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차분 Aug 19. 2022

7. 3대 몇 치세요? 웨이트의 매력(2)

인생 운동, 드디어 찾다.


나의 PT 목표는 아주 명확했다. 혼자서도 헬스장에서 자유자재로 운동하는 것. 참고로 식단은 스스로 조절하고 있으니 따로 관리받지 않았다(단백질 잘 챙겨 먹고, 술과 간식, 빵 등은 멀리하라는 트쌤의 잔소리는 언제나 함께했지만). 식단을 관리 받지 않는다고 친구들한테 얘기를 하니 PT를 돈 주고 받는 의미가 없다며 핀잔을 주긴 했지만.


나에게는 PT하면 떠오르는 두 가지 이미지가 있는데 그중 하나는 곧 죽을 거 같은 표정의 회원에게 하나만 더를 외치는 트레이너이며, 또 하나는 회원의 식단을 체크하며 이건 왜 드셨냐며 불을 뿜는 트레이너다. 실제로 트레이너는 운동을 가르쳐주기도 하지만 운동의 효과를 높일 수 있도록 식단도 관리해준다. 먹어도 되는 음식과 안되는 음식을 구분해주고 현재 몸 상태에 적절한 섭취량을 토대로 하루 세끼, 필요하다면 간식이나 영양제까지 포함해서 식단을 정해준다. 그리고 매일 어떻게 먹었는지 사진으로 체크하니 강제성까지 부여된다.


운동에 식단 관리까지 함께하면 당연히 눈에 띄는 효과를 보겠지만 나는 지속가능한 운동을 지향하듯 식단도 꾸준히, 지속할 수 있는 선에서만 조절하고 싶었다. 단기간 닭가슴살과 고구마(혹은 현미밥) 그리고 방울토마토와 브로콜리, 아몬드 한 줌 이 정도만 먹으면 당연히 체중은 빠지고 근력은 붙겠지. 하지만 목표 체중에 도달한 후 지금처럼 케이크도 먹고, 피자도 먹을 텐데 결국 자연스럽게 요요가 오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고 평생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안 먹고 살 자신은 없다.


그래서 나는 평생 식습관을 지금부터 만든다고 생각하고 천천히 바꿔가고 있다. 현재 먹는 음식의 양을 줄이고(여기까진 성공했다), 당은 최대한 멀리(이게 제일 어렵다), 탄수화물과 지방은 적정량만 섭취하려고 한다. 대신 단백질은 지금보다 더 의식적으로 챙겨 먹어서 근력량 늘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물론 나처럼 직접 식단관리를 해도 좋고, 트레이너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다. 다만 주의해야 할 부분이 있다. 보통 상담을 받으러 가면 트레이너들이 당연히 식단 조절을 요구한다. 체중 감량이든 증량이든 단기간에 뚜렷한 효과를 보려면 식단은 필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트레이너가 빠른 효과를 위해 과하게 식단 조절을, 즉 절식을 권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하루 800~900Kcal도 안 되는 식사량을 식단이라고 꼭 지키길 요구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성인 여성 기초대사량에 훨씬 못 미치는 수치다. 기초대사량은 사람이 숨만 쉬어도 태우는 칼로리인데 그 이하로 섭취하면 몸이 비상사태라고 인식하여 먹는 족족 영양분을 저장하게 된다. 분명 초기에는 안 먹으면 살이 빠지는 것 같았는데 시간이 갈수록 변화 없는 혹은 더 찌는 것 같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PT를 통해 운동까지 하니 영양분이 부족해 당연히 머리카락이 빠지고, 월경을 하지 않고, 이유 모를 피부 질환이 생기는 등 건강상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개인적인 견해이긴 하나 절식을 권하는 트레이너에게 식단 관리를 받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사회의 미적 기준에 맞는 날씬한 몸매를 갖는 것이 원할 수 있지만, 나는 우리가 운동하는 첫 번째 목표를 건강으로 잡고 그것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관리했으면 한다. 우리의 남은 인생이 아주 길고, 행복하려면 건강해야 하니까.


어쨌든 나는 운동을 배우기 위한 PT를 시작했다. 그런데 첫 수업부터 당황했다. 당연히 머신에서 운동을 할 줄 알았는데, 트쌤이 맨몸스쿼트를 시키고는 자세가 아주 좋다며 바로 내 어깨 위에 바벨을 얹어주셨기 때문이다. 바벨을 얹고 스쿼트를 해보자고 하시며. 아니 이런 걸 제가..? 감히 어떻게..? 근데 또 하니까 신기하게 되더라고. 트쌤도 잘한다면서 한 단계 더 무거운 바벨로 바꿔주셨고 나는 그것도 무리없이 해냈다.


PT를 받기 전에는 당연히 머신으로 운동하는 줄 알았다. 앞서 말한 '헬스장에서 자유자재로 운동하는 것'이라는 의미는 어떤 머신 앞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나에게 맞게 세팅하여 운동한다는 뜻이며 트쌤한테 바라는 것 또한 머신을 이용하는 방법과 정확한 자세, 자극점 찾는 방법 등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바벨이요?


몇 번의 수업을 더 진행했으나 기구보다 바벨이나 덤벨 등을 이용해 운동하는 경우가 더 많아서 왜 머신으로 운동을 가르쳐주지 않느냐고 물어봤다. 나의 질문에 트쌤은 머신의 경우 타겟이 되는 부위만 운동이 되지만 프리웨이트는 연결된 다른 근육들까지 함께 단련되기 때문에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이라고 답하셨다. 덧붙여 프리웨이트로 자극점을 찾을 수 있게 되면 머신 운동은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히 머신을 사용하는 방법이 아니라 머신에 부착된 사용법대로 운동했을 때 어디에 자극이 가야 하는지를 아는 것이다. 머신 사용법 정도는 상주하는 트레이너에게 질문을 해도 되고, 요즘은 유튜브에 검색만 해도 쏟아져 나오니까. 게다가 프리웨이트를 배우게 되면 집에 있는 덤벨로도 혼자 운동이 가능하다. 물론 무게는 아쉽겠지만.


PT 수업을 들을수록 적은 비용과 시간적 여유 그리고 지속 가능한 운동을 추구하는 나에게 딱 맞는 운동은 헬스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웨이트에 재미를 붙이게 된 걸까?


트레이너마다 다르겠지만 우리 트쌤의 경우 회원 성별을 가리지 않고 중량을 올리며 운동하는 것을 지향한다고 했다. 사실 나는 지금까지 운동이 직업이거나 취미가 헬스인 경우에나 무게를 올려 운동한다고 생각했지, 나같은 운동 초보 일반인도 할 수 있으리라곤 상상도 못 했다. 지금까지 머신에서 가장 가벼운 단계로 설정해서 휙휙 움직이던 나에게 프리웨이트는 아주 새로운 세계였다.


지금까지 한 운동과 가장 다른 점은 무게를 올릴 때마다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꽤 오래 한 요가의 경우 안되던 자세에 성공하면 엄청난 성취감을 느끼긴 했으나 그런 일이 자주 있지는 않았는데, 웨이트는 원판 하나를 추가하고 바른 자세로 들어 올리는 일이 1시간 운동하면서 몇 번 아니 몇십번이나 있으니 거의 운동하는 내내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처음에는 가장 가벼운 무게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PT 2, 3개월 차까지는 매번 기록을 달성하고는 뿌듯해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데, 성공할 때마다 아낌없이 박수 쳐주는 트쌤이 옆에 있으니 안 그래도 칭찬에 약한 내가 재미를 붙이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무게를 올려가며 운동하다 보니 점점 욕심이 생겼다. 바벨로 스쿼트를 한 다음 바로 파워렉에서 스쿼트를 했는데, 바벨보다 봉의 길이가 훨씬 길어서 중심을 잡기 위해 많은 근육들이 단련된다고 했다. 실제로 같은 20kg인데 처음 파워렉에서 빈 봉을 어깨에 얹고 스쿼트를 하려고 하니 나도 모르게 휘청거렸다. 바벨 20kg는 거뜬하게 스쿼트를 했는데 말이다.


트쌤은 익숙해지도록 연습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혼자 연습하려니 파워렉이 정말 낯설었다. 파워렉은 헬스 경력자들이나 이용하는 공간 아닌가요?  초보가 렉을 차지하고 있으면 고중량을 치는 회원들이 눈치를 주는 경우도 있다고 어디선가 들었다. PT 시간에야 트쌤과 함께하니 크게 신경 쓰이지 않지만 개인 운동을 하는 날에는 조금 눈치 보이지 않을까 걱정됐다.


막상 개인 운동 날, 되게 쭈뼛거리면서 파워렉에 섰는데 다행스럽게도 우리 센터의 경우 트쌤들이 개인 운동할 때도 자리가 있다면 무조건 렉에서 하라고 권유하기 때문에 초보들도 자연스럽게 렉에서 운동하고 있었다. 나도 용기를 내서 배운대로 척척 세팅하고 스쿼트를 했는데 비록 20kg의 빈 봉이지만 파워렉에서 운동하는 나 자신이 너무 멋있게 느껴졌다. 아, 이 맛에 웨이트 하나 보다!


웨이트가 처음이니 당연히 가장 가벼운 무게로 시작했고, 워낙 가볍다 보니 초반에는 쑥쑥 증량했다(튼튼한 나의 체중도 한몫한 것 같고). 스쿼트 30kg와 루마니안 데드리프트 45kg까지는 막힘없이 무게를 올렸다. 하루하루 다르게 성장하는 내 모습에 나는 또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그리고 점점 나의 3대 측정 결과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웨이트 트레이닝에서 3대 측정이라는 것은 벤치프레스와 데드리프트, 스쿼트의 1회(1RM) 할 수 있는 중량을 측정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본인의 현재 수준을 파악할 수 있다(물론 체중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수치 자체만으로는 파악이 어렵고 관련 표를 참고해서 비교해야 한다). 사실 나도 유튜브 영상에서 체크하는 걸 보기만 했지 내가 한 번도 해본 적은 없다. 아직 그럴 수준도 안 되고. 그렇지만 무게를 올리다 보니 욕심이 생겨서 한 번은 하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다.


또 웨이트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근육량이 오르는지 1~2주에 한 번 인바디를 측정하는데 그때마다 골격근이 조금씩 증가했다. 오랜만에 본 지인도 운동을 하더니 탄탄해 보인다고 칭찬을 해줬다. 몸무게 숫자 자체는 변화가 없는데 살 빠졌냐는 얘기도 꽤 자주 들었다. 이게 바로 근육량의 힘인가 싶어 더 단련하고 싶어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는 마음 한켠으로는 가늘고 마른 몸매를 원했다. 어떤 옷을 입어도 예쁘니까. 그런데 헬스를 시작하면서 개인적인 미적 기준이 아예 달라졌다. 탄탄하고 단단한 몸을 만들고 싶어진 것이다. 이 세상의 거친 풍파를 모조리 이겨내고 승리의 깃발을 흔들 수 있을 것만 같은 그런 몸!


꾸준히 하다 보면 언젠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날을 위해 나는 오늘도 빈 봉에 원판을 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