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연구원이 된 듯한 느낌적인 느낌!

의뢰번호 05. 나만의 향을 만들고 싶어!

by 이차분

우리 이름은 칠월&차분! 탐정이죠.

내 '취향'이 없어서 주말이 무료한 여러분들을 위해 다양한 취향을 소개합니다.



◎의뢰번호 05. 나만의 향을 만들고 싶어!


사람이 느낄 수 있는 오감(五感) 중 가장 예민한 감각이 후각이래. 그래서 시간이 지나 기억이 희미해져도 냄새만은 기억할 수 있다고 하더라. 예전에 TV에서 한 배우가 본인은 해외여행을 갈 때마다 향수를 하나 사서 여행 기간 내내 뿌린다고 말한 걸 본 적이 있어. 그럼 이후에도 그 향수를 뿌릴 때마다 여행의 즐거운 기억이 떠오른다고. 뭔가 로맨틱하지 않아?


파워 F인 나의 갬성을 세게 내려치는 말이었고, 그 뒤로 ‘향’에 대한 로망이 생긴 것 같아. 뭐랄까…. 사람들에게 이 향을 맡으면 “어 칠월이 생각나!” 이런 느낌? 물론 냄새 말고 향기로.


그래서 결심했어, 나만의 향수를 만들어 보기로!




✨취 향 보 고 서 - 05✨

향수 연구원이 된 듯한 느낌적인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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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 배곧에 있는 향수 공방 ‘유엘’을 방문했어. 인터넷으로 미리 날짜를 잡아 예약하고, 이번엔 짝꿍과 함께 방문했어. 가격은 인당 5만 원. 시간은 한 시간 반 정도 소요된대.


건물에 도착하니 복도에서부터 좋은 향이 진동해. 눈 감고도 공방을 찾을 수 있는 이 강렬한 향기. 공방에 들어서니 깨끗하게 정돈된 공간과 책상마다 빼곡하게 올려진 오일 공병까지. 연구실에 온 느낌.


향수를 만들기 전에 수업의 커리큘럼과 향수에 대한 설명을 들었어. 레터에 다 담기엔 양이 방대해서 아주 간단하게 설명하면, 향수의 성격을 ‘노트(NOTE)’라고 표현하는데, 노트는 ‘탑-미들-라스트’ 이렇게 3단으로 나눈다고 해. ‘탑’은 향수를 뿌렸을 때 가장 처음 맡을 수 있는 향. ‘미들’은 향수의 특징을 가장 잘 나타내는 몸통 같은 느낌. 그리고 베이스라고도 불리는 ‘라스트’는 지속력을 담당한대. 향마다 자주 사용되는 ‘노트’가 있는데, 모두 라벨에 적혀 있었어. 만약 탑노트에 주로 쓰이는 향으로만 향수를 만들면, 첫 향은 강렬하지만, 잔향이 거의 없이 금방 날아가겠지? 이런 걸 고려하며 향수를 만들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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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를 만들려면 내 취향을 알아야겠지? 20분 동안 준비된 80여 가지의 향을 맡아보고 마음에 드는 향에 이름을 적어 따로 표시를 해두면 돼. 생각보다 정신없어. 시간이 아주 촉박하거든. 병마다 ‘시트러스’, ‘우디’, ‘플로럴’ 등 향의 카테고리와 ‘무화과’, ‘카카오’, ‘로즈’ 등 향의 이름이 적혀 있어서 모든 향을 테스트하지 않아도 유추할 수도 있어. 만약 꽃향기를 싫어하는 타입이라면 ‘플로랄’ 계열의 오일은 건너뛰면 되겠지? 하지만 나는 궁금하니까 다 맡아봤지. 중간중간 피곤해진 후각을 준비된 원두로 정화해가며 말이야.


후보를 추려보니 대쪽 같은 나의 취향을 알 수 있었고, 의외인 면도 발견했어. 나는 지금까지 내가 무화과 향을 좋아한다고 생각했거든. 그래서 ‘무화과 향을 넣은 향수를 만들어야지’라고 생각했는데, 아니 이게 무슨 일? 너무 내 스타일이 아니라 빠르게 포기. 대신 ‘HAY’ 건초 향이 아주 마음에 들었어. 새로운 취향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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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드는 향을 모아두면 선생님께서 ‘조향’을 도와주셔. ‘도시적인’, ‘시원한’, ‘포근한’과 같은 형용사를 인용해 ‘만들고 싶은 향의 이미지’를 물어보신 게 인상 깊었어. 막연했던 향에 대한 표현을 구체화하는 느낌? 나는 평소에 내가 갈망하는 ‘은은하고 우아한’을 골랐어. 혹시 향이 나를 그렇게 만들어 줄 수도 있잖아?


그럼 선생님이 내가 후보로 모아둔 향 중에서 ‘은은하고 우아한’과 어울리는 향들을 몇 가지 뽑아주셔. 만약 좋아하는 향과 이미지 매치가 되지 않거나 부족하다면, 선생님이 추가로 다른 향도 추천해주시니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아. 세 가지 정도의 향을 고르면, 비율에 맞게 조합을 하게 도와주는데, 1차로 조합한 향을 맡아보고, 양을 가감해가며 최종 향을 결정하면 나만의 향수 완성. 향수는 서늘한 곳에 2주가량 숙성시킨 뒤 사용이 가능해. 너무 궁금했는데 정말 참고 또 참았어. 2주가 이렇게 느리게 흐를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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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는 어떠냐고? 6개월째 나의 데일리 아이템이 되었어. 좀 가벼운 향이라 겨울엔 계절감이 아쉽지만, 다른 향수보다 더 손이 가. 아마 내 취향이 고스란히 담겨있어서 그렇겠지? 다 쓰면 새로 만들어볼 의사 100% 제작할 때 썼던 향과 비율을 적어둔 카드를 함께 주셨기 때문에 아마 추가 비용을 내면 향수를 다시 제작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한 시간 반이 정말 빠르게 지나갔어. 무엇보다 완벽하게 패키징이 된 제품을 받아오니까 선물 받은 느낌! 그런데 집에 얼른 가서 김치찌개를 먹고 싶긴 했어. 달고 강한 향을 많이 맡았더니 매콤하게 코를 정화하고 싶었거든.



▶취향탐정단의 평가

원데이 끝나고 조향사 자격증 검색해 봄. 너무 재밌었음.

아, 그런데 나는 멀미를 많이 안 하는 편이라 괜찮았는데, 평소에 멀미를 조금 하는 내 짝꿍은 재미있었지만, 향을 많이 맡았더니 속이 조금 메스껍다는 후기를 남겼어. 다음엔 혼자 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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