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함이 멸종된 시대에
<자기계발>이라고 하면,
무언가 새로 더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시간을 빼곡하게 채워야 할 것 같고.
그러나 챗지피티와 대화를 나누며 깨달은 것은,
오히려 필요한 것은 [빈공간]이라는 사실이었다.
수많은 조언과 자극이 난무하는 요즘,
나를 계발하는 데 더 중요한 것은
무언가 분주히 따라가는 일이 아니라
나 혼자 고요히 머무는 비어 있는 시간이 아닐까.
생산은 쉬워졌고, 소비는 더 쉬워졌다.
AI다, 자동화다 하면서 남을 따라 하기만 하면
무언가 뚝딱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은 세상이고,
쇼츠나 릴스 같은 고작 몇십 초짜리 영상을 보다 보면
하루가 쉽게 소모된다.
다들 가자는 대로 편히 휩쓸려가지 않고
‘심심해하는 시간'은 오히려 나를 찾는 시간이 아닐까?
나와 함께 홀로 있는 것.
아무도 없이 나와만 머무는 시간.
나의 감각과 사고에만 의지해
시간을 버텨내는 경험.
쇼펜하우어는 말했다.
“고독 속에서 비로소 자기 자신이 될 수 있으며,
자신을 소유한다.”
조각난 영상들을 보며 시간을 흘려보내고 나면
반드시 찾아오는 초조감이 바로 이것이었던 것 같다.
실은 중요하지도 않고
나와 상관없는 것들이
나를 갉아먹고 있다는 감각.
심심함을 다시 찾아와야겠다.
정말, 멸종해버리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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