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차, 우엉차는 차(tea)가 아니래...!
차(tea)를 알기 전 나의 첫번째 오해
카페를 가면 논카페인 혹은 티라는 카테고리로 다양한 차 메뉴를 만날 수 있어요. 페퍼민트, 루이보스, 얼그레이, 레몬티, 둥굴레차 등등. 카페를 다녀봤다하면 익숙한 메뉴죠. 그렇다면 이 중에 '차(tea)'는 무엇일까요? 질문이 이상하게 느껴지나요? 보통은 '다 차 아냐...?'라고 대답하실 것 같아요. 그런데 정답은 단 하나예요.
바로 '얼그레이'
지난 글에서 얘기했듯이 저는 카페인에 예민한 편이라 커피를 못 마셔요. 카페에 가면 보통은 차 메뉴를 주문하지만, 과거의 저에겐 커피 대용일 뿐이라 차 메뉴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어요. 페퍼민트, 캐모마일은 허브 이름이니까 허브를 우린 물일테고, 레몬티나 자몽티는 청을 사용했겠거니 했어요. 둥굴레차도 둥굴레라는 식물을 우렸겠고... 녹차와 홍차? 녹찻잎, 홍찻잎을 사용하지 않았을까? 제주도에서 녹차밭 본적 있으니까. 그럼 얼그레이는? 음... 얼그레이라는 허브가 있나? 이정도로만 생각하고 지나갔어요.
그런데 첫 차수업에서 알게된 놀라운 사실이 두가지인데, 하나는 '카멜리아 시넨시스'라는 학명을 가진 차나무의 잎으로 만든 차만 '차'라고 할 수 있다는 것, 다른 하나는 이 차나무 잎으로 녹차도 홍차도 얼마전 꽤 핫했던 보이차까지 만든다는 사실이예요. 네? 뭐라고요?
잠깐 또 차 오타쿠적인 모먼트로 이야기해보자면, 다 같은 차나무로 만든다고 이야기하긴 했지만, 깊게 들어가면 사과나무도 부사, 홍옥 등 품종이 있듯이 차나무도 품종이 아주 많고, 각 품종마다 만드는 차가 정해져 있는 경우도 있어요. 그렇다고 해서 홍차를 만드는 품종으로 녹차를 못 만드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다같은 차나무로 만든다는 말이 틀린건 아니예요. 뭔가 복잡하죠? 차를 취미로 즐기는 우리에게는 크게 중요한 사실이 아니니 넘어가도록 합시다!
아무튼 차나무 잎으로 만든 차, 흔히 말하는 6대 다류인 백차, 녹차, 청차(우롱차), 황차, 홍차, 흑차(보이차가 이 흑차에 속한다)까지가 차이고 나머지는 '대용차'로 분류해요. 여기서 6대 다류는 차를 처음 만들기 시작한 중국에서 분류하는 방법이며, 그 기준은 제다법, 즉 차를 만드는 과정에 따라 구분하고 있어요.
한번도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지만 저는 꽤 놀랐어요. 그럼 어젯밤에 마신 보리차는 차가 아니야? 우엉차는 차라고 부르지만 차가 아니란 말이지? 사실 엄밀히 말하자면 그렇다는 이야기고, 알아두면 언젠간 쓸모 있을 잡학지식 +1 한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굳이 보리차, 우엉차를 두고 얘네는 차라고 부르면 안돼! 라고 말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라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대용차는 우리가 평소 쉽게 접하는 나무의 뿌리, 열매, 잎 등을 우려 만들기 때문에 차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부담없이 접할 수 있고, 카페인이 없기 때문에 아이들이나 임산부, 카페인에 예민한 사람들도 편하게 마실 수 있잖아요? 그렇게 우린 물(?)에 익숙해지도록 만들어서 은근슬쩍 진짜 차를 권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저는 엄격하게 구분할 필요는 없다고 보는 편입니다.
아, '카페인'을 기준으로 본다면 확실히 구분되어야겠지만요. 차나무 잎으로 만든 진짜 <차>에는 카페인이 들어 있어요. 그러니 카페에 가서 '카페인'을 피하고 싶다면 익숙한 허브나 곡물, 식물 이름의 차를 선택하는 편이 좋겠죠. 물론 직원에게 카페인 없는 차를 물어보는 편이 가장 안전해요.
그렇다면 맨 처음 언급한 '얼그레이'는 무슨 차일까요? 바로 홍차입니다. 차의 매력 중 하나는 찻잎에 다른 찻잎이나 원물, 향료 등을 섞어 색다른 차를 만들어 낼 수 있는데, 얼그레이는 홍찻잎에 베르가못향을 입힌 가향 홍차 중 하나예요. 홍차니까 카페인에 민감하다면 조심하는 편이 좋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