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콘텐츠 홍수 속에서 보석 찾기
2020년 1월, 설 연휴를 보내고 일상으로 돌아오니 우리는 이전과 전혀 다른 세상에 살게 되었다. 사상 유례없는 전염병, 코로나19가 전세계에 퍼졌기 때문이다. 결국 모든 일상이 마비됐다. 마스크 없이는 외출할 수 없으며, 모임 인원도 제한되었고, 외식도 마음대로 못하게 되었다. 정말로 먹고사는 가장 최소한의 활동만 가능했다. 그러다 보니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졌고, 자연적으로 활동량은 줄었다. 별다른 놀이거리가 없다 보니 간식이나 야식 등 섭취만 잦아져 체중이 늘어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
실제로 코로나19로 인해 우리나라 비만율은 증가했다. 통계개발원이 22년 3월에 발간한 ‘국민 삶의 질 2021’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비만율은 38.3%로 전년 대비 4.5%나 증가했다고 한다.
운동이라도 하면 좋을 텐데 코로나19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헬스장, 수영장 등 운동시설들은 강제로 문을 닫거나, 저녁 시간이면 영업을 종료해야 했다. 사실 정상 운영을 하더라도 감염 우려로 이전처럼 편하게 다니기 어려웠다. 결국 나를 비롯하여 많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집에서 할 수 있는 운동을 찾게 되었다. 바로 홈트레이닝, 홈트이다.(이후부터는 홈트라는 표현을 사용하겠다)
사실 홈트는 꽤 이전부터 수요가 많았다. 혹시 2000년대 여초 커뮤니티에서 유명했던 다이어트 영상을 기억하려나? 이소라 다이어트, 조혜련 태보, 강하나 하체 스트레칭 등등. 국내만 있나? 빌리부트캠프, 티파니 허리운동, 마일리 사이러스 다리 운동과 같은 해외 영상까지 크게 유행했다. 사실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던 시절이라 아무런 죄책감 없이 상업용 영상을 커뮤니티에 그대로 올려서 공유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얼마나 잘못된 일인지.
어쨌든 많은 사람들이 해당 영상들을 따라하며 다이어트에 도전하곤 했다. 커뮤니티에는 운동은 어떤 영상을 했는지, 식단은 어떻게 했는지, 기간은 어느정도였고 총 감량은 얼마나 했는지 등등 자신의 경험을 늘어놓으며 홈트를 통한 다이어트 성공기가 줄줄이 이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두번 영상을 따라하다가 그만둔 경우가 훨씬 많았다. 집에서 혼자 운동한다는 건 엄청난 의지가 있어야 하니까. 물론 나도 실패자 중에 한 명이다.
아, 다이어트 영상에 앞서 태초에 가정용 운동기구가 있었다. 이 광고 내레이션을 기억하시는 분도 많을 것이다. ‘날씬한 몸매를 원하십니까?’라는 멘트로 시작하며, 근육질의 모델들이 운동 기구를 사용하며 땀을 흘리고, 쇼호스트가 운동기구의 효과를 열심히 설명하는 광고들. 사실 이런 홈쇼핑과 광고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가정용 운동기구의 종류가 어찌나 다양해졌는지. 싸이클이나 러닝머신, 워킹머신을 넘어서서 복근 운동 기구, 스쿼트 기구, 문틀에 설치할 수 있는 풀업바 등등 매번 새로운 제품이 쏟아지고 있다. 게다가 유명인들이 자신의 일상을 공개하는 예능에서 자신의 집에 방 한 칸을 비워 만든 운동방, 홈짐을 종종 공개하고 있어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운동기구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나 또한 그랬다. 자취하던 시기에는 공간이 좁다 보니 비교적 작은 스텝퍼를 사기도 했고, 코로나 시대를 맞이한 이후에는 유산소 운동을 하기 위해 싸이클을, 근력 운동을 해보겠다고 덤벨을 샀다. 나를 따라 남편도 문틀에 고정하는 풀업바와 푸시업 바를 샀다. 결과는 다들 비슷할 것으로 예상한다. 싸이클은 간이 옷걸이가 되고 풀업바에는 덜 마른 빨래를 널어두고. 덤벨은 그릭요거트 만들 때 누름용으로 쓴다.
상업용 다이어트 영상과 가정용 운동기구를 넘어서서 요즘은 내 손안에 있는 스마트폰으로도 홈트가 가능하다. 온 국민의 여가를 책임지는 유튜브 채널에서 온갖 홈트 영상들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그것도 무료로(물론 광고가 붙지만). 초보자를 위한 근력 운동, 팔 운동, 10분 타바타, 유산소 올인원, 부종 빼기, 뱃살 빼기, 누워서 하는 스트레칭, 30일 챌린지, 층간소음 없는 유산소 등등 내 운동 실력, 현재 상황, 원하는 부위 등 입맛에 딱 맞는 영상을 터치 몇 번이면 볼 수 있다. 또 별도의 장비가 필요 없는 것이 대부분이고(간혹 덤벨이나 밴드 등을 쓰는 경우는 있다), 요가매트를 펼 수 있는 공간만 있으면 어디서든 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나 또한 유튜브 홈트를 꽤 오래 했다. 2000년대 다이어트 비디오를 보던 세대라 유튜브 홈트 영상 또한 자연스럽게 따라한 것 같다. 첫 시작은 요가로 했다. 아무래도 이전에 반년 정도 배운 경험이 있으니까. 요가 또한 많은 유튜버들이 양질의 시퀀스를 꾸준히 업로드하고 있었다. 마지막 누워서 마무리하는 사바아사나까지. 나는 요가원 다닐 때 즐겨했던 빈야사 요가로 검색해서 몇 개의 영상들을 따라해보고, 나와 잘 맞는 유튜버 몇 명을 구독했다. 그리고 그날 컨디션에 맞게 시간이나 난이도 등을 보고 선택해서 수련했다.
요가 영상을 찾다 보니 유튜브 알고리즘은 다양한 운동 영상들을 추천해줬다. 그러다 커뮤니티 등에서도 유명한 한 부부의 운동 영상을 보게 되었다. 스쿼트나 런지, 점핑잭 등 맨몸으로 할 수 있는 다양한 동작들을 조합하여 한 편의 영상으로 만든 콘텐츠이다. 이 유튜버를 포함하여 요가를 제외하고 맨몸으로 가능한 유튜브 홈트 콘텐츠는 대부분 이러한 포맷이다. 그러므로 알고리즘에 뜨는 영상을 한 번씩 해보면서 본인과 맞는 유튜버를 구독하면 된다. 나 같은 경우는 한번 했던 루틴은 지겹고 재미가 없어서 반복하지는 않고 매일 유튜브의 바다를 헤매며 새로운 영상을 찾았다. 그날의 기분에 따라 유산소, 근력, 30분, 1시간, 올인원 등등 다양한 키워드를 넣어가며. 이때 자기에게 적합한 중량의 덤벨이나(초보자는 1~2kg 정도도 충분하다), 루프 밴드 정도만 구비해도 좀 더 높은 난이도의 운동도 가능하다.
최근에는 피트니스 게임들도 출시되기 시작했다. 이전에도 닌텐도 wii나 플레이스테이션과 같은 콘솔기기로 춤을 추거나 복싱을 하거나, 몸을 움직여하는 게임들은 존재했으나 링피트 어드벤처가 등장한 이후 피트니스 게임에 대한 관심이 한껏 높아졌다. 한동안은 구하기도 힘들 정도로. 링피트는 맵을 클리어해가며 악당을 물리치는데, 공격 방법이 스쿼트나 레그레이즈 등과 같은 근력 운동이다. 운동 난이도가 높아질수록 위력이 커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힘든 동작(?)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이런식으로 승부욕을 자극해 운동 효과는 물론 게임의 재미까지 1석 2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런 유행을 내가 또 놓칠 리 없지. 나 또한 링피트 어드벤처와 댄스 게임인 저스트댄스를 구입해 운동을 해봤다. 저스트댄스는 몸치인 내가 하기엔 어려워 운동이 되지 않는 느낌이라 메인 운동으로 하기보다는 유산소가 정말 하기 싫은 날 10곡 정도 이어서 하면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링피트는 생각보다 더 재미있는데 투자한 시간 대비 효율이 좋지 않은 것이 단점이었다. 2편 클라이밍에 대한 글에도 얘기했지만 직장인인 나는 하루 중 운동에 투자할 시간이 길지 않아 시간 가성비(?) 운동을 찾을 수밖에 없는데 링피트는 실제 플레이 시간 대비 운동량이 적은 편이다. 맵이나 공격 기술을 선택하고, 이벤트 맵을 클리어하고, 아이템을 만드는 등 게임 진행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1시간 플레이해도 실제 운동 시간은 30~40분 정 도 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서 게임하는 김에 운동까지 한다면 적합하나 운동하는 김에 게임까지 즐기자는 어려울 것 같다. 또 한 가지 덧붙이자면 운동을 처음하는 분들에게 링피트 어드벤처는 더더욱 추천하지 않는다. 스쿼트나 런지 등과 같이 잘못하면 관절에 무리가 가는 자세들이 많은데 아무래도 게임이다 보니 자세에 대한 설명은 불친절하기 때문이다. 무턱대고 하다가는 부상의 우려가 있으니 주의하도록 하자.
사실 이 부분은 피트니스 게임만의 문제가 아니다. 홈트 자체가 스스로, 혼자서 운동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잘못된 자세나 과도한 운동 강도로 다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누군가에게 배운 뒤 스스로 해보는 것이 베스트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홈트를 선택한 것이니 블로그나 유튜브 등을 통해서 반드시 꼼꼼하게 자세를 점검한 후 운동하는 것을 추천한다. 또 운동 전, 후 스트레칭은 꼼꼼하게 해주며 운동을 할 때도 절대로 무리해서 동작을 하지 않도록 한다. 운동 시간 또한 10분씩 서서히 늘려가면서 몸이 익숙해질 시간을 주자.
장점도, 단점도 있지만 코로나 시대에는 홈트만한 운동이 없다. 사실 홈트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는 편이 맞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홈트에 도전을 하고 또 실패를 한다. 가장 큰 장벽인 귀찮음을 이겨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운동하는 친구들과 우스갯소리로 ‘의지는 돈을 주고 사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요가든, 필라테스든, PT든 비싼 비용을 내고 등록하면 돈이 아까워서 억지로라도 가니까. 반면에 홈트는 큰 비용이 들지 않고, 하지 않는다고 해서 어느 누구도 터치하지 않기 때문에 포기하기가 쉽다.
홈트는 사실 자신과의 약속이다. 만약 자신과의 약속이 어렵다면 가족과 혹은 친구와 아니면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과 약속을 하는 것도 방법이다. 가족이나 친구에게 ‘내가 주 3회 홈트 안하면 주말 저녁은 내가 산다!’라고 제안할 수도 있고, 운동이 필요한 가족 혹은 친구와 같은 시간에 같이 운동하는 것도 좋다. 최근에는 습관이나 동기부여를 도와주는 어플도 많아서 홈트를 목표로 삼아볼 수도 있다. 나 같은 경우는 SNS를 통해 만난 친구들과 오늘의 운동을 인증하는 오픈채팅방을 운영하고 있다. 매일 인증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대방의 운동 인증으로 스스로 자극 받아 운동하자는 취지이다. 이런 모임이 부담스럽다면 하고 있는 SNS에 운동 인증을 올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실제로 오늘 운동 완료라는 뜻의 #오운완 태그를 검색하면 매일같이 운동 인증이 쏟아진다. 이 인증 대열에 합류해보는 것도 좋다. 내 피드에 가득 찬 운동 인증을 보면 뿌듯해지지 않을까?
뭐, 결국은 해봐야 안다. 이러면 어쩌나, 저러면 어쩌나 고민하기 전이 일단 뭐든 시작해보자. 판단은 그 뒤에 해도 늦지 않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