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티백은 별로 맛없잖아? 쓰고 떫기만 하고...

차(tea)를 알기 전 나의 두 번째 오해

by 이차분


가장 쉽게 접하는 차는 아무래도 '티백'이 아닐까 싶어요. 회사 탕비실 혹은 정수기 옆이라면 커피믹스와 더불어 꼭 준비되어 있는 티백! 호텔, 관공서나 은행, 병원, 행사장 등등 어디서든 만날 수 있는 티백! 언제 어디서나 컵과 뜨거운 물만 있다면 손쉽게 차를 마실 수 있는 티백! 보통 우리는 여기서 현미녹차, 둥굴레차, 메밀차 등을 처음 마셔보게 돼요.


그런데, 이 티백차의 경험, 다들 어떨까요? 혹시 <쓰다, 떫다, 맛이 없다>부터, 더 나아가 <역시 차는 별로야>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이 글을 통해, 티백차에 대한 오해를 꼭 푸셨으면 좋겠어요.



혹시 티백차를 마시기 전에 <우리는 방법>에 대해 찾아본 적이 있나요? 마트에서 흔하게 파는 현미녹차, 둥굴레차 뒤에도 <차 음용법>이 친절하게 적혀 있어요. 동서 현미녹차의 뒷면을 보면 <뜨거운 물 100ml에 티백 1개를 넣고 1~2분간 우린 후 티백을 여러 번 흔들어 꺼내고 음용하세요>라고 되어 있고요. <차갑게 마시고 싶다면 차가운 물 120ml에 티백 1개를 넣고 3~4분간 우린 후 티백을 꺼내고 얼음을 넣어서 드세요>라고 적혀 있어요.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물의 양과 우리는 시간이 꼭 명시되어 있어요.



하지만 우리는 어떻게 마시고 있을까요?

머그컵 혹은 종이컵에 뜨거운 물 적당히 붓고 티백 하나 퐁당 넣은 뒤 식으면 그대로 마시고, 다 마셨다 싶으면 물을 또 넣어서 마시진 않나요? 아침에 뜯은 티백 하나를 퇴근 시간까지 마시고 있지는 않나요? 빨리 우러나오라고 티백을 마구 흔들거나, 액기스까지 짜내겠다며 수저로 티백을 꾹꾹 누르지는 않나요?


저만 그런 거... 아니죠?


이 모든 행동들은 티백차를 맛없게 만들기 충분합니다.


티백차의 기원부터 살펴보면 티백은 1900년대 미국에서 우연히 탄생했다고 해요. 한 차상인이 고객들에게 차 샘플을 보내기 위해 작은 실크 주머니에 찻잎을 넣어서 보냈는데, 이를 받은 일부 고객이 실크 주머니를 뜨거운 물에 넣어 차를 우려내면서 현재의 티백이 탄생하게 되었대요. 이후 실크보다 저렴한 거즈나 종이 필터로 제작되다가 현재는 다양한 재질과 형태로 발전했어요.


이 티백차의 가장 큰 특징은 언제, 어디서든 편리하게 차를 마실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장점을 살리기 위해 빠르게 물에서 우러날 수 있도록 티백 속 찻잎은 잘게 부서진 상태예요. 1-2분이면 충분히 맛과 향이 우러나요. 그런데 우리는 뜨거운 물속에 한없이 티백을 담가 두고 마시는 경우가 많죠.


차는 오래 우릴수록 찻잎 속의 탄닌과 카페인이 계속 나오기 때문에 쓴 맛이 날 수밖에 없어요. 특히나 티백 속 찻잎은 빠르게 우러날 수 있도록 잘게 부서져 있으니 쓰고 떫은맛이 얼마나 빠르게, 많이 나올까요! 그러므로 티백차를 마실 때는 레시피에 적힌 적정 시간 동안만 차를 우린 후 티백을 꼭 빼는 것을 권장합니다.


여담이지만, 대부분 카페에서 차를 주문하면 티백을 퐁당 빠뜨려 주는 것이 끝이라, 이 부분이 참 아쉬워요. 가끔 적정 시간 우려낸 후 티백을 빼고 주거나, 티백 트레이를 별도로 주는 카페를 만나면 상당히 감동을 받을 정도예요.



다음은 티백 우리는 횟수입니다. 차 종류마다 다르긴 하지만 보통 티백은 1회용이에요. 한번 우려내고 나면 다음 번은 대체로 맛이 없어요. 티백이 아깝다는 이유로 몇 번을 더 우리는데, 나올 거라고는 떫고 쓴 맛뿐입니다. 맛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 커피도 2샷 기준으로 15~20g 원두를 사용해 한번만 추출하는데, 3g 정도인 티백 하나는 한 번만, 최대 두 번까지만 우려 마시자고요.


이와 비슷하게 차 맛을 진하게 내려고 티백을 꾹꾹 짜는 경우가 있는데, 찻잎을 못살게 굴면(?) 쓰고 떫은맛만 제대로 우러나올 뿐입니다. 넣은 티백은 살랑살랑 꺼내도록 해요.



또 티백차의 맛을 좌우하는 요소가 있습니다. 바로 온도. 커피도 그렇지만 차 맛도 온도의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에요. 보통 녹차는 70-80도, 홍차는 95도, 보이차는 100도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긴 하지만, 편하려고 먹는 티백인데 온도까지 맞추는 건 개인적으로 번거롭다고 생각합니다. 대신 차를 우릴 머그컵을 뜨거운 물로 가볍게 데우거나, 차를 우릴 때 뚜껑을 덮어 차의 온도가 변하거나 향이 날아가는 것을 막아보도록 해요.



마지막으로 신경 쓸 부분은 우리는 시간입니다. 우리는 시간은 티백에 적힌 음용법을 지켜요. 다만 해외 브랜드의 경우 해당 나라의 수질을 기준으로 표기해 둔 경우가 많아요. 유럽 브랜드의 경우 차가 느리게 우러나는 '경수'를 기준으로 표기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물은 차가 빠르게 우러나는 '연수'이므로 3분이라고 적혀 있더라도 1~2분 사이로 우리는 것을 추천해요. 물론 이 부분은 기호에 따라 달라지므로 직접 마셔보고 결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과거의 저는 티백차는 일반 잎차에 비해 퀄리티가 떨어지는 차라고 생각했어요. 아무래도 찻잎을 잘게 부순 형태다 보니 잎차보다 향미가 부족할 수 있고, 최상급 잎차에 비해 낮은 급의 찻잎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 아주 틀린 이야기는 아니랍니다. 그렇지만 요즘은 잎차 형태 그대로 혹은 높은 급의 찻잎으로 티백을 만드는 경우도 많으므로 단정 지을 수는 없어요. 게다가 티백은 개별 포장으로 공기가 차단되어 장기간 보관이 가능하며, 향과 맛도 일정하게 유지된다는 장점이 있어요. 또 우림법이 간단해 전문적인 차 지식, 다구 없이도 누구나 즐길 수 있고, 언제 어디서든 우려마실 수 있다는 편의성도 큰 이점이에요.


잎차든 티백차든 일장일단이 있는 법이죠. 누가 더 낫다 우열을 가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모든 차는 다 사랑이니까요!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보리차, 우엉차는 차(tea)가 아니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