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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솜 PD Aug 25. 2021

<100일 글쓰기> 02. 취향의 이유

'왜 좋은지' 설명할 수 없는 것들



오늘은 읽다가 중도 포기했던 <Essays in love>를 다시 꺼내 들었다. 여전히 모르는 단어도 많고 철학적인 문장이라 해석하기 참 어렵지만, 옆에 번역본을 두고 꼼꼼히 같이 읽어봐야 하지만, 오늘도 천재 같은 문장을 발견했다. 두 번째 읽는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새롭고 충격적이다.





-Every one of our lovers offers different solutions to the problem of beauty, and yet succeeds in redefining our notions of attractiveness in a way that is as original and as idiosyncratic as the landscape of their face.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 하나하나는 아름다움의 문제에 대해서 각기 다른 해결책을 제시하며, 그들의 얼굴 풍경만큼이나 독창적이고 특색 있는 방식으로 매력에 관한 우리의 관념을 재규정한다. -정영목 역-


-The language of the eye stubbornly resist translation into the language of words.

눈의 언어는 말의 언어로 번역되는 것에 고집스럽게 저항한다.-정영목 역-





플라톤적 관념으로 볼 땐 이상적인 아름다움의 기준이 존재하지만, 이는 관찰자의 시각을 반영하지 못한다. 이상적인 아름다움이라 하더라도 어떤 것은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는 반면 어떤 것은 아무런 감흥도 일으키지 않는다. 그리고 이런 차이는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즉, "The language of the eye stubbornly resist translation into the language of words." 



왜 좋은지 설명하기 어려운 것들이 있다. 좋다, 예쁘다 하지만 어떤 점이 그렇게 느껴지냐고 하면 마땅히 할 말이 없다. "그냥."이라고 대답을 얼버무리며 싱겁게 덮으면서도 어딘가 찝찝했다. 나는 좋아하는 게 참 많은데. 취향도 확고하다고 생각하는데. '왜'라는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다니. 이와 비슷하게 지금 느끼는 것들을 말로 다 담을 수 없을 때도 있다. 나의 감각과 감동과 영감을 차마 언어로 다 표현하지 못할 때 참 답답하다. 어떻게 하면 더 섬세하고 적확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곰곰이 생각에 잠긴 적도 있고, 무작정 두꺼운 국어사전을 펼쳐놓고 공부한 적도 있다. 그러나 이제는 받아들였다. 눈의 언어, 감정의 언어는 완전하게 말의 언어로 번역되지 못한다는 것을.




+요즘에는 '취향'에 관심이 많다. 취향이 점점 세분화되고 있는 만큼 더 뾰족하게 드러내야 한다는 말부터, 요즘은 취향이 너무 지엽적인 의미로 쓰이는데 원래의 뜻인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방향'이라는 뜻처럼 좀 더 폭넓게 해석해야 한다는 말까지. 어디까지가 내 취향인지, 얼마만큼 드러내야 하는지, 한 데 모아 아카이빙 한다면 어떤 일이 생길지, 나랑 취향이 비슷한 사람이 정말 있기는 할지 등등. 궁금한 게 많다. 하나씩 시도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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