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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솜 PD Aug 27. 2021

<100일 글쓰기> 04. 책은 도끼다

첫 번째 도끼 : 강신주의 다상담




오랜만에 독서노트에서 다시 봤는데 여전히 좋은 책 내용. 이때 강신주 박사님의 책을 읽지 않고 강연을 듣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나는 없을 거다. 아마 대학원에 가서 석사를 따고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거나 미국에 가있지 않을까? 아빠가 정해둔 길이 있었으니까. 


타인의 눈치를 보며 원하지 않는 삶을 살아가면 안된다는 걸 깨닫고, 이것저것 해보았던 과도기는 참 힘들었었다. 생각만 해왔던 분야를 덜컥 복수전공 하지를 않나 그 과정에서 부모님과 싸우고 집도 나가보고. 대학원에 가기 싫어서 온갖 거짓말을 하고. 나는 그때도 이 책을 몇 번이나 읽으면서 곱씹고 소화시켜 내 것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세월이 흐르고 상황이 변한 뒤에 다시 보니 또 다르게 다가온다. 다른 사람이 원하는 것을 내가 원하는 거라 착각하고 살다가, 내가 원하는 걸 깨닫기는 했지만 당당하게 말하지는 못하다가, 이제는 내 모든 걸 내 보일 수 있게 되었다. 나라는 사람 자체를 받아들인 것 같다. 이전에 나갔던 독서모임에서 과거에 실패했던 기억은 모두 지우고 싶다는 내게 어떤 분이 그랬다. "그 과거도 나인데, 기억을 지운다는 건 곧 나를 부정하는 거나 마찬가지잖아요." 이때 머리를 맞은듯 띵했고 나도 저런 생각으로 살아가고 싶다며 부러워했지만 그 방법을 몰랐다. 일기, 확언, 독서...다 도움이 되지 않았다. 어쩌면 살아가면서 그냥 깨닫고 받아들이는 게 있나보다.






-사랑에는 놀라운 비밀이 하나 있습니다. 우리는 타자를 알아서 사랑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에 빠지면서 타자를 알아 가게 됩니다.(...) 직접 불문학을 배우고 알게 되면서, 우리는 자신이 사랑했던 것과는 불문학이 매우 다르다는 사실을 알고 자신의 결정을 후회할 수도 있습니다. 불문학에 대한 사랑이 없었다면, 불문학이 자신에게 맞지 않는다는 사실도 알 수 없었으리라는 것을요. 이처럼 사랑은 우리를 새로운 것, 혹은 낯선 것들을 경험하게 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습니다. 사랑은 사랑하는 대상에 대한 몰입과 호기심을 낳고, 그것이 마침내는 사랑하는 대상에 대한 앎으로 이끌기 때문입니다.



-사랑의 역설은, 알지 못하면서 누군가에게 자신을 건넨다는 데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랑은 키에르케고르가 말했던 것처럼 '목숨을 건 비약'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목숨을 걸 만하지 않은가요? 만약 타자로의 비약이 성공한다면, 우리는 '죽어도 좋을 정도'의 행복에 젖어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전거 탈 때 넘어질 걸 생각하면 넘어지죠. 에이 씨, 그냥 간다 이런 생각으로 쭉 가세요. 그러면 자전거를 잘 타게 돼요. 자전거를 타려면 넘어지는 게 무섭지 않다는 걸 배워야 되는데, 그걸 배우는 좋은 방법은 넘어져 보는 거예요. 그런데 지금 그게 무서워서 안 넘어지면, 자전거 위에 못 올라가는 일이 생기는 거예요. 우리는 자신이 안 해 본 걸 무서워해요. 가 보면 별거 아니에요.


-이게 잘못된 선택일 수도 있어. 이런 생각을 하는 순간 여러분은 결정을 못 해요, 평생. 그러니까 결정을 하고, 거기서 실패도 하고, 또 거기서 배워야 합니다. 그리고 또 새롭게 결정하고, 거기서 다시 배우는 겁니다. (...) 미래에 대해서 자꾸 어찌될지 모르겠다고 고민을 하는 거는 여러분이 비겁하다는 얘기밖에 안돼요. 그리고 미래를 계속 공포스럽게 그리면 그릴수록 지금 내가 선택해야 될 걸 포기하려는 거예요. 그래서 오지도 않는 미래에 오만 것들을 투사한단 말이에요. 지금 것을 포기하겠다는 건, 안 하겠다는 말이에요. 관념적으로 이상한 방식으로 저울추를 맞추는 거죠. 오지도 않은 엄청난 불행을 한쪽에 놓고 지금의 행복을 한쪽에 놓으면서, 어느 한쪽이 커져서 다른 걸 붕괴시킬 때 말하는 거죠. 


-강신주, <강신주의 다상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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