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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연금술사 홍원 이대근
Aug 19. 2020
공공기관은 왜 혁신에 실패하는가
02-조직원의 동인(動因)
혁신의 성공과 실패는, 다른 모든 경영활동과 마찬가지로, 결국에는 실행에 의해 결정된다. 그리고 모든 실행에는 동인이라는 것이 있다. 또한 혁신이란 말 그대로 구태를 탈피하는 것이므로 다른 어떤 경영활동보다 치열한 동인이 필요하다.
조직원을 지시자와 실행자로 나눈다면 아름다운 동인의 모습은 선한 의지를 가진 지시자가 지혜로운 지시를 하고, 실행자는 애정과 열정을 갖고 지시에 따르는 것이다. 혁신이 필요하다는 것은 지시자가 선한 의지와 지혜를 가지지 못했다는 것이고, 실행자 또한 애정과 열정을 가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결국 혁신이 필요한 조직은 혁신 동인이 없는 조직이므로 모순적인 상태이고, 그래서 거의 대부분 실패하게 된다.
아무튼 사기업의 경우 리더는 실무자의 애정과 열정을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하는데, 근본적으로 조직의 미션에 대의명분이 없기 때문에 강력한 인센티브를 주는 방향으로 고민을 한다. 소위 당근과 채찍이다. 그런데 이런 보상 시스템은 쉽게 타성에 젖는다는 문제가 있다. 또한 조직원 간의 차등으로 인해 협력 분위기를 해친다는 문제도 있다. 그래서 오늘날 대부분의 조직은 당근과 채찍만으로 동인을 관리하지 않는다.
반면, 공공기관의 경우는 조직의 속성상 인센티브에 한계가 있다. 사실 오늘날 공공기관에 대해 방만과 적폐라고 비난하는 근저에는 무분별한 인센티브(대체적으로 나눠먹기가 된다)가 있다. 그래서 사기업적 방식의 혁신을 공공기관에 적용하면 그 자체로 곧 실패다. 반면에 사기업과 달리 조직의 설립과 미션에 대의명분이 있다. 이것은 조직원이 애정과 열정을 가질 여지는 충분하다는 뜻이다
어쨌든 사기업이든 공공기관이든 혁신에 실패했다면 그 이유는 결과적으로 실무자들의 애정과 열정을 이끌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기업의 경우 혁신에 실패한다는 것은 조직이 시장에서 퇴출된다는 것이고, 그 결과는 조직원 모두의 퇴출과 같은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위기 상황을 조성하는 것으로 실무자의 애정과 열정을 단기적으로 이끌어 낼 수 있다.
공공기관의 경우는 조직의 생존이 보장되기 때문에 조직원의 생존 또한 보장된다. 그러므로 혁신의 동인을 이끌어내기는 힘들다. 사기업적 방식의 인센티브에 의존을 해보지만, 사기업 조차 포기한 당근과 채찍이 공공기관에 유효 할리 없다.
그렇다면 공공기관의 혁신은 성공할 수 없는가? 교과서적으로 보면 선한 의지를 가진 경영자가 조직의 상황에 적합한 지혜로운 경영을 하면 된다. 그런데 낙하산 경영자가 선한 의지를 갖기란 힘들고 더욱이 지혜로운 경영을 하기는 더욱 어렵다. 말하자면 경영자에 의한 혁신은 기대하기 어렵다. 대안은 결국 공공기관의 설립 목적과 미션이 내재된 대의명분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사람은 놀기 위해 직장에 출근하지 않는다. 대충 일해서 저급한 가치제공을 만들려고 하지도 않는다. 또한 고객의 비난을 감내하는 것을 원하지도 않는다. 누구나 자신의 일과 역할에서 자긍심과 자부심을 갖고 싶어 한다. 매슬로우의 욕구단계론에 의하면 명확하다. 나는 여기에서 공공기관 혁신의 단초가 있다고 생각한다.
혁신이 필요한 공공기관이라면 이미 관료주의나 정치화된 조직이라고 할 수 있고, 그렇다면 사리사욕의 낙하산 경영자와 노회 한 기득권자들이 저성과자를 넘어서 성과저해자가 된 상황임을 인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런 상황을 전제로 혁신을 추진하는 것이 옳다. 그렇다면 결국 공공기관의 설립 목적과 미션을 명확히 해서 직원들이 대의명분에 따라 일하도록 하는 것이 최선의 방안이다.