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자전거가 달려간 계절
추억이 담긴 물건을 떠나보낼 때면
왠지 모르게, 무언가를 잃은 듯한 허전함이 따라온다.
첫째 조카가 타던 세발자전거는
둘째와 셋째를 거쳐 인쭈에게까지 이어졌다.
열 번도 넘는 여름을 함께한 그 자전거를, 다른 자전거가 생긴 후에도 선뜻 보내지 못했다.
나는 집 안에 쓰지 않는 물건이 쌓이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꼭 필요한 물건만 두다 보니, 하나를 고르더라도 마음에 쏙 드는 것이라야 들인다. 그렇게 내가 가진 모든 물건이 현역으로 야무지게 활약하고 있으면, 일기장 한 권을 끝까지 채운 것처럼 뿌듯하다고나 할까.
하지만 그런 나에게도 쉽게 정리되지 않는 것들이 있다.
서로 주고받은 손 편지, 직접 만든 종이 카드, 어릴 때 찍은 지갑용 사진, 꽃잎 달린 아기 양말⋯. 바로 아이들과의 추억이 깃든 물건들이다.
이런 것들은
'버린다'는 홀가분함보단,
'떠나보낸다'는 상실감으로 다가온다.
내가 손을 놓는 순간,
그 기억마저 흘러가 버릴까 봐
좀처럼 손이 가지 않는다.
그런데 이번 여름, 인쭈가 말했다.
"엄마, 두발 자전거 타고 싶어!"
나는 망설이다가 어렵게 결심했다.
마음을 담은 기록만 남아 있다면,
물건 없이도 언제든 추억할 수 있으니까.
결국 중고 플랫폼에 나눔 글을 올렸다.
“유아용 세발자전거를 나눔 합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엄마에게 연락이 왔다.
29개월 된 아이가 자전거만 보면 타고 싶어 한다며,
이런 기회를 만나 너무 고맙다는 메시지였다.
글만 봐도 따뜻한 분 같았다. 이 분이라면 괜찮겠구나, 싶어서 답장을 보냈다.
그날은 비대면 거래였다.
외출했다 돌아와 보니,
어느새 자전거는 사라져 있었다.
현관 앞에는, 세발자전거의 텅 빈자리만...
마치 오래 키운 반려동물을 다른 집에 보낸 듯 괜한 미안함이 밀려왔다.
잠시 후 도착한 메시지.
“잘 가져갑니다~
아이가 하원하면 너무 좋아할 것 같아요!
작은 감사의 마음이에요.
더운 날,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하시며
육아 홧팅하세요♡”
"아...감사합니다.
아이와 예쁜 추억 많이 만드시길 바랄게요. :)”
좋은 분께 갔으면 했는데,
그 바람이 닿은 것 같아 비로소 마음이 놓였다.
아이들과 함께한 계절을 싣고
추억 속을 굴러갔던 파란 자전거.
그 마지막 순간을 이곳에 남겨둔다.
자전거는 떠나갔지만,
추억은 여전히 달린다.
#추억과물건사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