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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이 Apr 23. 2018

금수산에서 금이와 만나다

지구사랑 프로젝트-산에 사는 내 친구

  20161001

  상천리→용담폭포→망덕봉→금수산→상천리

 


 산이 산인 이유는 그 팽이몸통에 시간의 나이테가 감겨있기 때문이다. 그 속엔 1억만년 전 흙살과 수십 년 꿈만 꾸고 있는 씨앗이 함께 숨 쉬고 있다.

 

 그날, 금수산을 올라보자고 접어든 등산로는 복숭아밭을 안고 있어 다정하고도 향긋했다. 열한 시 넘어 용담폭포를 지날 때까지도 옥황상제 따님이 목욕했다는 연못에 뛰어들 만큼 발걸음이 가벼웠다. 금수산은 사람의 발길에 닳지 않은 산이라 안쪽으로 들수록 품이 커지고 수붓해졌다. 

 

 망덕봉을 지날 때 이미 체력이 바닥났지만 마냥 쉴 수만은 없었다. 어그적허우적 금수산 정상에 오른 건 세 시가 넘어서였다. 상천리를 향해 내려오는 계곡에선 그만 주저앉고 싶었다. 배도 고팠지만(어쩌다보면 점심을 굶고 산행하는 일이 많다.) 산을 쉽게 생각한 탓도 있었다. “이곳은 심장마비 사망지점입니다!” 얄궂은 푯말 앞에 벌렁거리는 심장을 쓰다듬었다. 

 

 숲은 색색의 스팩트럼으로 울울창창했다. 네 시를 넘기면서 죽지는 않을 거라는 오기가 생겼다. 금수산은 언젠가 찾았던 사량도의 지리망산처럼 이름도 모르는 덩굴들과 풀꽃과 이끼가 어우러져 그 옛날 내가 물고기로 살았던 물속인 듯 술렁였다. 길고도 활짝, 숨 쉬는 수풀 속에서 한 발 또 한 발 내딛듯 숨을 들이마셨다 내쉬면서 잎 사이 바람의 비늘을 만질 수 있었다. 강물에 쓸리듯 흐르는 풍경 속을 살아가기에 이곳을 다시 또 찾는 일은 어려울 것이다. 금수의 강산아, 너의 깊은 물봉우리! 강물 안쪽으로 더 내려가는 지느러미의 가벼움, 물고기 부레의 나붓거림, 보글거리는 거품꽃들, 몇 번이나 멈춰 서서 흘러온 곳을 뒤돌아보았다. 

 

 색색 크레용실로

 누구는 사진을 찍고

 또 누구는 그림을 그리고

 모르는 그 누구는 한 줄 시를 쓰고

 흩어진 퍼즐의 우주를 맞춰본다

 산이 사람의 몸통실패에 감기고

 달이 감기고

 나무가 감기고 

 그 실을 다시 풀어 세상을 색칠하는 이

 상야릇한 

 바늘귀에

 걸린 산속

 우주 실패에서 풀려지는 

 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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