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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군 Mar 14. 2017

아빠! 어디가?

Take #07.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으로 본 우리 시대의 '아빠

유쾌한 사회의 거울, 스크린


 이야기는 현실을 재구성한다. 주인공을 비롯한 등장인물들의 직업, 주변 환경을 통해 세상을 담아낸다. 때문에 스크린에 펼쳐지는 영상 곳곳에는 우리가 살아가는 이야기가 담긴다. 일상이 반복되는 사회를 비춘다. 삶의 기로에 놓인 문제들을 함께 관객에게 던진다. 그런 면에서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현실 문제와 이야기를 잘 버무려낸 영화다. 


 어느 날 갑자기 아빠가 사라졌다. 집도 사라졌다. 아빠가 운영하던 피자배달용 봉고차만이 남았다. 이 작은 봉고차가 지소 가족의 보금자리다. 지소의 엄마는 ‘딱 일주인 만 있다가’라고 말하지만 더 이상 믿을 수 없다. 

 

 지소가 꿈꾸는 생일파티를 열기 위해서 집이 필요하다. 언제까지 엄마만 믿고 있을 수 없다. 직접 집을 구하러 나선 지소는 부동산에서 ‘평당 500만 원’이라는 문구를 발견한다. 분당 옆 어디쯤 있을 것 같은 평당이라는 지역에 500만 원이면 집을 구할 수 있다고 오인한다. 때마침 발견한 전단지에는 개를 찾아주는 사례금 500만 원이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지소는‘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을 구상한다. 개를 훔친다, 개를 돌려준다, 사례금을 받는다. 집을 구하고 생일파티를 연다. 이윽고 행동에 나선다. 사례금을 줄 수 있는 부잣집을 찾는다. 조건에 부합하는 레스토랑 마르쉘의 개 ‘윌리’를 목표로 지소의 유쾌한 계획이 시작된다.


 사실,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영미 문화권의 소설이 원작이다. 스크린으로 옮기는 길목에서 한국 사회의 모습을 유쾌하게 담아냈다. 이사를 끊임없이 조르는 지소에게 퍼붓는 ‘대한민국에선 이렇게 거지처럼 차에서 살아도 제대로 된 학교에 다녀야 되는 거 몰라?’라는 지소 엄마(강혜정 분)의 울분은 스크린에만 머물지 않는다. 관객석 너머, 한국 사회의 교육 문제와 부동산 문제의 연결고리를 관통한다. 




아빠, 부재로 증명하는 존재

 영화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지만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 대상이 있다. 바로 지소의 아빠다. 분명히 존재 하지만 없는 존재이다.


 영화는 이러한 '아빠'의 자리, 가족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이야기한다. 경제적 문제를 책임지기 위해 잠시 가정을 떠나 있다. 영화 속 이야기로 미루어 짐작컨대, 지소의 아버지는 자영업자다. 요식업에 종사를 한다. 가정의 경제적 문제는 떠 앉고 있다. 영화는 지소 아빠의 부재와 집의 부재를 동일시한다. 아빠가 사라짐과 동시에 집도 사라진 가운데 이야기가 시작된다.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곳곳에서 이 시대의 아버지상을 묘사한다. 늦은 밤, 지소는 채랑의 집을 찾는다. 훔쳐야 할 개를 고른 소식을 전달하기 위해서다. 베란다 창 밖에서 들여다보는 지소의 시선에는 오늘날, 보통의 가정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긴다.  매일 같이 야근의 연속이다. 일에 치여 산다. 퇴근을 하고 돌아와 눈만 붙이고 다시 집을 나서기 일쑤다. 가정에 시간을 쏟지 못한다. 그렇게 가족 구성원과 짐짓 멀어져 간다. 마음과는 달리 가정에서 불편한 존재가 되어간다.


 채랑의 엄마가 던지는 ‘너, 채랑이 태권도 무슨 띠인지는 아냐?’라는 물음에 ‘노란 띠’라고 답하지만 애석하게도 틀렸다. ‘빨간 띠’라며 타박을 하는 채랑 엄마의 목소리가 채랑의 방까지 울린다. 어딘가 낯설지 않은 이 풍경은 아이들이 몇 반인지도 모른 채, 일에 치여 사는 아빠들을 향해 있다.


 아이들에게 관심이 없는 존재, 다가가려고 노력하지만 외면받는 모습은 우리 시대에 가정에서 소외되는 아빠의 상징적 모습이다.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는 이러한 오늘날 아빠의 모습을 지소의 아빠처럼 아예 등장시키지 않거나, 집을 나와 떠도는 방랑자와 같은 ‘대포’(최민수 분)의 모습으로 그려낸다. 가정 내에서 부재함으로써  완성되는 존재인 셈이다.

 


프렌디? 꿈같은 이야기.

 프렌디, 친구라는 의미의 영단어, 프렌드(friend)와 아빠를 뜻하는 대디(daddy)의 합성어다. 친구 같은 아빠라는 의미로 기존의 가부장적이 틀에서 벗어나 자녀와 친밀하게 지내고, 육아에 적극 참여하는 아빠를 지칭한다.


  2013년, MBC의 <아빠! 어디가?>를시작으로 한동안 예능 프로그램의 화두는 아빠의 육아 참여였다. <슈퍼맨이 돌아왔다>, <오 마이 베이비>와 같은 프로그램이 잇따랐다. 이러한 육아 예능 프로그램의 인기에 힘입어 사회 전반적으로 ‘프렌디’라는 개념이 넓게 퍼졌다. 많은 아빠들이 윤후의 아빠, 윤민수 그리고 사랑이의 아빠, 추성훈과 같은 프렌디를 꿈꾸지만 경제적 현실의 벽에 부딪힌다.


 실제 해당 프로그램에 나오는 출연진 대부분은 경제적으로 유복하다. 매주 혹은 격주로 여행을 떠나는 일은 경제적 능력이 뒷받침될 때 가능하다. 아이의 성장에 도움이 된다지만, 바나나나 으깬 고구마로 ‘촉감놀이’를 한다는 것은 현실의 아빠들에게 결코 쉬운 선택이 아니다.


 시간적 여유도 있다. 친구 같은 아빠가 꿈같은 이야기인 이유는 여기에 있다. 현실은 영화 속 채랑의 학원비를 언급하며 ‘지금 우리 사정이...’라고 말하는 모습과 아빠의 경제적 능력만으로 가정을 꾸려나가기 버거워 일을 찾아 나선 지소의 엄마의 모습이 더 가까이 있다. 맞벌이를 해야 아이를 키우는 것이 가능한 오늘날 우리 시대의 모습을 고스란히 비춘다.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하나의 소동극을 통해, 먹고 입고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렸다. 영화를 통해, 아이의 시선을 빌려 유쾌하게 세상의 문제를 진단하고 메시지를 던진다. 이윽고 오늘날, 현실과 마주한 뒤 쓴웃음으로 번진다. 다만 밉지 않다. 지소와 채랑이 보여주는 어른스럽지만 세상 물정을 모르는 행동은 성인 관객으로 하여금 미소 짓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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