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차분 May 24. 2023

향수 연구원이 된 듯한 느낌적인 느낌!

의뢰번호 05. 나만의 향을 만들고 싶어!

우리 이름은 칠월&차분! 탐정이죠.

내 '취향'이 없어서 주말이 무료한 여러분들을 위해 다양한 취향을 소개합니다.



의뢰번호 05. 나만의 향을 만들고 싶어!


 사람이 느낄 수 있는 오감(五感) 중 가장 예민한 감각이 후각이래. 그래서 시간이 지나 기억이 희미해져도 냄새만은 기억할 수 있다고 하더라. 예전에 TV에서 한 배우가 본인은 해외여행을 갈 때마다 향수를 하나 사서 여행 기간 내내 뿌린다고 말한 걸 본 적이 있어. 그럼 이후에도 그 향수를 뿌릴 때마다 여행의 즐거운 기억이 떠오른다고. 뭔가 로맨틱하지 않아?


 파워 F인 나의 갬성을 세게 내려치는 말이었고, 그 뒤로 ‘향’에 대한 로망이 생긴 것 같아. 뭐랄까…. 사람들에게 이 향을 맡으면 “어 칠월이 생각나!” 이런 느낌? 물론 냄새 말고 향기로.


 그래서 결심했어, 나만의 향수를 만들어 보기로!




✨취 향 보 고 서 - 05✨

향수 연구원이 된 듯한 느낌적인 느낌!




 시흥 배곧에 있는 향수 공방 ‘유엘’을 방문했어. 인터넷으로 미리 날짜를 잡아 예약하고, 이번엔 짝꿍과 함께 방문했어. 가격은 인당 5만 원. 시간은 한 시간 반 정도 소요된대.


 건물에 도착하니 복도에서부터 좋은 향이 진동해. 눈 감고도 공방을 찾을 수 있는 이 강렬한 향기. 공방에 들어서니 깨끗하게 정돈된 공간과 책상마다 빼곡하게 올려진 오일 공병까지. 연구실에 온 느낌. 


 향수를 만들기 전에 수업의 커리큘럼과 향수에 대한 설명을 들었어. 레터에 다 담기엔 양이 방대해서 아주 간단하게 설명하면, 향수의 성격을 ‘노트(NOTE)’라고 표현하는데, 노트는 ‘탑-미들-라스트’ 이렇게 3단으로 나눈다고 해. ‘탑’은 향수를 뿌렸을 때 가장 처음 맡을 수 있는 향. ‘미들’은 향수의 특징을 가장 잘 나타내는 몸통 같은 느낌. 그리고 베이스라고도 불리는 ‘라스트’는 지속력을 담당한대. 향마다 자주 사용되는 ‘노트’가 있는데, 모두 라벨에 적혀 있었어. 만약 탑노트에 주로 쓰이는 향으로만 향수를 만들면, 첫 향은 강렬하지만, 잔향이 거의 없이 금방 날아가겠지? 이런 걸 고려하며 향수를 만들면 좋아.



 향수를 만들려면 내 취향을 알아야겠지? 20분 동안 준비된 80여 가지의 향을 맡아보고 마음에 드는 향에 이름을 적어 따로 표시를 해두면 돼. 생각보다 정신없어. 시간이 아주 촉박하거든. 병마다 ‘시트러스’, ‘우디’, ‘플로럴’ 등 향의 카테고리와 ‘무화과’, ‘카카오’, ‘로즈’ 등 향의 이름이 적혀 있어서 모든 향을 테스트하지 않아도 유추할 수도 있어. 만약 꽃향기를 싫어하는 타입이라면 ‘플로랄’ 계열의 오일은 건너뛰면 되겠지? 하지만 나는 궁금하니까 다 맡아봤지. 중간중간 피곤해진 후각을 준비된 원두로 정화해가며 말이야. 


 후보를 추려보니 대쪽 같은 나의 취향을 알 수 있었고, 의외인 면도 발견했어. 나는 지금까지 내가 무화과 향을 좋아한다고 생각했거든. 그래서 ‘무화과 향을 넣은 향수를 만들어야지’라고 생각했는데, 아니 이게 무슨 일? 너무 내 스타일이 아니라 빠르게 포기. 대신 ‘HAY’ 건초 향이 아주 마음에 들었어. 새로운 취향 발견!



 마음에 드는 향을 모아두면 선생님께서 ‘조향’을 도와주셔. ‘도시적인’, ‘시원한’, ‘포근한’과 같은 형용사를 인용해 ‘만들고 싶은 향의 이미지’를 물어보신 게 인상 깊었어. 막연했던 향에 대한 표현을 구체화하는 느낌? 나는 평소에 내가 갈망하는 ‘은은하고 우아한’을 골랐어. 혹시 향이 나를 그렇게 만들어 줄 수도 있잖아? 


 그럼 선생님이 내가 후보로 모아둔 향 중에서 ‘은은하고 우아한’과 어울리는 향들을 몇 가지 뽑아주셔. 만약 좋아하는 향과 이미지 매치가 되지 않거나 부족하다면, 선생님이 추가로 다른 향도 추천해주시니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아. 세 가지 정도의 향을 고르면, 비율에 맞게 조합을 하게 도와주는데, 1차로 조합한 향을 맡아보고, 양을 가감해가며 최종 향을 결정하면 나만의 향수 완성. 향수는 서늘한 곳에 2주가량 숙성시킨 뒤 사용이 가능해. 너무 궁금했는데 정말 참고 또 참았어. 2주가 이렇게 느리게 흐를 줄이야.



 향수는 어떠냐고? 6개월째 나의 데일리 아이템이 되었어. 좀 가벼운 향이라 겨울엔 계절감이 아쉽지만, 다른 향수보다 더 손이 가. 아마 내 취향이 고스란히 담겨있어서 그렇겠지? 다 쓰면 새로 만들어볼 의사 100% 제작할 때 썼던 향과 비율을 적어둔 카드를 함께 주셨기 때문에 아마 추가 비용을 내면 향수를 다시 제작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한 시간 반이 정말 빠르게 지나갔어. 무엇보다 완벽하게 패키징이 된 제품을 받아오니까 선물 받은 느낌! 그런데 집에 얼른 가서 김치찌개를 먹고 싶긴 했어. 달고 강한 향을 많이 맡았더니 매콤하게 코를 정화하고 싶었거든.



▶취향탐정단의 평가

 원데이 끝나고 조향사 자격증 검색해 봄. 너무 재밌었음.

 아, 그런데 나는 멀미를 많이 안 하는 편이라 괜찮았는데, 평소에 멀미를 조금 하는 내 짝꿍은 재미있었지만, 향을 많이 맡았더니 속이 조금 메스껍다는 후기를 남겼어. 다음엔 혼자 갈래



- 뉴스레터 구독: https://taste-shoot.stibee.com/ 

- 유튜브 구독: https://www.youtube.com/@taste_shoot

- 문의 및 제안: shoot.taste@gmail.com



매거진의 이전글 요즘은 차(茶)도 코스로 즐기는 시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