친한 친구들 같았다. 레코드 가게에서 자신들의 앨범을 보고 좋아하는 모습 역시 영락없는 주변 친구들 같았다.
네 명의 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5SOS가 [배철수의 음악캠프]에 출연하는 부분이었다. 천진하게 놀던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방송국에 도착하자마자 라디오 부스로 들어가는 그들의 모습은 노련한 락밴드의 모습이었다.
그들이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찾은 날은 지난 2019년 7월 15일. 배철수 DJ와 악수를 나눈 후 자리에 앉은 5SOS가 가장 먼저 들은 음악은 그들의 데뷔곡, [She Looks So Perfect]였다. 많이 연주하기는 했지만, 데뷔곡을 ‘들어볼’ 일이 별로 없었다는 그들의 목소리에서는 긴장감을 찾을 수 없었다.
짧은 노래 이야기와 소개가 오가고, 광장 시장에 다녀온 이야기로 토크의 물꼬를 텄다. [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 촬영 중이라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줄 수는 없었지만, 노련한 배철수 DJ의 진행으로 화제는 쉽게 바뀌었다. 배철수 DJ가 돼지 머리를 들고 사진을 찍은 메탈리카 이야기와, AC/DC 혹은 리틀 리버 밴드 등 과거의 훌륭한 호주 밴드 이야기는 5SOS와 배철수 DJ에게 국경을 넘은 공감대를 만들어 주었다. 같은 음악인으로서 공통분모를 만들어 준 배철수 DJ 덕분에 무대 위에서 밖에 볼 수 없었던 그들의 음악인 같은 모습을 더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었다.
인터뷰는 통역을 사이에 두고 진행되었지만, 배철수 DJ는 네 명의 멤버 모두를 세심하게 챙겼다. 무대 위에서는 보통 보컬의 목소리를, 인터뷰에서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 사람의 목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다. 네 명의 멤버 중에서도 이야기를 더 하는 사람이, 덜 하는 사람이 생기기 마련이다. 한 명의 통역의 입에서 이야기를 전해 들으면 멤버들의 발언 횟수에 대해 신경 쓸 겨를이 없었을 텐데도 배철수 DJ의 질문은 모두를 향했다. 스스로를 ‘밴드의 관찰자’라 칭하는 과묵한 베이스 연주자, 칼럼한테까지 축구 선수였던 과거 이야기를 물으며 농담을 던졌다. 덕분에. 모든 멤버들의 목소리를 골고루 들을 수 있었다.
한국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와 간단한 밴드 소개가 끝나고 나서는 음악적인 이야기가 오갔다. 요즘 즐겨 듣는 노래나 존경하는 아티스트 등 간단한 질문이지만 쉽게 들을 수 없는 개인적인 취향을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리한나, 두아 리파, 미카, 등 많은 내한 스타들이 방문한 [배철수의 음악캠프]에 5SOS가 함께했다는 것은 그들의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의미가 컸을 것이다.
2017년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방문 이후에 두 번째로 온 한국. 개인 콘서트를 열 정도로 한국 팬덤이 크지 않은 밴드. 심지어 짧은 내한 기간 동안 공식적으로 팬들을 만나는 시간은 [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가 마련한 짧은 이벤트뿐이었다. 물론 방송 상으로 그들의 여행을 지켜볼 수 있었지만, 팬들에게는 아쉬움이 남는 것이 사실이다.
짧은 시간에다가 얼굴은 보이지도 않았지만, 배철수 DJ의 질문은 팬들이 궁금해하던 5SOS의 모습에 관한 것이었다. 누구에 영향을 받고 누구의 노래를 즐겨 듣는지. 음악 이외에 어떤 것을 하는지에 대한 인간적인 질문. 그것이 한국의 팬들과 호주의 밴드를 더 가깝게 이어주었다고 생각한다. 때로는 보이는 것보다 가느다랗게 실려오는 목소리가 더 깊숙하게 닿을 때가 있다. 짧은 시간, 그리 깊은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했지만, 그들의 한국 여행기를 한 달 반쯤 되는 긴 시간을 기다리고서야 만날 수 있는 팬들에게는 좋은 시간이었다.
음악 이야기 안 할 때는 뭘 하고 지냅니까?
“밴드와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서 지금 생각해보니 음악 이야기를 안 한 시간이 없는 것 같아요.”
밴드의 리더이자 보컬, 칼럼이 말했다.
“어느 한 분야의 마스터가 되기 위해서는 수많은 노력이 필요해요. 그래서 밴드 마스터가 되기 위해 일단은 음악에 집중하려고요.”
드러머 애쉬튼 역시 말했다.
같은 음악인으로서, 또 먼저 음악을 시작한 선배로서 배철수는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음악만을 바라보는 젊은 음악인들에 배철수 DJ는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볼 것을 권했다. 국적도 연령대도 다르지만 음악인이라는 공통분모는 5SOS와 배철수 DJ를 좀 더 가깝게 만들어 주었다. 방송상으로는 한 시간 조금 넘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모두에게 따뜻한 순간이었다.
[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 5SOS편이 방영되고 난 후,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5SOS가 나타났다. 글을 쓰는 지금도 초록창에 5를 치면, 가장 먼저 5SOS가 연관검색어로 뜬다. 좋아하는 노래를 부른 이들이 관심을 받는 동안, 나는 다시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찾았다. 그때 이런 이야기를 했던 그들이 저런 경험을 한국에서 하고 갔구나, 하고 스피커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에 다시 귀 기울였다.
P.S: 배캠, 내한 스타들의 목소리도 좋지만, 얼굴도 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