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예술로 승화시키는 촬영감독 이야기
[2022-03-08 업데이트: 영화의 목록과 영상 스냅, 감독 리스트를 업데이트 했습니다.]
혹시 두 명의 다른 감독의 영화에서 비슷한 느낌의 영상을 본 적이 있었나요? 어쩌면 촬영감독(Director of Photography, DP/DOP)이 동일했을 수도 있습니다. 영화에서 보통 시네마토그래피(cinematography)라고 불리는 파트, 즉 촬영기법 또는 영상기법을 담당하는 우두머리인 촬영감독은 당신이 알고 있는 사실보다 더욱 깊게 (만약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관객이라면 더욱) 당신이 영화를 어떻게 경험하는지 관여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세트에서 감독과 촬영감독의 역할 분담은 백이면 백 다르다 하지만, 이러한 촬영감독 중에도 거장이라 불리는 이들이 있고, 이들의 영상이 유능한 감독들과 함께하면 서사를 더욱 부각시키는 유려한 영상예술로 거듭나게 됩니다.
본문에서는 할리우드에서 활동했거나, 활동 중인 촬영감독들, 그리고 아름다운 그들의 영상 스냅을 함께 소개합니다.
1926년 생, 2003년 타계한 할리우드의 전설적인 촬영감독입니다. 50-60년대부터 활동을 시작해 지금까지도 배우 폴 뉴먼의 얼굴을 할리우드를 상징하는 이미지로 각인시킨 〈쿨 핸드 루크〉(1967), 〈내일을 향해 쏴라〉(1969)와 같은 작품부터 시작하여, 〈아메리칸 뷰티〉(1999), 〈로드 투 퍼디션〉(2002)까지, 그의 영상은 흑백에서는 인상적인 명암 대비와, 풍부한 색감으로 수놓아진 프레임 하나하나가 예술작품입니다. 아카데미 촬영상을 3번 수상하였고, 2003년에는 국제 촬영감독 협회의 설문조사에서 역사상 가장 영향력이 큰 10명의 촬영감독의 목록에도 포함되었을 정도로 그의 작품들은 후대 촬영감독들에게 영감의 원천이 되고 있습니다.
1949년 생, 영국에서는 기사 작위(CBE)까지 수여받은 실로 거장이란 말이 아깝지 않은 최고의 촬영감독입니다. 코엔 형제의 초기작인 〈바튼 핑크〉(1991)부터 〈헤일 시저〉(2016)까지 이르는 오랜 기간의 협업이 가장 유명하지만, 샘 멘데스 감독, 그리고 떠오르는 신예 명장인 드니 빌뇌브 감독와의 협업 또한 몹시 인상적입니다. 데뷔 초부터 위에 언급한 콘라드 L. 홀과 작업했던 샘 멘데스 감독이 홀의 타계 이후 함께 협업을 시작한 촬영감독이기도 합니다. 로저 디킨스의 영상은 후기작으로 갈수록 강렬한 명암 대비로 인물의 어두운 실루엣이 강조되며, 느릿한 화면 호흡과 롱테이크가 가미된 절제된 미학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19 판데믹 이후로는 부인 제임스 디킨스와 함께 《팀 디킨스》 팟캐스트로 업계의 다양한 인물들을 초청해 인터뷰하며 영화 제작과 촬영의 진귀한 뒷이야기를 풀어놓고 있습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데뷔초부터 함께 일해왔던 촬영감독인 월리 피스터와 인셉션 촬영을 마치고 인터스텔라에 돌입하면서 돌연 파트너를 바꾸었습니다. 2017년에 개봉 예정인 〈덩케르크〉도 호이테마 촬영감독과 함께 하게 되었죠. 네덜란드 출신으로 북유럽 영화계에서 활동하던 호이트 반 호이테마는 2008년 스웨덴 영화인 〈렛 미 인〉을 통해 국제적으로 유명해졌습니다. 그 후, 〈렛 미 인〉의 감독이었던 토마스 알프레드슨과 함께 영국에서 만든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로 절정에 다른 영상미를 보여준 후, 놀란 감독의 눈에 들게 되었죠.
1964년 생, 멕시코 출신의 감독으로 멕시코의 거장 감독들인 알폰소 쿠아론과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가 할리우드 데뷔를 하면서 함께 건너온 천재입니다. 엠마누엘 루베스키의 작품들은 자연광의 사용으로 모든 색채가 아우성을 치듯이 생동적인 느낌을 내며, 〈칠드런 오브 맨〉(2006)에서부터 보여준 배우의 동선을 적극적으로 트래킹해가는 역동적이고 도발적인 롱테이크 숏은 〈그래비티〉(2013)와 〈버드맨〉(2014)에서 지속적으로 발전해가며 그의 영상을 상징하는 트레이드마크로 자리잡았습니다. 아마 이 리스트에서 2000년대 들어서 가장 아카데미가 사랑하는 촬영감독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의 젊은 촬영감독으로 영화에서만 활동하는 다른 감독들과는 달리 TV 시리즈에서도 활동 중인 전도유망한 기대주입니다. 위의 유명한 촬영감독들에게서 장점만을 따와 자신의 것으로 소화한 것으로 보일 정도로 감각적인 영상들이 인상적입니다. 〈스노우타운〉(2011), 〈맥베스〉(2015)로 큰 기대를 받기 시작했다가, 〈어쌔신 크리드〉(2016)로 이어진 저스틴 커젤 감독과의 3 작품 협업이 눈에 띕니다. 영상의 특징으로는 선배들의 특징인 로저 디킨스 촬영감독의 명암 대비 및 엠마누엘 루베스키 촬영감독의 자연광의 사용을 수용하고 소화한 흔적이 보이며, TV 시리즈인 〈트루 디텍티브〉의 시즌 1, 에피소드 4에서는 루베스키 감독의 롱테이크를 떠올리게 만드는 6분 롱테이크 트래킹 숏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애덤 아카파우 감독과 동일한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의 촬영감독으로 제인 캠피온 감독의 〈브라이트 스타〉(2009)로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화면을 담아내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캐스린 비글로 감독의 〈제로 다크 서티〉(2012), 베넷 밀러 감독의 〈폭스캐처〉(2014) 이후에는 블록버스터 영화 중에서도 작품성을 중시하는 감독들의 러브콜을 받기 시작하면서 스타워즈 프랜차이즈의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2016), 드니 빌뇌브 감독의 〈듄〉(2021), 맷 리브스 감독의 〈더 배트맨〉까지 인상적인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레그 프레이저 감독 또한 2000년대 이후에 활동을 시작한 여타 촬영감독과 유사하게 자연광 사용을 지향하고 있으며, 이러한 특징을 통해 SF 작품에서도 현실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탁월한 재능을 보입니다.
[이미지 출처: FILMGRA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