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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차분 Jul 18. 2022

4. 필라테스 대유행의 시대

나에게 맞는 강사 찾기




어느 날부터인가 2030 세대 여성들 사이에서 필라테스 붐이 일기 시작했다. 바야흐로 필라테스 대유행의 시대다. 헬스장, 요가원만큼이나 필라테스센터를 찾기 쉬워졌고, 주변에 필라테스를 시작한 지인들도 하나둘 늘었다. 처음에는 여자 연예인들이나 유명인들이 하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접하기 쉬운 운동이 되었다. 그 유행을 내가 가만히 보고 있을 리 없지. 마침 그 당시 나는 신혼생활의 즐거움으로 체중이 증가하여 또다시 감량을 해야 할 상황이 되었고 필라테스라는 운동이 궁금하기도 해서 겸사겸사 근처 필라테스센터를 찾았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필라테스가 처음이라면 1:1 강습으로 시작하라는 말을 수 백번 들었으나 비용의 압박으로 1:6 수업을 등록했다는 것이다. 뭐 어찌 됐건 그렇게 나도 유행에 동참했다.


필라테스는 원래 재활 치료 목적으로 고안된 운동으로 기구나 소도구를 사용하여 근육을 강화한다. 바렐, 리포머, 체어 등 다양한 기구나 써클링, 짐볼, 보수 등 소도구를 이용하는데, 강사의 지시에 따라 동작을 진행하면 된다. 처음 필라테스를 간 날, 생전 보도 못한 기구와 도구를 마주하고 마치 신문물을 처음 접하듯 쭈뼛거렸다. 그리고 그 기구들은 내가 상상하지도 못한 자세를 만들어줬다. 바렐의 언덕 부분을 처음 보고는 허리와 등을 기대어 눕는 동작 정도 생각했는데, 다리를 올리기도 하고 엉덩이를 붙여서 옆구리 운동을 하기도 했다. 또 리포머는 어떻고. 병실 침대인가 싶었는데 보드에 스프링을 걸어 움직이도록 설계되어 있어서 바를 잡고 코어 운동을 하거나, 기구에 걸린 스트랩을 잡고 당기기도 하고…. 기구 위에서 써클링이나 미니볼 등 소도구를 사용하기도 했다. 필라테스는 다양한 방법으로 평소 쓰지 않는 속근육까지 단련할 수 있었다.


필라테스가 유행이다 보니 관련 유머글이 많았는데, 공통적으로 첫 필라테스 후 갓 태어난 망아지마냥 제대로 걷지 못하고 다리를 부들부들 떨면서 귀가했다는 것이다. 나 또한 오랜만에 운동이기도 하고 앞서 말했듯이 유연성도, 근력도 없어서 걱정스러운 맘으로 첫 수업에 임했다. 요가를 할 때도 하루도 빠짐없이 근육통을 호소했듯이 필라테스를 하는 동안에도 그렇겠지. 또다시 근육통을 달고 살겠구나.라고 생각하면서.


그런데 무슨 일인지 나의 필라테스 첫 수업 소감은 ‘이게 끝이라고?’였다. 근육통은 커녕 땀조차 나지 않는 이 운동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약간 당황스러운 마음으로 집에 왔는데 다음 수업도, 그다음 수업도 같은 기분으로 수업을 마쳤다. 아니 내가 지금까지 본 필라테스 후기는 과장인 건가? 내가 제대로 못해서 효과를 못 보는 건가? 아니면 내가 생각보다 근력이 좋은 편인 건가? 앗 아니면 이제야 나의 적성을 찾은 건가?!


그 궁금증은 다른 타임 수업을 듣고 해소되었다. 당시 나는 자영업을 하고 있던 중이라 보통 오전에 수업을 들었는데, 그날은 다른 일정이 있어 저녁에 수업을 듣게 되었다. 오전과는 다른 강사님이었는데 그분의 수업은 오전 수업과 다르게  땀이 비 오듯 나고 운동을 하는 동안 팔, 다리, 복근 등 온몸이 부들부들 떨려서 민망할 정도였다. 결국 필라테스도 어떤 강사를 만나느냐에 따라 수업 난이도가 달라지는 것이었다. 비교적 수강생의 나이대가 높은 오전 수업은 낮은 난이도와 강도로, 퇴근한 2030 세대 직장인이 대부분인 오후는 높은 난이도와 강도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저녁 수업이 나에게 딱 맞는데 생업 때문에 그 시간에 매번 들을 수 없었고, 오전 수업은 나에게 강도가 약해서 항상 아쉬움이 있었다. 결국 나는 등록한 3개월까지만 듣고 연장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최근 해당 센터 시간표를 보니 난이도가 표기되어 있더라.) 사실 또 다른 이유도 있었는데 바로 수강신청 시스템 때문이다. 내가 다닌 필라테스 센터는 체인점이었는데, 수강신청을 매주 토요일, 전용 사이트에서 선착순으로 해야만 했다. 내 돈 내고 배우는데 내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수업을 들을 수 없는 시스템이라는 것도 연장을 하지 않는 것에 한몫했다. 인기 있는 시간대에 인기 있는 기구를 사용한 수업은 금방 마감되고, 미처 까먹고 수강신청을 하지 못한다면 원치 않는 다른 수업을 들어야 했다. 기간 내에 횟수를 소진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마 이건 센터마다 차이가 있을 것이기 때문에 등록 전 반드시 한 번 알아보는 것이 좋다.


그렇게 짧은 체험을 마치고 필라테스에 대한 기억이 흐려질 때쯤, 20대 초반부터 날 괴롭히던 허리와 고관절 통증이 또 심해졌다. 통증이 심해지면 도수치료를 받고, 괜찮아지면 중단하고를 반복했는데 사실 도수치료만으로는 근본적인 원인을 개선하기 어렵다. 도수치료사 또한 통증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운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환자분의 통증은 허리 디스크나 척추 정렬 문제보다는 장요근이라는 근육이 짧아져 발생한 것으로 추측되기 때문에 운동을 통해 근육을 유연하게 늘리는 것이 우선이라고 덧붙이면서. 몇 년 전 허리 통증으로 MRI를 찍었을 때 가벼운 디스크가 있다고 해서 지금까지 디스크 때문인 줄 알았는데 근육의 문제였다니…. 허리뿐만 아니라 일자목으로 인해 어깨 통증도 심한 상태인데 이번에야 말로 자세 교정을 통해 온 몸의 통증을 제대로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재활에 좋다는 필라테스를 그것도 1:1로 듣기로 결정했다. 비용이 부담스럽긴 하지만, 길게 보면 병원비를 아낄 수 있는 투자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그렇게 나는 집 근처에 강사 1명이 운영하는 1:1 수업 전문 필라테스샵을 등록했다. 대형 필라테스샵에서 1:1 수업을 등록할 수도 있었으나 그 당시 코로나19로 인해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이 개인적으로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런 곳은 강사도 여러 명, 수강생도 여러명이고 한쪽에서는 그룹 수업도 진행되니까. 그래서 작은 공간에서 강사와 나, 단 둘이서 수업을 진행하는 소규모 필라테스샵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선택을 땅을 치고 후회하게 될 줄이야. 지금이야 필라테스센터가 대중화되어 있고 좋은 센터, 좋은 강사 고르는 법에 대해서도 검색만 하면 리스트로 뜰 정도인데, 당시에 나는 그런 정보가 없어서 감염으로부터 안전하고, 집에서 무조건 가까운 곳이 좋다고 생각해서 강사에 대한 고민은 크게 하지 않았다. 게다가 그 자리에서 5년 정도 운영하셨기 때문에 경력도 꽤 있어 강사의 자질에 대해 생각도 못했다. 지금 다시 재활 목적으로 필라테스를 하게 된다면 물리치료사 출신 강사가 있는 곳부터 찾았을 텐데, 그때는 몰랐다. 게다가 최소 횟수로 등록해서 어느 정도 해보고 연장 여부를 결정했어야 하는데 할인폭이 크다는 이유로 덜컥 20회를 결제해서 무르지도 못하고 울며 겨자 먹기로 다녔다.


가장 불만족스러운 부분은 수업 강도였다. 물론 처음 상담할 때 나는 운동보다는 재활 목적이니 일반적인 수업보다는 강도가 세지 않을 거라고 미리 말씀하시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수업 강도가 너무 약했다. 수업 강도에 대해서는 몇 번 말씀드렸는데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냥 다리 몇 번 왔다 갔다 하고, 로프 몇 번 당기고 집에 오는 기분…. 심지어는 스마트워치에 필라테스를 선택하고 수업을 들었는데, 심박수 변화가 전혀 없는지 한창 수업 진행 중인데도 불구하고 운동이 종료되었냐며 알람이 오기도 했다. 게다가 같은 동작을 계속 반복했다. 이전 필라테스 수업을 통해서 얼마나 많은 자세가 가능한지 이미 알고 있는데, 계속 비슷한 동작을, 그것도 매번 반복하다 보니 불만이 자꾸 쌓여갔다. 처음에는 강사의 커리큘럼이니 하다 보면 달라지겠거니 했지만 20회 마지막 순간까지도 비슷했다. 뭐 가장 중요한 것은 고관절과 허리 통증이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는 것. 여러모로 아쉬움이 가득했던 경험이다.


도대체 나의 필라테스 경험들은 뭐가 문제일까….


필라테스는 익숙하지 않은 기구나 도구를 사용하고, 자세에 따라 자극점이 달라지기 때문에 강사의 코칭이 아주 중요한 운동 중 하나이다. 이 때문에 처음이라면 1:1 수업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하는 것이다. 그렇긴 하지만, 금전적 여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무리해서 등록하지는 말자. 우리의 운동 목적은 건강해지기 위함인데, 금전적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오히려 독이 될 테니까 말이다. 개인적인 경험이긴 하지만 1:6으로 수업을 들어도 사실 6명이 모두 참석하는 날은 흔치 않다. 보통 1, 2명이 빠지기 마련이고 간혹 가다 혼자 수업을 듣게 되어 의도치 않게 1:1 수업을 한 적도 있다. 그러니 수강생 숫자에 연연할 필요는 없다. 본인의 경제적 여유에 따라 선택하는 것을 추천한다.


하지만 강사의 코칭으로 수업이 이루어지는 만큼 강사의 역량은 중요하게 보도록 하자. 지역마다 다르겠지만 1회당 평균 5~8만원 정도 하는 고비용의 운동인데 효과 못 보면 얼마나 돈 아까운가. 특히 필라테스의 경우(사실 요가도 마찬가지다) 수백 개의 민간 자격증이 존재하고 해당 강의를 수료만 한다면 필라테스 강사로 활동할 수 있기 때문에 3개월 배우고도 강사를 할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므로 강사의 이력을 확인하는 것이 1순위다.


요즘은 수강생들이 워낙 꼼꼼하게 강사의 이력을 확인한 후 센터를 선택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센터들은 강사 프로필을 공개하고 있다. 덧붙여 수강생들이 선호하는 좋은 이력이(예를 들어 물리치료사 출신 등) 있다면 메인으로, 대놓고, 아주 크게 홍보할 것이므로 홍보물을 유심히 보는 것이 좋다. 다만 이력에 장난을 치는 경우도 있으므로 공개된 자료는 다시 한번 확인해야 한다.


몇 가지 팁을 주자면 경력이 많은 것은 기본이고 물리치료 혹은 작업치료 등을 전공하여 해부학에 해박한 강사를 찾는 것이 좋다. 어떤 근육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고 개입되는지, 통증이 생기는 이유와 줄이는 방법, 근육의 올바른 사용법 등을 전문적으로 공부하여 필라테스 수업에 그대로 적용하기 때문이다. 각 근육의 구조와 기능에 대해 이해가 없다면 오히려 잘못된 운동으로 몸을 해칠 수 있다. 덧붙여 특정 과정 수료나 교육 이수는 말 그대로 수업을 들었다는 의미이므로 크게 의미를 두지는 말자.


또 강사마다 수업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1회 체험 수업을 반드시 받아보자. 이 부분은 개인의 성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정답은 없다. 이렇게 강사를 선택한 후 집과의 거리나, 센터 시스템, 수강료 등을 고려해야 한다. 나의 첫 번째 경험과 같이 수업 난이도 선택이 안되거나, 수업 예약이 번거롭다면 아주 골치 아프니까.


마지막으로 고려할 사항이 있다. 이 부분도 개인차이가 있겠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지속 가능한 운동으로 필라테스를 선택하기엔 조금 아쉬웠다. 요가의 경우 어느 정도 수업을 통해 자세를 익힌다면 유튜브나 요가 시퀀스 어플을 켜놓고 집에서 충분히 혼자 수련할 수가 있다. 헬스 PT의 경우도 수업을 통해 자세와 자극점을 익히면 이후에는 헬스장 기구를 이용하거나 집에 몇 가지 운동 기구만 마련해두면 스스로 운동이 가능하다. 이에 비해 필라테스는, 특히 기구 필라테스의 경우 집에 기구를 구비하기 어렵고(비싼 가격은 물론 공간도 많이 차지한다), 필라테스샵 또한 강의만 진행하기 때문에 개인 운동을 할 수가 없다. 필라테스를 집에서 하기 위해서는 소도구를 이용하는 것이 최선이다. 이러한 부분 때문에 지속가능한 그리고 운동을 배운 뒤에는 큰 비용을 들이지 않는 것이 목표인 나에게 필라테스는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필라테스는 여전히 인기 있는 운동이다. 좋은 강사를 만나서 제대로만 한다면 몸의 균형을 맞추고 자세를 개선하여 평소 불편하던 통증도 줄이고, 체형 변화도 가능하다. 또 몸에 군살을 덜어내고, 속근육을 단련하여 탄탄한 몸선도 만들 수 있으며, 심지어 숨은 키까지 찾아준다고 한다. 분명 좋은 운동임은 확실하다. 다들 추천한다는데 나만 그 재미와 효과를 누리지 못한 것 같아서 조금은 억울하다. 비록 나는 아쉽게 실패(?)했지만, 지금 필라테스를 고민하는 당신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운동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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