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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솜 PD Nov 02. 2021

<100일 글쓰기> 12. 인정욕구의 이면

칭찬을 받으면 더 나아지는가?


"칭찬을 받으면 더 나아지는가? 에메랄드가 칭찬을 받지 못한다고 더 나빠지던가? 금, 상아, 작은 꽃 한 송이는 어떤가?" 마르쿠스는 칭찬을 받고 싶다는 유혹에 빠지지 말고 모욕을 당했다고 괴로워 움츠러들지 말고 자신이 스스로에 대해 알고 있는 것에서 출발하여 자신을 파악하라고 권한다 .

-알랭 드 보통, 불안-




예전에는 그렇게 칭찬이 받고 싶었고 그러면서도 칭찬을 받고 싶어 하는지 몰랐다. 더 넓게는, 다른 사람한테 인정받고 싶다는 '인정욕구'가 마음속 밑바닥에 늘 깔려있던 것 같다. 한 달에 한 번씩이나 있는, 그래서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다시 칠 수 있는 토익 시험 전날, 머릿속을 가득 채운 생각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였다. '점수가 낮게 나오면 부모님께 뭐라고 말씀드리지? 친구들은? 내가 열심히 공부하는 걸 다 봤을 텐데.' 기준점은 언제나 내가 아닌 바깥에 찍혀있었고 내 성과나 기분과는 상관없이 다른 사람이 인정해주어야 비로소 제대로 해냈다는 기분이 들었다.


잘못되었다는 것도 모른 채 살다가 24살, 책을 읽다 깨달았다. 그동안 얼마나 주변 눈치를 보고 살았는지. 인정받고 싶다는 마음 하나 때문에 원하지도 않던 걸 했는지. 타인의 칭찬은 메마른 땅에 떨어지는 빗물 같기도 했지만 금방 사라져버렸다. 나를 진정으로 버틸 수 있게 해주는 건 기준점을 안에 찍는 일이었다. 쉽지 않았지만, 그때마다 이 말을 떠올렸다. "에메랄드가 칭찬을 받지 못한다고 더 나빠지던가?" 에메랄드는 그 자체로 가치가 충분하고 빛난다. 물론 다른 사람의 인정이 마음을 따뜻하게 하고 용기를 돋아주기는 하지만, 우선순위를 잊지 말아야 한다.





여기까지가 예전에 썼던 글이다. 꽤 담담하게 풀어낸 것 같지만 속으로는 제법 괴로워했던 것 같다. '인정 받고 싶다'는 욕구가 생길 때마다 이런 인정욕구는 하등 쓸모 없는 감정이라며 나를 억누르고는 했으니까. 칭찬을 받아 기쁠 때도 한편에서는 '달라지는 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온전한 기쁨을 누리지 못하기도 했다. 하지만 강박 같기도 했던 이런 생각 역시 시간이 흐르면서 느슨해지다가 최근 강점테스트를 하고나서 완전히 바뀌었다. 


내 다섯 번째 강점은 <존재감, significance>라고 한다. 타이에게 중요한 존재가 되고싶어 하고 인정받기를 원하는 특성이다. 이게 어떻게 강점이 될 수 있는가 하니, 인정을 원하기 때문에 일을 할 때 생산성이 높아지고 개인적/업무적인 문제의 최종결정을 직접 내리고자 한단다. 


돌이켜보면 인정 받기 위해 더욱 열심히 했던 적이 꽤 있었다. 콕 집어 말할 수 있는 특정한 경우가 있다기 보다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성향이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쳐 평소보다 더 노력하게 만들었던 경우. 나는 자기만족 기준이 높은 편이지만 그에 비해 노력을 덜 들여서 때때로 자괴감을 느끼기도 하는데, 인정욕구가 이런 갭을 줄일 수 있게 해준다. 


그동안은 단점을 극복하는 데 집중해왔는데, 단점의 이면을 찾아서 발전시키는 게 더 나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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