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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차분 Jul 10. 2022

3. 요가에 대한 가장 큰 오해

운동 선택 전 시간적, 비용적 여유 파악하기


사람이 인생을 살다 보면 크고 작은 이벤트를 겪게 되는데, 나에게도 꽤 큰 이벤트가 다가왔다. 바로 ‘결혼’이다. 오래 만난 남자친구와 그 해 가을 결혼을 약속한 나는 곧바로 나와의 약속을 또 해야만 했다. 드레스 입기 전에 진짜 살을 빼자. 제대로 운동해보자.


제대로 다이어트도, 운동도 해본 적이 없는 나는 어떤 운동을 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요즘 필라테스가 핫한 거 같긴 한데 초보자는 무조건 1:1로 하는 게 좋다고 어디선가 들었다. 하지만 1:1 필라테스 비용을 감당하기엔 나의 월급은 정말 작고 소중했다. 그렇다고 비용적으로 부담이 없는 헬스를 또다시 등록하자니 이번에도 관장님 지갑만 두둑하게 해 드릴 것만 같았다.


집이나 회사 근처에 있어서 접근성이 쉽고, 긴 시간을 투자하지 않아도 되며, 비용도 크게 부담되지 않는 운동이 있을까? 고민에 빠져서 주위를 둘러봤는데, 순간 요가가 눈에 띄었다. 그래 ‘요가’를 해보자.


필라테스 대유행의 시대가 오기 전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운동은 요가가 아닐까? ‘요가’라고 검색만 해도 리스트가 쭉 뜰 정도로 요가원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일단 접근성 좋아야 한다는 1차 조건을 통과했다. 다음은 시간적인 부분이다. 대부분 요가원은 1타임 50분 정도 수업이기 때문에 하루 1시간 정도만 투자하면 되고, 시간표가 정해져 있어 원하는 시간대에 맞춰 수강하면 된다. 게다가 1:1이 아니라 1:다수의 수업이기 때문에 비용적인 면에서도 상당히 합리적이다. 모든 면에서 나에게 딱 맞았다.


그런데 한 가지 걸리는 부분이 있었다. 바로 나의 유연성. 몸을 뒤집고, 팔다리를 꼬아야 하는 요가를 내가 할 수 있을까? 혹시 지금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분들이 있다면 이 걱정으로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자. 요가에서 유연성은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같은 새싹요기들이 걱정해야 할 부분은 따로 있다.


나 역시도 유연하지 못한 내 몸을 걱정했지만 요가 이외의 별다른 선택지가 없었던 나는 결국 요가를 시작하게 됐다. 결혼식을 앞두고 다이어트를 위해 요가를 한다고 하니 주변에서 이상하게 한 마디씩 얹었다. ‘요가가 운동이 되나?’, ‘그냥 스트레칭 아냐?’, ‘살이 빠지긴 해?’ 등등. 사실 나 조차도 확신이 없어서 각종 커뮤니티를 돌며 요가 다이어트 효과에 대해서 검색했는데 살이 빠진다는 얘기보다는 <요가는 군살 정리로 좋지>, <요가는 체형 교정되는 거 아닌가?>라는 댓글이 훨씬 많았다. 다이어트를 위해 요가를 시작하는 것이 맞을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나는 반 년간의 요가로 총 8kg를 감량했고, 귀엽고 통통한(?) 나의 뱃살 속에 숨어있던 복근을 희미하게나마 만나기도 했다. 나와의 약속도 무사히 지켜 요 근래 내 모습 중 가장 슬림한 상태로 드레스를 입고, 결혼식장에 입장할 수 있었다. 물론 요가만으로 감량에 성공한 것은 아닐 것이다. 일주일에 3번, 요가를 하는 날만은 저녁 식사를 가볍게 했고, 다른 끼니도 평소보다는 밥의 양을 줄여서 먹었기에 눈에 띄는 감량이 가능했다. 믿기 싫지만 인정해야 하는 사실은 운동보다 식단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체중 감량 효과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꾸준히 운동을 하더라도 식단 조절이 없다면 그저 건강해질뿐이다.

(추후에 식단에 관한 이야기는 따로 자세히 하겠지만 노파심에 잠깐 언급해보자면, 그 당시 나는 다이어트에 무지해서 적게 먹고 운동하면 된다고 생각했고 평소보다 먹는 양을 줄여 체중 감량에 성공했다. 그러나 무작정 섭취량을 줄이는 것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결코 좋은 방법이 아니므로 절대 따라 하지는 않으셨으면 좋겠다.)


다시 요가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오자. 사람들은 왜 요가를 ‘스트레칭’이라고 생각할까? ‘요가’에 대한 이미지를 물어보면 눈을 감고 명상을 하다가 다리를 목 뒤로 걸고, 양팔을 꼬기도 하고, 다리 사이로 팔을 거는 등의 자세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아무래도 요가 동작들은 유연성이 필요하고, 한 동작에서 오래 머무르다 다음 동작을 이어나가면서 온몸을 늘리다 보니 스트레칭이 될 수밖에 없긴 하다. 게다가 요가 강사분들은 그 설명하기도 어려운 동작들을 하면서도 표정은 평안하니 유연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기지개 켜듯이 마냥 시원한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할 것이다.


그런데 내가 직접 해보고 느낀 ‘요가’는 생각했던 이미지와 전혀 달랐다. 일단 유연하지 않아도 된다. 물론 유연하다면 더 많은 자세를 할 수 있겠지만 요가는 안 되는 동작을 어떻게든 해내야 하는 스포츠가 아니라 ‘할 수 있는 만큼만’ 동작을 하면서 내 정신과 마음을 단련하는 수련이다. 당시의 나는 다리를 쭉 편 채 앉는 것 자체도 힘겨울 정도로 유연하지 못해서 요가의 기본자세 중 하나인 다운독(강아지가 기지개를 펴는 모습)조차 어려운 상태였다. 하지만 강사님은 다리를 쭉 펴야 하는 다운독 자세가 안 되는 나에게 좀 더 다리를 펴보라고 하지 않으셨고, 한 발짝 앞으로 발을 옮기고 무릎을 살짝 굽히라고 조언해주셨다. 실제 수업을 할 때도 해당 동작이 불가능하다면 대체할 수 있는 동작을 알려주시기도 하고, 필요하다면 수건이나 요가 블록 등을 사용해서 자세를 잡도록 도와주며, 절대 무리하지 말라고 반복하신다. 우리의 목적은 동작을 성공시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 무리하면 오히려 자세가 흐트러지면서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다면 요가에서 가장 필요한 요소는 뭘까? 개인적으로는 코어근육, 근력이라고 생각한다. 요가는 유연성이 아니라 코어근육을 사용하여 매 동작을 버티는 전신운동이기 때문이다.


'지금 자리에서 일어나 두 다리로 서 보세요'라고 하면 대부분 어려움 없이 서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오른쪽 다리를 들어 오른발을 왼쪽 다리 허벅지 안쪽에 붙여서 왼쪽 다리로만 서보세요.라고 하면 몇 초도 못 버티고 휘청할 것이다. 요가는 균형을 잡고 버텨야 하는 동작이 대부분인데, 균형을 잡기 위해서 자연스럽게 코어에 힘이 들어가게 되고, 그 힘으로 버틸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난다. 그러다 보니 처음 요가를 할 때 유연성을 떠나서 자세 자체를 버티지 못해 당황하곤 했다. 어떻게 오른쪽 팔과 오른쪽 다리로 설 수 있지?(아르다찬드라아사나, 반달 자세), 한 발로 중심을 잡고 다른 발과 상체로 T자를 만드는 게 가능해?(비라바드라3, 전사자세3) 등등 내 몸이 내 맘대로 되지 않는 경험들. 물론 요가는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되니까, 휘청이면 다시 자세를 잡으면 되지만.


이렇게 요가를 하다 보면 코어근육은 물론 평소 쓰지 않는 근육까지 아주 야무지게 쓸 수밖에 없다. 그래서일까, 요가를 한 다음 날이면 팔이며 다리며 복근이며 어느 한 곳 아프지 않은 곳이 없다. 심한 날은 허벅지가 너무 아파서 계단을 오르내리기 힘들 정도다. 그런데 그 근육통에 묘하게 중독되는지 통증이 덜한 날이면 전날 운동을 덜했나 싶어 반성하게 된다.


또 요가를 하고 나면 개운하다. 요가 수업을 1시간 듣고 나면 내가 이렇게 땀이 많은 체질이었나? 싶을 정도로 온몸을 땀으로 샤워한 것 같은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요가는 모두가 알다시피 인도에서 시작되었는데, 인도는 고온다습한 나라이다. 이 때문에 우리가 요가 수련을 할 때도 비슷한 조건을 만들기 위해 요가 스튜디오의 실내 온도를 높인다. 특히 흔하게 알려진 핫요가는 실내 온도를 38도까지 높여서 진행할 정도다. 이렇게 높은 온도에서 온 몸에 힘을 주어 수련을 하다 보니 비 오듯 땀이 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스트레칭도 되고, 근력운동도 되고, 땀까지 빼주는 요가지만 한 가지 장벽이 있다. '지겨움'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요가를 다닌다고 하면 지겹지 않냐는 질문을 꽤 많이 받는다. 나 역시도 조금은 걱정했던 부분인데, 사실 요가는 수련이다 보니 헬스나 수영이나 다른 운동들 보다는 정적일 수밖에 없다. 특히 아쉬탕가요가나 하타요가, 핫요가 등은 하나의 동작을 꽤 긴 시간 동안 이어 나가다 보니 나처럼 흥이 많은 사람들이 하기에는 솔직히 지겹다.


하지만 요가도 다양한 종류가 있다. 동작을 물 흐르듯이 이어가는 빈야사요가나 음악에 맞춰(팝송, K-POP 등) 요가 동작을 하는 인사이드플로우(요가원 마다 이름이 다른 것 같다. 두 번째 다닌 요가원은 비트요가라고 했다) 등 의외로 빠르게 동작을 바꿔가야 하는 요가도 많다. 게다가 요즘은 플라잉요가라고 해먹 위에서, 해먹을 활용하여 다양한 자세를 수련하는 요가도 있다.


그러므로 처음 요가를 시작할 때 다양한 수업을 들어보고 본인에게 맞는 수업을 찾으면 된다. 나 역시도 처음에는 종류별로 들어보다 결국에는 빈야사나 인사이드플로우 수업 위주로 듣게 되었다. 참고로 겁이 많아서 플라잉요가는 못했는데, 나와 같은 사람이 있다면 플라잉요가보다 해먹을 낮게 매단 로우플라잉요가(그라운드플라잉요가라고도 하는 듯)를 추천한다. 해먹 위에 앉아도 발이 바닥에 닿으니 무섭지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에 해먹에 누워 사바아사나를 한다는 점이 참 좋았다. (사바아사나는 송장자세라고도 부르는데 수련 후 가장 마지막에 하는 자세로 누운 채로 팔과 다리를 편안하게 펴고, 심신을 안정시키며 눈을 감고 5분 정도 명상한다)


나의 인생 운동은 따로 있지만(?) 요가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꾸준히 한 운동이라 그런지 나에게 큰 의미가 있다. 그래서 현재 요가원을 다니지 않지만 가끔 유튜브나 요가 시퀀스 어플을 통해 집에서 수련하면서 요가를 잊지 않으려고 한다. 가끔 마음이 복잡하거나 몸이 무거울 때 요가를 하면 확실히 몸은 가벼워지고 머리는 맑아진다. 그럴 때마다 요가 수련의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이 글을 보는 모두가 한 번쯤은 꼭 요가를 해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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