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튼을 누른 그 순간
여름이 시작하는 날.
바이크에 오르락내리락하며 부지런히 놀던 인쭈가 뭔가 생각난 듯 말했다.
“엄마, 나 인형 뽑기하고 싶어.”
'갑자기 인형 뽑기를?'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저번부터 뽑고 싶었어.
아줌마가 인형 줬을 때부터”
"아..."
지난달 일이었다.
인쭈와 먹자골목을 걷고 있는데, 갑자기 긴 생머리의 여성이 뒤에서 다가왔다.
“저기 잠깐만요, 저희 이상한 사람 아니고요!"
무슨 일인가 당황해하는 나에게 여성은 덧붙여서 말했다.
"인형을 너무 많이 뽑아서요. 혹시 아이한테 하나 줘도 될까요?”
"아핫, 네.ㅎㅎ 감사합니다~"
그렇게 우리는 길거리 이벤트처럼 뜻밖의 인형을 선물 받았다.
"해봤자 어차피 못 뽑을 텐데...
손에 닿는 기계가 있을지도 모르겠고."
"엄마, 나도 해보고 싶어."
“알았어... 그럼 딱 한 번 만이야!”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먹자골목, 찜통처럼 달궈진 아스팔트 거리를 걸었다.
“엄마 더워~ 엄마는 안 더워?”
“엄마도 더워. ㅎㅎ”
지난번엔 금방 도착한 것 같았는데, 오늘은 어쩐지 더 멀게 느껴졌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옆에 있던 인쭈가 말한다.
“나도 길이 길게 보였어.”
드디어 인형 뽑기방 도착.
쾌적한 에어컨 바람에 반짝이는 형광 불빛이 우리를 반겨줬다. 인쭈는 이번에도 미리 정한 듯이 수달 인형이 모여 있는 자판기 앞에 멈춰 섰다.
내가 결제하고 버튼을 찾는 사이, 인쭈는 어느새 자리에 앉아 플레이를 시작하고 있었다.
“어? 어라?!”
버튼을 가르쳐줄 새도 없이 움직이는 조이스틱.
“인쭈야!! 이쪽으로 조금 더 가야 할 것 같은데?!”
남은 시간 5초.
5, 4...
“엄마가 해볼까? 아냐, 아니다.”
그 순간, 인쭈가 하강 버튼을 눌렀다.
툭—
인형이 뽑혔다.
“이야~ 동생이 뽑았네! 대단하다!”
매장 안에 있던 한 여자 아이의 아빠가 인쭈가 손에 쥔 수달 인형을 보고 깜짝 놀라며 말했다.
“와! 진짜 뽑았네!!ㅎㅎㅎ”
가게 문을 열고 나가는 인쭈의 입가에 싱글벙글한 미소가 어려 있었다.
집으로 돌아온 인쭈가 말했다.
“오늘 인형 뽑기 처음 해서 좋았어.
엄마가 딱 한 번 만이라고 했잖아~
놓치면 어떡하지? 순간 겁먹었어. 그 자리에서 계속 멈춰 있으면 초가 끝나버릴 테니까.
딱 한 번뿐이라서 더 떨렸는데,
뽑아서 너무 좋아.”
한 시간 뒤, 인쭈가 다시 말을 꺼냈다.
“땀 흘리면서 거기까지 가서 인형 하나를 얻었네.
이럴 때 운이 좋은 거지?”
그리고 인쭈는 환하게 웃었다.
“나 지금 너무 기분이 좋아.”
인쭈가 이렇게 오래 이야기한 건,
그날이 처음이었다.
#여름날의행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