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운동, 드디어 찾다.
운동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가장 부담 없이 찾는 곳이 있다. 바로 헬스장. 번화가로 나가지 않아도, 주택가 상가에도 꼭 하나씩 있다. 접근성이 좋다 보니 한 번도 안 가본 사람보다 가본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나 또한 성인이 된 후 처음 등록한 운동센터가 바로 헬스장이다.
헬스클럽, 피트니스센터, 짐(gym)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헬스장은 유산소, 근력 운동을 할 수 있는 대형 기구와 덤벨, 바벨 등 소도구 등이 마련되어 있어 등록만 하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또 혼자서 운동을 할 수도 있지만 헬스장에 상주하는 트레이너가 운영하는 1:1 혹은 그룹 PT(personal training)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물론 비용이 따로 들지만). 또 헬스장 규모에 따라 사우나, 찜질방, 스크린 골프, 수영장 등과 같은 부대시설을 함께 이용할 수도 있고(이 또한 비용이 별도), 센터 내에서 요가나 필라테스, 스피닝, 줌바댄스 등 강사에게 운동을 배우는 G.X(group exercise) 프로그램을 수강할 수도 있다. 센터마다 차이가 있지만 G.X 프로그램은 보통 헬스장 등록 시 추가 비용을 내면 제한 없이 들을 수 있어서 비용적인 면에선 가장 합리적이다. 요가나 필라테스처럼 시간표가 정해져 있으므로 원하는 수업이 있는 시간대에 수강하면 된다.
헬스장 등록 비용은 상당히 저렴하다. 사우나나 골프, 수영장 등 부대시설 없이 오로지 헬스장만 이용한다는 가정하에. 거의 10년 전 그 당시에도 3개월 등록 시 월 2~3만 원 정도 냈던 것 같다. 현재 다니고 있는 헬스장 또한 3개월 등록하면 15만 원 정도다. 6개월, 12개월 등 한 번에 장기로 등록할 경우 훨씬 저렴해진다(물론 이런 할인 혜택은 요가나 수영 등 다른 운동들도 마찬가지다). 또 헬스장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으나 운동복과 수건을 무료로 대여해주는 곳이 꽤 많고, 신발이나 샤워 용품을 보관하는 락커 또한 보증료만 받고 빌려준다. 물론 운동복, 수건, 락커 모두 비용을 받거나 장기로 등록한다면 서비스로 제공해주기도 한다.
헬스장에서는 스스로 원하는 운동을 할 수 있고, 비용도 저렴하며, 헬스장 내에서 신을 수 있는 운동화 말고는 특별히 필요한 장비도 없어서 운동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큰 부담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동 초보에게 가장 부담스러운 운동 중 하나를 꼽으라고 하면 헬스다. 헬스장 가서 러닝머신만 하고 오신 경험 있으신 분~ 손?
네, 바로 접니다. 나 또한 헬스장에서 러닝머신만 하고 온 경험이 있다. 나의 첫 헬스장 방문기는 휴학생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학교 졸업을 한 학기만을 남기고 휴학을 한 나는 이참에 다이어트를 하겠다고 집 앞 아파트 상가에 있는 헬스장을 등록했다. 이번에야 말로 제대로 해보겠다며 굳게 다짐하고 헬스장을 처음 출석했다. 호기롭게 등록하긴 했는데 수많은 운동기구를 보니 괜스레 주눅 들었다. 어디 운동을 하는지도, 어떻게 쓰는지도 모르는 기구들만 한참 들여다보다가 그나마 익숙해 보이는 러닝머신 위에 올랐다. 사실 러닝머신도 실제로 오르는 것은 처음이라 어떤 버튼을 어떻게 눌러야 하는지 손가락이 조금 방황했다. 어찌어찌 스타트 버튼과 속도 조절 버튼을 눌러서 운동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속도를 얼마나 높여야 하지? 버튼을 하나씩 누르다 보니 속도가 올라갔고 거기에 맞춰서 30초 뛰었나? 숨이 차올라서 다시 속도를 낮췄다. CF 속 모델이 높게 묶은 포니테일 머리를 휘날리며 뛰는 건 정말 쉬워 보이던데. 결국 빨리 걷기로 스스로와 타협했다.
사실 러닝머신도 하루 이틀이지, 매번 걷기만 하다 보니 지겨웠다. 하지만 러닝머신 말고는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결국 서서히 가지 않게 되었고 어느새 이용 기간이 끝났다.
부끄럽지만 이 이후에 취업을 하고 나서도 두 번이나 똑같은 루틴을 반복했다. 헬스장 사장님 지갑만 두둑하게 만들어주었던 나의 헬스장 도전들. 게다가 중간중간 유쾌하지 못한 경험을 하다 보니 더욱 맘 속에서 헬스장은 멀어졌다. 혼자 스쿼트를 해보겠다며 자세를 잡고 있는데 모르는 아저씨가 와서는 그렇게 해서 안된다며 한참 동안 열변을 토하고 가신 경험도 있고, 상주하는 헬스장 트레이너가 PT 영업을 하려는 건지 대놓고 살 좀 빼야겠다며, 밤에 뭐 먹고 자는 거 아니냐며 비아냥 거린 경험도 있다. 지금이라면 아주 대차게 한마디 했을텐데 20대 중반인 나는 어려서 별 대꾸도 못한 게 지금도 한이다.
어찌됐건 접근성은 좋으나 운동 초보가 막상 다니기엔 장벽이 높은 헬스장. 그런데, 어쩌다 보니 현재 헬스는(정확히는 웨이트지만) 나에게 인생 운동이 되었다. 이번에는 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뭐 거창하게 얘기했지만 사실 별 거 없다. 돈을 썼다. 헬스장에서 PT를 받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30대 중반에 처음 PT를 받았는데, 첫날 OT를 마치고 든 생각은 ‘웨이트를 만나기 위해 나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였다. 나는 요가에 필라테스, 홈트까지 꾸준히 운동을 해왔으나 안타깝게도 단 한 번도 운동을 하러 가고 싶다고 느낀 적이 없다. 물론 하고 나면 뿌듯하고, 개운해서 기분은 좋았지만 매번 거의 울상으로 갔다. 그런데 PT를 받기 시작한 이후로 나는 매일 저녁 7시 만을 기다리게 되었다. 바로 운동가는 시간이니까.
PT를 선택한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집에서 하는 홈트가 지겨워서 다른 운동을 찾아봤지만 근처에 마땅한 운동 센터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안 그래도 울면서(?) 운동을 가는데 거리까지 멀면 못 다닐 것 같았다. 결국 클래식하다면 클래식한 헬스장에 가보기로 했고 이번에는 돈을 써서 PT를 받아보기로 했다.
나처럼 PT를 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수많은 헬스장 중 어디를 선택해야 할지 고민할 것이다. 헬스장 위치나 시설, 내 운동을 담당할 트레이너 선택 등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기 때문이다. 나 또한 처음에 고민이 많았다. 필라테스센터 선택에 실패한 경험을 되풀이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나만의 기준을 세워서 선택지를 좁혀나갔다.
첫 번째는 회사나 집 근처여야 할 것. 퇴근하고 저녁에 운동을 하는데 굳이 시간을 들여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니까. 개인적으로는 집 근처에 있는 센터를 선호하는 편이다. 헬스장은 주말에도 오픈을 하니 평일에 운동을 못하더라도 주말에 보충할 수 있으니까.
두 번째는 유산소 기구의 개수다. 과거 헬스장을 다닐 때 저녁 시간에 가게 되면 유산소 기구가 꽉 차서 한참을 기다린 경험을 몇 번 했기 때문이다. 유산소 기구는 근력 기구와는 다르게 한 번 시작하면 30분 이상 하다 보니 회전율(?)이 좋지 않다. 그러므로 피크 시간대에 방문해서 유산소 기구를 충분히 이용할 수 있는지 확인했다.
세 번째는 트레이너의 상담 태도다. 아무래도 안 좋은 경험이 있다 보니 우선 나의 몸 상태를 비하하거나, 기분 나쁘게 몰아가는 등 언행이 좋지 않다면 가차 없이 거르기로 했다. 그리고 급하게 감량할 이유가 없으니 단기간에 무조건 살을 빼게 해 주겠다고 한다든지, 절식을 강요하는 트레이너도 나와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조건으로 추려 보니 집 바로 옆 5분 거리에 있는 헬스장이 가장 적합한 것 같아서 상담을 예약하고 방문했다. 나는 운동을 배우고 싶어서 왔다고 말해서 그런지 몰라도 몸무게나 몸매에 대해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허리나 무릎 등 어디 아픈 곳이 있는지, 평소 활동에 불편함은 어느 정도인지, 운동 경험이나 식습관은 어떻게 되는지 등 나의 '건강'에 초점을 맞춰 상담을 해주셨다. 게다가 혼자 운동하는 것이 목표라는 말에 10회에서 20회 정도면 충분하다며, 일단 배워보고 결정하려고 10회만 결제한다고 했을 때도 장기 결제를 유도하지 않았다. 사실 과거 경험 때문에 잔뜩 예민해진 상태로 상담을 시작했는데 나중에는 오히려 편견을 가진 것이 죄송스러웠다. 나는 거리도, 시설도, 트레이너도 다 마음에 들어서 다른 헬스장은 가보지도 않고 다음날 바로 10회를 결제했다.
PT 또한 필라테스와 마찬가지로 1:1로 수업을 하며 회당 5~8만 원 정도로 꽤 큰 비용을 지출하기 때문에 트레이너 선택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트레이너 중에는 단기간의 효과를 내기 위해 식단을 봐준다며 절식을 시키는 경우도 있고, 다이어트 자극을 준다는 핑계로 무례한 언행을 일삼는 경우도 있다. 또 PT를 받는 의미가 무색하게 혼자 운동하는 법을 가르쳐 주지 않거나, 회원의 잘못된 자세조차 캐치하지 못하는 트레이너도 있다. 이렇듯 자질이 부족한 트레이너를 만났다는 경험을 주변에서 쉽게 들을 수 있다.
그러므로 사전에 트레이너의 전공이나 자격증, 경력을 체크하고, 꼭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간혹 상담 트레이너와 실제 트레이너가 다른 경우도 있으니 그 부분도 체크하자. 다만 본인이 운동하는 것과 남에게 가르치는 것은 분명 차이가 있으니 대회 수상 경력이 많은 트레이너를 무조건 고집할 필요는 없으며, 체험 수업이 가능하다면 반드시 해보고 본인과 맞는 트레이너를 찾도록 하자.
그리고 나의 실제 PT 경험은 다음 편에서 이야기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