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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솜 PD Aug 24. 2021

<100일 글쓰기> 01. 취향

취향에 담긴 의미



Because such clumsy questions rested an impatient attempt to get to most direct question of all, 'Who ar you?' - and hence 'Who Should I be?' 

이런 어리석은 질문들 뒤에는 결국 "당신은 누구입니까?'라는 가장 직접적인 물음에 얼른 다다르려는 시도가 있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그럼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합니까?"라는 물음까지도.

-Alain de botton, <Essays In Love>-  





사람을 처음 만난 어색한 자리에서 하는 질문들은 대개 비슷하다. 어떤 걸 좋아해요? 주말에는 뭘 하세요? 이 영화 보셨어요? 어땠어요? 등등. 대부분의 질문이 그 사람의 취향과 직결된다. 취향을 통해서 그 사람을 좀 더 알고싶은 것이다. 제품 광고 문구에 흔히 나오지 않는가, 취향을 보면, 사용하는 물건과 입는 옷, 먹는 음식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


그러나 알랭 드 보통은 'with every one I asked, I seemed to get further from knowing her' 즉, '질문을 하면 할수록 그녀에 대해 더 모르겠다'라고 했다. 그래, 취향에는 결이 있겠지만 타인의 '결'을 내가 온전히 이해하는 것은 어쩌면 영영 불가능할지도 모르겠다.


나는 마주 앉은 사람의 취향 보다는 취향에 담긴 그 사람만의 의미가 궁금했다. 단순히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아내는 것에서 그치고싶지 않다. "왜 그게 좋으세요? 어떤 점이 당신의 마음을 사로잡았나요?"라고 묻고싶다.  하지만 처음 만난 자리에서 다짜고짜 이런 대화를 나누는 건 어렵다. 상대는 내가 누군지도 잘 모르는 상태에서 본인을 개방해야 하니까. 


반면 처음 만났는데도 터놓고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자리가 있다. 날카로운 침을 찔러넣듯 단번에 그 사람의 깊숙한 곳을 엿볼 수 있는 자리. 이전에 종종 나가던 모임이 그랬다. 10~15명이 모여 소규모 강연을 듣고 뒤풀이를 하는 곳이었다. 나는 옆에 있는 사람이 무슨 음식을 좋아하는지 몰랐지만, 사범대를 졸업하고 대학원까지 나왔는데 지금은 웹툰 작가를 준비중이라는 걸 알았다. 맞은편에 앉은 사람은 러시아어를 전공하고 러시아인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봉사를 나갔다. 두 언어의 간극을 어떻게하면 매끄럽게 전달할 수 있을지가 고민이라 했다. 전대각선에 앉은 사람은 문예창작과에 다녔는데, 말하는 내용이 모두 사회 문제와 관련된 것이었다. 나는 그 사람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러면 앞으로도 사회 문제랑 관련된 소설을 쓰고 싶으신 거예요?"

"지금까지는 그래요. 나중에 글을 쓰다보면 다른 분야를 쓸 수도 있겠지만, 제가 원하는 방향은 그쪽이거든요."


당시 사회문제에 별다른 관심이 없던 나까지도, 그 사람이 쓴 소설은 꼭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확신에 찬 대답이었다. 타인의 취향을 듣는 것만으로도 내 세계가 넓어질 수 있다니, 참 매력적인 일이지 않은가. 짧은 시간이었지만 어느때보다도 충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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