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에 마주친 자리에서
투두둑.
창밖으로 비가 내린다.
"인쭈야, 조금만 그치고 가자~”
잠시 후, 줄어든 빗줄기를 틈타
무더운 장마 속에서도 마음껏 뛰놀 수 있는
우리의 아지트로 향했다.
정류장 옆 오래된 정자.
처마 아래로 떨어지는 빗방울을 바라보며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서 있었다.
그 틈을 쏜살같이 지나
어느새 벤치에 앉은 인쭈는
앞뒤로 발을 흔들며 깔깔 웃는다.
“발 말려 말려!”
“인쭈 못 말려 말려~"
나도 따라 웃었다.
끼익—
"인쭈야, 먼저 들어가."
우산을 접고 버스에 막 오르려는 순간,
낯익은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이모! 이모!”
뒷자석.
시원한 올림머리에 교복을 입은 조카가
친구들과 나란히 앉아 나를 반기고 있었다.
어쩜 이런 우연이!
넓디넓은 동네,
수많은 노선 중 하나의 버스,
그 중에서도 단 한 대의 차량.
이 시간, 이 정류장에서 약속한 것도 아닌데⋯
서로의 시간을 지나 마주쳤다는,
운명 같은 기분.
이건 분명 보고 싶은 마음이 만든
기적 같은 우연이 아닐까?
“안녕.”
“또 만나~”
어릴 때부터 나를 잘 따르던 사랑스러운 조카.
오늘은 친구들과 영화를 보러 간단다.
문이 열리자 조카가
친구들 사이에서 몸을 돌려
나에게 손을 흔든다.
이제는 교복이 낯설지 않구나,
유치원 앞에서 "이모, 빠이~" 하며 들어가던 조그만 손이 떠올라 마음이 뭉클해졌다.
“세라 언니 만나서 깜짝 놀랐어.”
“이렇게 우연히 마주치는 거 진짜 힘든 일인데.”
“깜짝 놀랐는데 너무 좋았어.”
“오늘 잘 왔다. 보고 싶은 언니도 보고."
“또 보고 싶은 사람이 진짜 좋은 사람인 거거든.”
“언니 또 만나고 싶어.”
“그렇지? 엄마도 그래.”
잠깐 마주친 우연의 순간이
하루를 가득 채운다.
#또보고싶은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