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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차분 Aug 26. 2022

8. 운동이 어려운 당신에게

운동을 내 생활 루틴에 끼워넣는 방법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 나는 한쪽 다리에 반깁스를 한 상태이다. 헬스장에서 운동하다가 기구 고장으로 다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나는 얼른 깁스를 풀고 헬스장에 가서 운동하고 싶다. 몇 년 전의 나에게 이 사실을 말해준다면 절대 믿지 않을 것 같다.


'내일부터 운동해야지' 마음만 먹던 내가 지금에 이르기까지 꽤 많은 종류의 운동을 거쳤다. 그러면서 깨달은 사실은 ‘일단 해보고 판단하자’.  어떤 운동이 맞을지는 어느 누구도 알 수 없다. 운동의 '운'만 봐도 치를 떨 정도로 싫은 것이 아니라면 일단 요가나 헬스, 필라테스와 같이 접근성 좋은 운동부터 시작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의외로 재미를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또 요즘은 운동 장비까지 대여해주는 원데이 클래스는 물론 요가, 필라테스, PT 의 경우 무료 체험 수업까지 제공하고 있으므로 초기 비용에 대한 부담 없이 다양한 운동을 경험할 수 있다.


나 또한 클라이밍과 폴댄스는 원데이 클래스로 처음 접했고, 필라테스의 경우 체험 수업을 진행한 후 결정했다. 클라이밍은 원데이클래스에서 재미를 느껴서 강습까지 등록했고, 폴댄스는 한 번의 경험으로도 이건 내가 할 운동이 아니다 싶어 지금까지도 특별히 해볼 생각이 없다. 이처럼 운동을 경험해가다 보면 나만의 기준이 세워지는데 그 기준에 맞춰 또 경험을 쌓다 보면 '해야 하는'이 아니라 '하고 싶어지는' 운동을 찾을 수 있다.


물론 '하고 싶어지는' 운동을 바로 찾기는 어려울 수 있다. 그렇지만 이 과정에서도 얻을 수 있는 것은 있다. 바로 운동의 습관화이다. 운동 종목을 계속 바꾸긴 했으나 결론적으로 나는 지난 몇 년간 꾸준히 운동을 해오고 있다. 운동이 내 생활 속에 스며들게 되면 운동을 하지 않은 날은 괜히 몸이 무겁고, 개운하지 못한 느낌까지 든다. 그 느낌이 싫어서 되도록이면 퇴근 후 유튜브 홈트 30분이라도 하려고 노력한다. 일어나서 씻고, 밥 먹고, 출근하듯 퇴근 루틴에 운동이 추가 되는 것이다.


주변에서 어떻게 운동을 그렇게 꾸준히 해? 라고 자주 물어본다. 가장 좋은 방법은 일하다가도, 누워있다가도 벌떡 일어나 하고 싶어지는 운동을 찾는 것이지만 쉽지 않기 때문에 나는 '하다 보면 하게 돼'라고 대답한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고 아니고 진짜 하다 보면 하게 된다. 나도 만사가 귀찮은 날이 있고, 몸이 무거워서 운동은커녕 손 하나 까딱하기 싫은 날도 있다. 그렇지만 몸이 특별히 아픈 것이 아니라면 꾹 참고 하려고 한다. 한번 깨져버린 루틴을 되돌리기 위해서는 몇 배로 힘들기 때문이다. 솔직한 말로 귀찮아도 하기 싫어도 결국은 출근을 해야 하듯이 운동 또한 그런 마음으로 한다.


게다가 여성인 나는 호르몬 영향을 예민하게 받는 편이라 주기에 따라 컨디션이 들쑥날쑥한 편이다. 특히 PMS 기간에는 물 젖은 솜마냥 몸이 무겁고 피로감이 몰려와서 운동이 그렇게 싫을 수 없다. 그렇지만 어디 통증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운동을 하긴 하는데 울면서 운동한 날이 꽤 있다. 그만큼 힘들었다는 표현이 아니라, 말 그대로 눈물을 뚝뚝 흘렸다. 운동을 하긴 해야 하는데 몸은 안 따라주고, 힘은 안나고, 애초에 나는 왜 힘들게 운동을 해야 하는지, 호르몬은 왜 내 인생에 도움이 안 되는지 등등 온갖 생각이 드니 서럽더라고. 그렇지만 이겨내고 운동을 마치면 뿌듯함과 성취감은 몇 배나 크다. 무겁던 몸도 왠지 가벼워지고 에너지가 충전되는지 활력이 돈다.


다만 운동을 습관화할 때 주의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강박이다. 나 또한 운동에 강박이 있는 편이었다. 30분이라도 운동을 하지 않으면 몸에 살이 붙는 느낌이었다. 기껏 줄어든 체중이 늘어날 것만 같았다. 또 고칼로리 음식을 먹은 후는 더했다.


헬스장에서 웨이트를 시작하고 나서는 근손실까지 걱정한다. 기껏 만든, 별로 많지도 않은 근육이 사라지면 어쩌나 싶어서. 앞서 말했듯이 지금 다리를 다쳐 운동을 쉬는 중인데 나 근손실나면 어쩌냐는 내 하소연에 친구가 지금까지 열심히 했으니 한 달 정도는 충분히 버틸 거라고 위로해줬다. 맞다. 지금까지 열심히 해온 내 몸은 날 배신하지 않을 것이다. 아니 뭐 버티지 못해서 근육이 사라져도 뭐 어때. 다시 시작하면 된다. 평생 할 운동 지금 하루 안 한다고 해서 큰일 나지 않는다.


운동 강박이 스멀스멀 올라올 때마다 스스로 되뇌인다. 어차피 평생 운동 할 텐데 뭐 어때, 쉬엄쉬엄해. 강박은 하루 아침에 사라지지 않으므로 나는 지금도 계속 마음에 새긴다.


우리가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하는 사실은 운동은 건강을 위한 수단이지 운동 자체가 목적은 아니라는 것이다. 가끔 바쁜 일정 때문에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한 상태지만 기어코 운동을 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운동은 오히려 우리 몸의 독이다. 우리가 가장 먼저 챙겨야 할 것은 충분한 수면과 균형 잡힌 영양 섭취, 그리고 스트레스 관리다. 운동은 그다음에 해도 늦지 않다. 피곤한 상태에서 운동해봤자 효과도 없을뿐더러 부상의 위험도 있으니 웬만하면 피하도록 하자.




어쨌든 나는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자연스럽게 몸에도 변화가 생겼다. 식단을 클린하게 하는 편은 아니여서 눈에 띄게 체중이 줄어든 것은 아니지만 보는 사람마다 살이 빠졌다든지, 몸이 건강해 보인다든지 칭찬을 한다. 나야 맨날 보는 내 몸이라 의식하지 못했는데 체지방이 줄고 근육량이 늘면서 이전보다 보기 좋은 상태가 된 것은 확실한가 보다.


또 나 스스로도 몸이 가볍다고 느낀다. 예전에는 내 몸이 내 맘대로 되지 않는 경험을 자주 했다. 운동 뿐만이 아니라 실생활에서도 몸을 움직이는 것 자체가 힘들고 행동도 둔했다. 그러나 지금은 스스로 느끼기에도 가뿐하다. 바닥에 떨어진 물건을 주울 때도 이전처럼 굼뜨지 않는다. 몸도 유연해졌다. 앞서 요가 편에서도 말했지만 엄청난 통나무였는데 이제 꽤 유연해졌다. 첫 PT날 트쌤이 스쿼트하는 나에게 유연해서 자세가 잘 나온다고 하셨는데, 유연이라는 단어가 익숙하지 않아서 머리 위로 물음표가 오백 개 정도 떴다. 전에 잠깐 골프 레슨을 받을 때도 프로님이 유연해서 자세가 좋다고 하셨던 적도 있는데 학창 시절 유연성으로는 뒤에서 1등 하던 나에게는 엄청난 일이다.


게다가 몸이 건강해지면서 에너지도 가득 찼다. 매사에 긍정적이고 화이팅 넘치는 드라마틱한 변화까지는 아니지만 운동을 꾸준히 하는 나 자신이 대견하고 멋있어서 자존감이 높아지고, 뭘 해도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도 생겼다. 사실 나의 운동 경험을 글로 쓰고 있는 것 자체도 엄청난 일이다. 나와 제일 관련 없는 단어라고 생각했는데, 브런치에서 첫 연재하는 글이 운동이 될 줄이야!


아, 가장 중요한 사실을 빼먹을 뻔 했다. 내가 운동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은 가장 큰 이유(1편 참고)인 공복혈당이 조금 떨어졌다. 큰 수치는 아니지만, 나에게는 유의미한 변화다. 나의 노력으로 건강해지고 있다는 뜻이니까.





나는 운동의 힘을 이제는 깨달아서 주변에 운동 전도사가 됐다. 사실 운동의 중요성은 내가 구구절절 말하지 않아도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실천으로 옮기기는 쉽지 않다. 나도 안다. 나조차도 그랬으니까. 옆에서 누가 아무리 잔소리를 해도 스스로 깨닫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운동을 해야 하는데 귀찮다는 친구에게 전에는 '그래도 건강해지려면 해야지'라고 말했는데 지금은 '아직 네가 안 급한가 보지'라고 말한다. 결국 내 몸을 움직이는 것은 나 자신이니까 스스로가 마음먹지 않으면 움직일 수 없다.


나이가 들수록 가지고 있던 근육은 계속 빠지고 기초대사량은 떨어지고 전보다 적게 먹는데도 살은 찌고 관절은 약해진다. 그제서야 운동을 시작하려고 하면 지금보다는 확실히 힘들 것이다. 체력 또한 전 같지 않아 젊은 시절처럼 운동하기도 어렵고, 소화 능력도 떨어져 음식을 챙겨 먹기도 쉽지 않으니까. 결국 악순환이다.


건강은 건강할 때 챙기라는 어른들의 말이 괜히 나온 이야기가 아니다. 나는 하루라도 빨리 어떤 운동이든 시작하라고 권하고 싶다. 운동 또한 습관이고, 습관을 만드는 것 또한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니까. 지금, 에너지를 쏟을 수 있을 때 운동을 시작해보자. 인생을 살면서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은 별로 없다. 하기 싫지만 참고 해야하는 일이 더 많다(예를 들어 출근, 공부…). 운동도 그 중 하나라고 생각해보자. 어쩔 수 없이 하다보면 어느 새 익숙해질 것이다. 거기에 재미까지 찾으면 더욱 좋고.




어쨌든 나는 운동의 습관화는 성공했다. 건강한 중년, 노년을 위해서라도 꾸준한 운동이 나에게는 꼭 필요하니까. 지금은 웨이트에 재미를 느껴서 당분간은 헬스장을 다닐 예정이지만 또 금세 지겨워져서 언제 새로운 운동을 찾을지 모른다. 앞으로 또 어떤 운동을 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하고 싶은 운동은 많다.


내년쯤에는 크로스핏이나 복싱을 해볼 예정이다. 또 물공포증 극복을 위해 수영도 배우고 싶다. 잠깐 배우다가 말았지만, 여유가 생기면 골프도 다시 할 것이다. 가을에는 등산을 가고 싶고, 겨울에는 실패했던 스노우보드를 다시 해보고 싶다. 무릎이 안 좋은 편인데 주변 근육을 단련해서 튼튼해지면 스피닝이나 달리기도 해보고 싶고, 트램펄린 위에서 뛰는 점핑 운동도 궁금해서 도전하고 싶다. 그 사이에 또 새로운 운동이 나타나겠지?


다른 사람을 바꾸는 것은 어렵지만 나 자신을 바꾸는 것은 생각보다 할 만하다. 운동의 필요성을 한번이라도 느꼈다면 어떤 운동이라도 좋으니 괴로워도 눈 딱 감고 일단 3개월만 해보자. 처음부터 헬스장에서 1~2시간 운동을 매일 하겠다는 목표까진 필요도 없다. 동네 산책을 일주일에 3번만 해보자. 성공했다면 5회로 늘리고 익숙해졌다면 운동을 바꿔보자. 자전거를 타도 좋고 헬스장에서 러닝을 해도 좋다. 주 3~5회정도 어떤 운동이든 100일만 딱 참고 해보자. 어느 새 운동이 익숙해진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운동을 통해 마음가짐까지 달라졌다.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꼭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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